남편과 나는 양쪽 집안에서 늦은 나이에도 결혼을 안 하고 버티고 있는, 마지막 남은 골칫거리 자식들이었다. 우리가 만나고 있다는 사실이 양쪽 집에 알려지자 마지막 남은 숙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은 부모님들의 결혼 압박은 더 심해졌다. 우린 결혼을 서두르는 부모님들의 거친 압력을 버티며, 간신히 다음 해를 넘겨 만난 지 10개월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 그리고 결혼한 그해 12월에 짧은 신혼생활을 끝내고, 우리 꼬달이를 출산했다.
출산 계획도, 육아를 대비한 계획 같은 건 없었다. 결혼을 했으니, 아이 한 명은 낳아야지 막연히 생각했다. 늦게 결혼했으니 손주 한 명은 낳아야 양가 부모님에게 효도를 다 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더욱이 시부모님에게는 아직 친손주가 없었기에 보이지 않는 부담도 있었다.
우리에게는 아이를 꼭 낳고 싶다는 바람은 없었다. 임신이 이렇게 빨리 될 줄도 몰랐다. 남들처럼 결혼해서 출산하고, 육아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인 듯, 정해진 무슨 법이나 된 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뒤돌아 보면 무책임하다는 생각도 든다. 부모가 된다는 건 엄청난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하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육아 선배들이 육아가 힘들다고 하는 건 갓난아이를 밤낮없이 돌보는 것 정도로 단순하게 여겼다. 부모의 책임감이란 얼마나 큰지 그 무게를 상상도 못 한 채,
육아의 진실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주체적이지도, 간절한 마음도 없이 나의 육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조금은 특별한 육아 이야기의 시작
어린이집 학부모 교육을 갔다. 불참이라고 가정통신문을 보냈지만, 교육 당일 우리 꼬달이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원장 선생의 전화를 받고, 억지로 참석한 교육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엄마들이 와 있어 좀 놀라기는 했다. 역시 강의는 예상했던 데로 별 내용은 없었다. 이론은 알고 있지만, 현실에서 실천이 되지 않는 그런 뻔한 내용이었다.
그렇게 강의가 끝나갈 무렵, 원장은 학부모들끼리 정보교류도 중요하다며, 한 엄마를 강의실 앞으로 불렀다. 현재는 아이가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초등학생이 된 학부모였다. 예정에 없던 순서였는지 그 엄마는 수줍어하면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많은 엄마들을 향해 살짝 울먹이며 던지는 첫 한마디,
"다들 많이 힘드시죠?"
조용했던 강의실은 여기저기서 훌쩍훌쩍 훌쩍훌쩍. 다른 엄마들이었다면, ‘이 엄마 뭐지?’ 생각했을 상황이다. 하지만, 그 단 한마디로 강의실에 모인 30명이 넘는 엄마들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나는 훌쩍을 넘어 줄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여기 모인 모든 엄마들은 알고 있었다. 그 말 한마디에 포함된 이 엄마의 고충을, 수십 바늘로 찔려버린 상처 난 마음을.
우리는 집 근처 어린이집을 놔두고, 이곳으로 모여든 특별한 아이를 키우는 달팽이 엄마들이기 때문이다.
그 달팽이 엄마는 마음을 추리고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눈물이 많아서요. 죄송합니다. 아이를 학교 보내기까지 너무나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아이가 잘해나가고 있어요......"
그날 교육은 그렇게 눈물 바람으로 끝이 났다.
엄마들은 흔히 육아 경험을 얻고자 블로그나 카페 등을 가입하고, 정보를 찾아다니게 된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인가 더 이상 블로그와 카페 글을 찾지 않았다. 다른 집, 아이 키우는 이야기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인터넷 속 글에는 우리 아이는 없었다.
다른 어떤 집 아이에 관한 글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 아이보다 상황이 좋지 않은 이야기를 보게 되는 것도 마음이 괴로웠다. 아이를 위해 온갖 열정을 다 하는 엄마들의 모습을 보면 괜한 죄책감이 들었다. 현재 아이의 모습을 받아 드리지 못하고, 우리 아이는 괜찮을 거라는 희망을 꿈꾸며 긍정의 글을 찾아 헤매는 어리석움도 싫었다.
육아에도 내비게이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아이에게 맞는 최적 길이 있다면, 따라가기만 하면 좋을 텐데.
나는 글쓰기를 시작했다. 달팽이 엄마들을 위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속이 시커멓게 다 타버렸는데 어디에 속 시원히 말도 못 하는 울보 엄마들.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어버린 엄마들의 마음의 위로가 되는 글이 되었으면 한다. 세상이 정한 평범한 기준표에 벗어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이야기 이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