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째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내리던 첫째 날 달복이와 복실이는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운동화를 푹 적셔왔다. 운동장 물이 콸콸 도로로 넘쳤다나. 세찬 비가 놀라워 사진까지 찍어왔다는 달복이. 퇴근하자마자 빨았어야 했는데 젖은 신발을 하루 묵혀 두었다.
이틀째 아침, 복실이가 현관에 있던 젖은 운동화에 발을 쑥 집어넣었다. 장화를 꺼내주고 운동화를 빼앗아 욕실로 옮겼다. 욕실에 가있어야 안 잊고 빨 수 있다. 신발은 젖은 채 퀴퀴한 냄새가 났다. 한밤중에 퇴근하고 나서야 운동화 세탁을 시작했다. 김장 봉투에 미지근한 물을 담고 중성세제를 풀고 신발을 넣어 꽁꽁 묶었다. 금방 빨아야 했는데 잠이 들었다.
사흘째 아침, 운동화를 김장 봉투에서 대야로 옮겼다. 세제 물에 둥둥 뜬 운동화를 하나 집어 들었다. 늘씬한 굴곡의 곡선미를 자랑하는 운동화 솔을 또 한 손에 집어 들었다. 벅벅 문지르다 살살 문질렀다. 오랫동안 세제 물에 담가놔 운동화가 팅팅 불어 터지진 않을까 걱정되어 더 살살 문질렀다. 온 욕실에 신발의 체취가 묻어났다. 정열적인 운동화 솔질에 거품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나마 솔질은 양호한 것이었다.
운동화 헹굼은 대단했다. 왜 신발을 헹구는데 거품이 더 나는 걸까. 대야에 물을 받아놓고 신발을 거꾸로 들고 입수를 시켰다 뺐다를 반복했다. 물고문을 하는 나는 사나운 물살에 옷이 다 젖었다. 얼굴도 팔도 다 젖었다. 정신없이 물을 들이마시던 운동화는 발이 들어가는 움푹한 굴에서 발고린내를 토해내듯 머금었던 세제를 우악스럽게 뱉어냈다. 그리고 물과 만나 무수한 하얀 거품을 쏟아냈다.
대야의 물을 두 번 바꾸었다. 사방 두세 발걸음 정도의 작은 욕실 바닥이 하얀 거품으로 덮여갔다. 이거 정상 맞겠지? 운동화에 중성세제 쓰면 안 되는 거였나? 하루 묵혀서 신발 님이 화가 난 것일까? 생성된 하얀 거품과 더불어 욕실 배수구가 막혔는지 물도 함께 차오르기 시작했다.
거품이 튀고, 물도 튀고, 옷은 다 젖은 가운데 거품은 넘쳐나고, 배수구는 막혔다. 그 와중에 아이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태평하게 아침을 먹고 있었다. 복실이와 달복이는 밥을 잘 먹고 있을까? 평소라면 꼬마 둘 사이에 앉아 아침밥 시중을 들 시간이었는데 나는 욕실 바닥에 앉아 운동화 두 켤레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물과 거품이 차오르는데 배수구를 열 생각은 않고 대야에 물을 받고 버리기를 되풀이했다. 운동화에 붙어 있는 거품 없애기를 무한 반복한 것 처럼 생각되었다. 드디어 헹굼이 끝났지만...
끝이 아니었다. 난장판이 된 바닥이 남았다. 바닥 솔을 들었다. 밥을 다 먹은 아이들이 일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양치질을 하러 곧 욕실로 들이닥칠 것이었다. 미끄러움을 없애기 위해 열심히 닦았다. 샤워기로 물을 뿌려댔다. 욕실 바닥이 거품 목욕을 한다. 거품이 욕실 바닥에 가득 차서, 배수구 물이 쫄쫄 내려가서 어쩔 수 없이. 열정적으로, 정신없이, 이 한 몸 다 바쳐 바닥 청소를 했다. 바쁜 아침 시간에! 거품은 천천히 하수구로 빨려 들어갔다. 세숫대야만 한 거품이 점차 작아졌다.
바닥은 저녁이 되니 다 말라 있었다. 운동화는 안 말랐다. 운동화는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구경하며 베란다 건조대에 엎드려있다. 저것을 말려야 하는데... 운동화는 자연 건조를 하라고 하던데 비가 계속 오면 자연적으로 건조가 안 될 텐데... 나흘 째, 운동화는 여전히 젖어 있고 욕실 바닥은 쾌적해졌다.
내리는 비 덕분에, 젖은 운동화 덕분에, 막힌 배수구 덕분에 욕실 바닥을 청소했다. 운동화 솔질이 격정적인 바닥 솔질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원하지 않았지만 하게 되는 일도 있다. 내가 하고자 마음먹고 있었기 때문에 이루어진 일인지도 모른다. 등교준비, 출근 준비로 정신없는 아침에 욕실 바닥 청소 완료했다.
밥을 다 먹은 아이들은 평소와 같이 부산하게 욕실로 들어갔다. 평이한 일상, 그 뒤에 숨은 조력자, 나야 장하다.
‘살림의 기적 100일 살다 4’ <해우소>는
화장실 청소를 하자는 나와의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