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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Jul 30. 2024

감자캐고 김매고 모기밥주고

해가 뜨거워 쉬어야지 생각했다. 땡볕에 나가 일하면 쓰러질 수 있으니 농부 아빠에게도 나가지 말라 신신당부하고 외출했다. 농사일은 안 하고 복이랑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숨쉬기가 곤란해 쓰러질 뻔했다며 전화가 왔다. 해가 질 무렵 집에 돌아오니 감자 캘 준비를 한다. 포클레인을 끌고 나가 풀을 맨다. 농부 아빠의 풀 정리 포스가 남다르다.


주말에만 농사를 짓는 일요일 농부. 벼르고 벼르던 감자를 캤다. 감자 캐기보다 많이 걸리는 제초 작업. 깔따구가 보인다며 농부 아빠는 한참을 주변 풀을 제거했다. 아이들과 함께 감자를 캘 거라 걱정이 되었나 보다. 그러곤 감자 순을 낫으로 쳐낸다. 제초매트 한쪽 고정 핀을 뽑아내고 한쪽으로 걷는다. 두 개의 물 호스를 구겨지지 않게 양쪽에서 쭉 당겨 들어 한쪽으로 옮긴 후 감자 파기가 시작되었다. 한 줄 밖에 안 되니 수월한 작업이다. 제법 굵은 감자가 나온다. 농부 아낙의 호미질이 끝날 즈음 둘째 복이가 외발수레에 농사 바구니 하나를 싣고 왔다. 감자를 통통 담는다. 살살 좀 놓지. 농사 바구니 두 개가 나왔다.


감자는 시원한 곳에 보관이라는데 시원한 곳이 없다. 날이 너무 덥다. 그렇다고 집 안에 들이기는 싫고 우선은 30도가 넘어가는 창고에 넣어두었다. 옆집의 커다란 저온저장고가 탐이 난다. 작물 수확 후 바로 판매가 된다거나 바로 먹을 것이라면 상관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농산물의 경우 바로 소비가 되지 않는다면 보관이 곤란하다. 감자는 그나마 그럭저럭 보관이 용이했는데 날이 더워도 너무 덥다. 덥혀진 건물이 식지를 않는다. 에어컨을 틀지 않는 창고는 더더욱이. 감자야 잘 버텨줘. 내가 열심히 먹어보도록 노력할게.  


다 캔 감자는 옮기고 빈 감자골은 다시 제초 매트로 덮어 놓았다. 풀이 자라면 안 되니 꼼꼼하게 망치질을 했다.




일주일 새 다시 풀밭이 되어버린 생강 밭. 풀이 자란 만큼 생강도 자랐다. 난감하다. 애정을 쏟으면 괴롭다. 농부 아낙은 지난주와 같은 모습으로 정갈하게 앉아 풀과 담판을 지었다. 지난주 풀은 아기 풀이었는데 이번에는 형님 풀이다. 손가락으로는 절대 겨룰 수 없고 손으로 한번 휘어 감아 뽑아내야 한다. 씨름 선수가 샅바를 잡는 원리와 비슷하다. 뿌리와 줄기 사이 적당한 지점에 순간적인 힘을 줘야 뽑혀 나온다. 농부 아낙은 한동안 씨름 선수가 되었다. 지난주 맨 풀이 왜이지경인고 하니. 농부 아빠의 솜씨다. 농부 아낙이 맨 곳은 그나마 멀쩡하다. 반 골을 맸을까 농부 아빠가 또 들어가자고 한다. 모기가 많다나? 여긴 생강밭이라 그런가 모기 소리 안 들리는데? 생강이 매워서 모기가 근처에 없는 것일까? 한 골을 꾸역꾸역 다 매고 기쁨의 눈으로 뒤를 돌아보니 풀무덤이 띄엄띄엄 보인다. 저녁에 선선한 바람에 뽑힌 풀뿌리가 살아나 젖 먹던 힘까지 내 땅속으로 기어갈까 걱정이 되었다. 쇠스랑을 들고 나와 설설 긁어내 밭 가에 가져다 휙 내던졌다. 제발 들러붙지 마라.


집에 들어오니 저녁밥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밭에서는 모기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집에 들어오니 가렵기 시작했다. 세어보니 서른 방 이상 물렸다. 양쪽 대퇴부가 빨간 점 투성이다. 농부 아낙은 참 무딘 성격인가 보다. 첫날은 괜찮더니 이튿날이 되자 마구 가려워졌다. 해가 지고 밭에는 들어가지 말자. 모기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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