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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알을 노려보며 잡생각

by 눈항아리

닭의 알을 두고 고민했다.

저것을 머핀 반죽에 넣으면 거품이 안 생기지 않을까?

그럼 반죽을 다 버려야 할 텐데.

먹으면 무슨 맛일까?

짠맛이 날까, 안 날까?

저 알을 깨 볼까?

머핀에 넣을까 말까?

먹어도 되는 걸까?



고민의 시작은 김장 배추 절이는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추를 절이기 위해 물과 소금의 양을 가늠해 보았다.

물 10리터에 소금 1킬로그램이라는데

물 10리터를 재기 귀찮고

소금 1킬로그램도 재기 귀찮다.

그저 볼에 물 가득, 소금 반 바가지를 넣었다.

볼의 크기와 바가지의 크기는 고려하지 않은 허술한 소금물이 완성되었다.

기다란 국자를 들고 와 소금이 녹을 때까지 저어주었다.



과연 소금물은 짭짤하겠지?

그것의 농도를 어찌 가늠할 수 있을까.

친절한 블로거 님의 글에서 보았다.

‘심봤다!’는 느낌의 그 한 문장!

계란을 소금물에 띄워서 물 위로 동동 뜨는 부분이 500원짜리 동전 크기면 농도가 적당하다.

는 것이었다.

계란을 소금물에 띄우자 500원짜리 동전 크기가 대충 만들어졌다.

대충 소금물이 적당한 소금물로 변신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소금물은 배추를 넣을 때마다 양이 팍팍 줄어들었다.

그럼 물을 넣고 소금을 넣고 다시 계란을 띄웠다.

넘실넘실 계란이 소금물 위에서 춤을 추다 얼추 500원짜리를 맞췄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500원 크기가 안 되는 경우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냥 계란을 띄우면 다 그렇게 동동 뜨면서 500원짜리 동전 크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을까.

지금 생각하면 심히 의심이 되기는 한다.

아니면 내 손이 적당한 소금물을 만드는 금손인 것일까.



여하튼 배추 15 포기를 절이면서 소금물이 줄 때마다 물과 소금을 넣고 계란을 넣고 빼고를 반복했다.

그 계란은 소금물에 몇 번이나 입수를 했는지 모른다.

계란의 수난사,

물고문 수준의 입수를 계란 한 알에게 선사한 날이었다.

그냥 소금물을 입었다고 하는 게 딱 알맞은 표현일 테다.



그런 계란을 며칠째 쓰지도 못하고 바라만 보았다.

두들겨 보아도 맛을 알 수 없고

구슬려 보아도 알 수 없었다.

과연 먹어도 되는 것인지

소금물이 계란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노려 보아도 답은 없었다.



그 계란을 오늘 드디어 깼다.

소금물이 신선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더욱 봉긋하게 올라온 노른자가 선명했다.

계란 프라이를 했다.

두 개를 더 해서 세 개를 했다.

소금 맛이 날까 봐 소금은 안 뿌렸다.

그저 맛나게 먹었다.

세 개 중 어느 게 소금물에 들어갔다 나온 계란 프라이인지 알지 못했다.

짠맛이 났는지 안 났는지 모른다.

내 입은 모르겠고 남편의 입에는 짰는지도 모른다.

김치 볶음이랑 밥이랑 프라이를 한입에 넣고 먹어서 더 잘 몰랐다.

그저 계란 프라이일 뿐.



진즉에 깨서 먹을 것을.

그 계란 한 알을 왜 두고 보았을까.


실은 그 계란을 머핀 반죽에 넣을 생각을 했다.

머핀은 계란이 많이 들어가는 반죽이고

작업대 위에 놓여 있는 계란 한 알이 매번 눈에 띄었다.

그래서 계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며칠을 고민한 것이다.

그냥 깨서 프라이로 먹으면 쓸데없는 고민은 안 해도 되었을 텐데.

내가 처음 가진 생각은 계란을 머핀의 재료로 못 박았다.

더불어 소금물에 왔으니 짠맛이 날 거야,라고 못 박았다.

계란 하나에 천금이 드는 것도 아닌데 맛이 궁금하다면 왜 깨서 먹어보지 않았을까.

내가 처음 프라이 재료로 봤다면 이미 벌써

김장 배추를 절이던 날 저녁에

내 뱃속에 들어가고도 남았을 거다.



계란을 계란으로 보지 못하고

소금물에 입수한 계란으로 정해 놓고

용도를 정해놓고

머핀 반죽의 기포에 영향을 줄까 싶어

그저 마냥 방치하고 기다렸다.

답을 구하지 않았다.

알아보고 찾아보고 행동하지 않았다.

과감하게 깨뜨리지 못했다.



바쁜 중에 소금물에 입수한 계란을 깨뜨려 프라이를 해 먹고

맛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한 나는.

이제야 소금물에 띄운 계란이 짠맛이 나는지 안 나는지 찾아보았고,

짠맛이 안 난다는 검색 결과를 찾았지만,

정말 짠맛이 안 났을까 궁금하다.

그 계란의 맛이.


소금물에 하나 더 넣어볼까?



눈에 띄는 사물을 보고, 사건을 접하며 자연스레 드는 사소한 고민,

아무렇게나 흘러가는 잡생각.

일상에 별 도움도 안 되는

이런 이상한 생각이 왜 재미있는지.

계란 한 알을 보고 난 왜 미소 짓고 있는지.

그저 사는게 이런 재미인 것인지.



계란 한 알을 눈 앞에 두고 뭣 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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