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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May 29. 2024

간편 잡채 시금치 파티

야채 일색

당당한 불량주부 마트에 간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라면과 즉석식품을 사지 않기로 굳게 결심했다. 안 샀을까? 안 샀다. 오늘만.


콩나물, 시금치, 당근, 양파, 호박. 오이. 감자, 팽이버섯, 알배추 하나. 단백질 보충을 위한 순두부. 아침 간편 식사를 위한 유부초밥.


점심시간. 주 메뉴로 만들 것이  없다. 야채만으로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 난감하다. 채소만 사니 이 사태가 벌어졌다. 냉동에도 먹을 것을 다 비운 터라 아무것도 없다. 고기야! 소시지야! 냉동 닭아! 동그랑땡아! 어디 있니! 사무치게 그립구나. 중간이 없어 어떡해! 하나라도 좀 집어오지 그랬어. 후회해 봤자 길 건너 마트에 다시 갈 힘이 없다.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오늘은 야채를 먹인다. 먹이고야 말 테다.


오늘 요리의 목표는 야채 먹기!


두리번거리다 지난번 남편이 집어온 잡채라면이 생각났다. 좋았어! 시금치, 당근, 양파를 빠르게 준비해 휘리릭 볶았다. 잡채면을 삶아 물기를 빼고 양념을 넣는다. 준비한 볶음 야채를 듬뿍 첨가한다. 우히히히. 불량주부 신의 손을 가진 것 같다. 아니야 신의 손도 10분 만에 잡채를 완성하지는 못할 거야. 짧은 시간에 썩 괜찮은 결과를 얻어 만족스럽다.



불지도 않고 성공적이다. 남편에게 야채를 듬뿍 먹일 생각을 하니 스스로 대견하다. 깨소금 공수해 와야겠다. 일반 잡채면은 두꺼운데 즉석조리 식품으로 나오는 면은 아주 가늘다. 불리고 삶는 시간을 확 줄여준다. 오래 보관은 글쎄. 하나씩 삶아서 금방 먹을 용도로 적당할 것 같다.


10분 요리 간단 잡채 완성!



문제는 잡채 외 반찬이다. 김치를 잊고 안 가지고 왔다. 고이 싸서 거실에 두고 왔다. 푹 익혀 내일 먹어야 한다. 고이 싸맨 아침 준비물 속에 다른 냉장, 냉동식품이 없어서 다행 아닌가 위로를 하였다. 김치만 있었어도 저 완벽한 잡채의 느글느글한 맛을 잡아줄 텐데. 김치 없는 밥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한국인은 김치. 김치 없인 못 산다. 산다, 살 수 있다!


야채가 많으니 된장국을 끓이자. 잡채를 하고 남은 시금치를 넣고 물을 부었다. 된장을 풀고 김치의 맛과 가장 비슷한 맛을 내주기 위한 고춧가루를 듬뿍 뿌렸다. 치매형 머리도 고춧가루가 간단하게 커버해 준다. 고춧가루에게 감사를 전하며 10분 만에


얼큰 시금치 된장국 완성!


시금치를 넣은 즉석 잡채와 시금치 된장국으로 만족스러운 점심을 먹었다. 남편은 모를 거야. 거뭇하게 푹 끓여진 녀석도 시금치라는 사실을. 쉿!




오후 4시가 다가온다. 밥을 준비해야 하는데. 귀찮다. 낮잠이 쏟아지는 평화로운 시간. 아이들 몰려오기 전에 딱 한 시간만  여유를 갖자. 그럴까? 10분을 보내고 10분을 보내고 또 10분을 보낸다. 시간아 너는 내 편이잖아. 그렇지? 최대한 미뤄보지만 밥시간은 돌아오고야 만다.


간편 잡채면이 아직 남아 있지만 아이들은 야채만 넣어줘선 먹지 않는다. 어묵이나 고기가 들어가야 젓가락질이라도 한다. 야채는 밀어 두고 당면과 고기만 먹을 게 뻔하다. 마트에 가서 하나 사 오면 될 일을 다시 가기가 귀찮다.


흘러가는 시간은 그저 놔두고 잔머리를 빠르게 굴리는 불량주부. 편하고 쉬우면서도 야채가 들어가는 어린이를 위한 야채 반찬을 찾느라 고심한다. 과연 그녀의 창의력은 발휘될 것인가.


불량주부의 머리가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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