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깡이 커피에 빠진 날

by 눈항아리

남편과 마주 보고 앉아 아침의 커피를 마셨다. 간식으로 감자깡 한 봉지를 뜯어먹고, 쌀새우깡 한 봉지를 더 뜯었다. 아침을 먹다 안 먹다 하는 우리 부부는 보통 주전부리로 아침을 때운다. 빵이 있으면 빵으로 과자가 있으면 과자로.

과자를 집어먹을 때는 학처럼 선비처럼 꼿꼿하게 고개를 들고 고고하게 앉아 엄지와 검지 가느다란 손가락 두 개로 품위 있게 하나씩 집어먹는다. 절대 두 개씩 집어먹지 않고 하나씩, 그러나 재빠르게 경쟁하면서 먹는다. 열심히 과자를 집어먹으면서 우리는 세계 정치와 경제를 논하고, 세계 평화와 지구 환경을 논하고, 기후와 시정, 가뭄에 대해 논하고, 무더위와 날씨에 대해 논하고, 농사와 잡초에 관해 논하고, 가족과 사회의 안녕과 번영에 대해 논한다. 우리의 진지한 회의는 매일 아침 이루어지는 ‘데일리 루틴’이다. 얼마나 진지한 지 한 시간을 훌쩍 넘어가기도 한다. 주절주절. 사회, 경제, 역사, 문화, 과학과 온 세상의 영역을 넘나 든다. 가끔은 우주 너머까지 갔다 오곤 하니 그 넓이가 얼마나 광대한지 짐작이 가는가?



그렇게 정신없이 이야기하며 과자를 집어먹다 새우깡 하나가 손가락을 벗어나 아메리카노 까만 물속에 빠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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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하기 위해 귀 기울이다 자연스레 글쓰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가족, 자연, 시골생활, 출퇴근길,사남매의 때늦은 육아 일기를 씁니다. 쓰면서 삶을 알아가고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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