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소> 철수세미와 치약

수도꼭지에 광내기

by 눈항아리

수도꼭지가 광이 난다. 으하하하! 내가 드디어 해냈다.

“복실아, 여기 와서 봐봐!”

마른걸레로 수도꼭지를 닦으며 복실이를 불렀다. 게임을 하다 엄마의 다급하고 기쁨에 넘치는 외침을 듣고 날듯이 뛰어온 복실이가 그랬다.

“엄마, 거기만 반짝반짝 빛이나.”

“하하하! 그렇지?

정말 욕실 전체 중에 수도꼭지만 광이 난다. 애석하게도.


그러나 엄마의 수도꼭지 닦는 모습을 며칠 동안 쭉 지켜본 딸아이는 나의 노고를 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도꼭지의 반짝임을 본 우리 복실이가 나에게 ‘엄지 척’을 해줬다.


수도꼭지의 묵은 때를 제거하기 위해 치약을 준비했다. 개봉한 지 몇 년은 되었음직한 치약이다. 그것이 언제부터 화장실에 한자리 차지하고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묵혀두었던 치약은 양치질하기도 찜찜했는데 수도꼭지 전용으로 사용하면 딱 좋겠다.


수도꼭지 광을 내기 위해 강력한 철수세미도 준비했다. 주방에서 쓰다 닳고 닳은 수세미, 축 처지고 떡진 파마머리가 된 철수세미였다. 버리기 전에 귀한 용도로 써주면, 재활용도 하고 청소도 하고, 일거양득.


욕실 전용 고무장갑을 끼고 철수세미에 치약을 쭉 짰다. 새로운 세제와 새로운 도구를 들고 의기양양했다. 수도꼭지를 벅벅 문질렀다.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이렇게 간편할 수가! 왜 나는 여태껏 때가 꼬질꼬질한 수도꼭지를 데리고 살았을까. 반성하고 반성했다.


그러나 그 반성이 끝이 아니었다.

과연 치약과 철수세미의 조합이 좋은 결합인지 확인해야 했다. 다음번에 또 사용하려면 안전을 기하는 게 좋으니까. 그런데 결과는 참담했다. 철수세미로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수도꼭지에 흠집이 난다고 한다. 수도꼭지의 크롬 도금이 벗겨지면 녹이 생긴다는 무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수도꼭지에 녹이! 더구나 치약은 연마 효과가 뛰어나다. 철수세미와 치약의 조합은 수도꼭지에 쥐약이다.


내 수도꼭지 괜찮은 걸까? 표면상으로 흠집이 보이지는 않지만... 미리 알아볼걸.


앞으로 수도꼭지는 치약과 부드러운 망사 수세미로 살살 닦자.




수도꼭지를 광나게 하려는 간절한 마음, 하나의 목표를 향한 열망으로 결국 뜻을 이루었다. 그러나 잘못된 방법이라면? 수도꼭지에 흠집을 내고 녹물이 줄줄 흐르게 할 것인가? 미리미리 공부하자. 작은 공부가 내 수도꼭지를 지킨다.


수도꼭지 광을 내고 ‘성공을 위해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수도꼭지가 별걸 다 가르쳐준다.


‘살림의 기적 100일 살다 4’ <해우소>는
화장실 청소를 하자는 나와의 약속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새우깡이 커피에 빠진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