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서 또 기적을 기다립니다
엄마라서 만났던 기적의 순간들
아이가 무발화였던 시절 기적을 바란 적이 있다. 말 한마다 못하던 우리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문장으로 말하기를.
언젠가 맘 카페에서 말 한마디 못하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문장으로 말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런 기적은 우리 아이에게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가 말을 시작할 때 '기' 한 글자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두 글자가 되고 세 글자가 되었다. 그렇게 명사로 의사표현을 하더니 지금은 동사를 가끔 붙여서 말해준다.
어린아이들이 말을 시작하고 어른처럼 유창하게 말하게 되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뿅'하고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하나씩 단계 단계를 모두 밟고 지나가야 한다. 마치 게임을 하듯 단계를 하나씩 깨고 나가는 느낌이다.
1년 전 우연히 갔던 점집에서 점쟁이는
"아이가 아직 말이 늦지. 걱정 마. 8세 후반이 되면 정말 딴 애가 될 거야. 아빠보다 더 잘 클 거야."
연세가 좀 있던 점쟁이는 남편과 평소 아는 사이였다. 남편의 얼굴을 보고 걱정하지 말라며 위로를 해줬다. 남편과 나는 우리 속을 들여다본 듯 시원하게 뚫어주는 점쟁이의 말에 우린 생각지 못한 희망을 품게 됐다.
점괘가 정말 딱 맞았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본다. 만약 점괘가 정확하게 맞는다면 복채를 두배로 챙겨 다시 찾아갈 것이고, 점쟁이 말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점쟁이에게 따지러 갈 참이다.
점쟁이의 말에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기적은 없다 싶었다. 우리에게 기적이 찾아올 거라는 희망 고문만 준건 아닌지 씁쓸해졌다.
그런데 육아를 시작하고 지난 시간들을 뒤돌아 보니 엄마가 되고서 수없이 많은 기적을 만났다. 임신을 하고 내 뱃속에 아이가 자리는 경험은 정말 신기했다. 내 뱃속에서 물방울이 터지는 느낌이 들던 아이의 첫 태동. 갓난아기의 가슴에 손을 얹고 깜짝 놀란적이 있다. 작은 숨이 어찌 저렇게 콩닥콩닥 뛸 수 있을까 싶어 아직도 가끔 아이의 심장을 느껴보고는 한다.
갓난아이가 태어나 자라는 과정 또한 기적이다. 누워서 꼼짝 못 하던 아기가 첫 뒤집기를 하던 순간들, 걸음마를 시작하는 순간들, 처음으로 엄마라고 불러주던 순간들 모두 엄마라서 만날 수 있는 기적이다.
엄마라서 기적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만 있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혼자였다면 쉽게 포기하고 말았겠지만 엄마라는 이름표에는 포기가 쉽지가 않다. 그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기적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오늘도 다른 아이가 된 듯 훌쩍 커버린 우리 아이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수많은 기적을 보았지만 난 아직도 기적에 목이 마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