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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Aug 06. 2024

뜨거운 감자

감자를 뜨거운 창고에 계속 보관할 수 없어 난감하다. 냉장에 넣자는 의견과 안 된다는 의견. 냉장은 대체 어느 온도까지 안 되는 것인지, 무슨 나쁜 물질이 나오는 것인지 원. 뜨거운 날씨에 힘들게 자란 감자가 다 썩게 생겼다.


이를 어째.


열심히 먹어 뱃속에 저장하는 수밖에..


하여 열심히 궁리를 하였다.


밥에 넣어 먹고

된장에 넣어 먹고

볶아먹고

감자샐러드도 해 먹고

카레도 해 먹어야지

찜에도 넣어 먹어야지

호박이랑 부추랑 같이 버무려서 부쳐 먹고

튀겨도 먹을까?


바삭하게 감자튀김을 하면 아이들이 잘 먹겠다.

감자를 대충 썰어

끓는 물에 입수시킨다.

소금 반 술을 넣고

살짝 끓인다.

소쿠리에 건져내 물기를 탈탈 털고

에어프라이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돌린다.

10분 또 10분

감자가 익는다.

바삭해지지 않는다.

남편 왈 200도 이상으로 해야 바삭해진다.

3회 차 10분을 돌렸더니 바삭하다.

게임하는 5인방을 기다리다 반 그릇을 혼자 먹고 들어가 누웠더니 아침에 빈 그릇이다.


다음 날 또 감자를 썰었다.

200도에 10분 10분 돌렸다.

감자가 대충 바삭하다 한 번 더 돌리기 귀찮다.

밥반찬으로 놔줘도 다 없어진다.

바삭한 것부터 골라먹는다.

매일 해 먹어야지.


감자는 서늘하고 건조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하란다. 5에서 10도 정도에 보관이 적당하다고 한다. (냉장 온도는 5도 이하.) 그럼 5도 이상으로 유지하여 보관하면 되지 않을까? 역시 저온저장고가 답인가. 5도 이하 냉장이 안 된다면 냉동 유통되는 많은 감자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냥 다 얼려버릴까.  


감자는 냉장고와 같은 저온에서 저장했다 고온 조리 시 아크릴아마이드라는 발암물질이 나온다고 한다. 냉장이나 냉동을 하였더라도 물에 10분 이상 담가둔 후 조리하거나 저온 조리 시에는 덜 나온다니 감자는 그냥 삶아 먹는 것으로 하자. 계속 삶은 감자만 먹어야 하나보다. 내일부터 아침은 매일 삶은 감자다.


고온 조리시 아크릴아마이드라는 발암물질이 나온다고 한다. 냉장보관시 더 많이 나온단다.  이렇게 구워 먹으면 몸에 나쁘단다. 삶아 먹으란다.

감자 파고 빈 감자밭에 가을 감자를 심자는 농부 아빠에게 거절의 의사를 확실하게 전달했다. 감자를 우선 먹어야 하니 가을 감자는 심지 말아 주오.


많은 감자를 왜 나누어 먹지 않느냐.


우리 동네에는 늘 감자가 풍년이다. 대형 트럭이 들어와서 감자를 캐간다. 조직적이다. 다 캔 감자밭은 무 밭에 바통을 넘겨주고 다음 해를 기약한다. 감자 밭들은 며칠 새 무밭으로 변신했다. 마트에는 감자를 박스로 쌓아놓고 판다. 산더미 감자가 팔리기는 팔릴까? 감자의 고장이 괜히 감자의 고장이 아니다. 아는 사람은 죄다 농사를 짓는다. 감자는 솔찬히 반찬을 해 먹고 삶아 먹고 하니 몇 개라도 안 심을 수 없다. 심어만 놓으면 줄줄이 달리니 그만한 효자 농작물이 없다.


파에 농약을 많이 친다는 말을 듣고 농부 아빠는 유기농, 무농약 파에 대해 공부를 했다. 기계를 가지고 척척척 농사짓는 대형 농부를 보고, 뿌리는 농약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 우리 파는 벌레 구멍이 뻥뻥 뚫려있다. 농약을 안 뿌리면 상품성이 없다.


우리 감자도 상품성이 없다. 흠이 있는 농산물은 저장성이 없다. 농산물은 저장성이 있거나 바로 판매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초보 농부에게는 둘 다 없다. 수확과 함께 판매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진짜 농부가 되어야 한다. 비료를 충분히 주고 농약을 뿌려 상품성을 좋게 해야 한다. 그래서 유기농, 천연농약 농작물은 설 자리가 없다. 거기에 소규모, 판로개척도 안 되어 있는 우리 같은 농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심어서 다 먹는다. 배부르다 감자야. 감자를 바닥에 늘어놓고 하나하나 골랐다. 흠이 있는 것은 바로 먹을 것으로, 멀쩡한 것은 며칠 저장하기 위해 박스에 한 줄로 깔아서 깜깜하게 만들어줬다. 통풍이 잘 되어야 한다는데 박스에 구멍을 뚫어줘야 할까.  감자 보관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


농사 바구니 두 바구니에 감자가 가득이다. 먹는 것이 남는 것이다. 일 주일 먹었는데 줄지 않는다. 열심히 먹자.


농부 아낙이 감자만 파 왔을까. 호박이 줄줄이 나온다. 토마토도 20리터 봉지 반을 채워 왔다. 감자와 토마토를 주식으로 먹고 호박된장찌개를 열심히 끓여야겠다. 너무나 풍요로운 여름이다.


내년에는 저장이 좋은 들깨를 많이 심자고 해야겠다.


텃밭 300평은 너무 너르다. 욕심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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