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달달한 생각 한 줌. 그런 생각을 기록해 다시 기억한다는 것이 행복이 아니고 무얼까.
복실이, 복동이와 주말 도서관 행차.
지난주 빌려온 책들을 돌려주러 도서관에 갔다. 무려 열 권. 욕심이 과했다. 지난번에는 이고 지고 내 힘을 들여 가지고 왔는데 들고 가다 보니 억울한 생각이 든다. 책이 많아 캔버스 가방에 넣지도 못하고 정리 가방을 비우고 넣어 왔는데 부피가 꽤 된다. ‘엄마 팔이 아파.’ 약한 척을 하자 둘이 와서 붙는다. 손잡이 한쪽씩을 들고 간다. 낑낑거리며 몇 번을 쉬었다가 간다. 혼자 들지 못하니 하나가 손을 놓으면 하나는 내려놓고 가만 기다린다. 가다 쉬었다를 반복했지만 결국은 갔다. 둘이서 반납 성공이다.
오는 길엔 세 권만 빌렸다. 그래도 둘이 같이 들고 간다.
글밥이 늘어가는 아이들의 독서는 엄마에게도 성취감을 준다. 첫째, 둘째의 독서 코치로 늘 권하는 독서를 유도했던 엄마는 이제 한 발 물러나 있다. 꼬마 둘 복실이와 복동이는 만화책을 주로 본다. 그러면 어떠랴. 화면을 보고 있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엄마는 꼬마들에게는 늘 너그럽다. 이제는 머리 아프게 글밥 책을 권하지 않는다. 학습 독서도 권하지 않는다. 재밌는 걸 스스로 검색창에 넣고 청구번호까지 뽑아 찾아달라고 하는 아이들에게 내가 권한 책이 재미있을 리가 없다. 자신의 책은 자신이 찾도록 하자는 것이 요즘 생각이다. 재미 찾기도 해봐야 한다고 믿는다. 유독 인터넷 세상에서는 재미난 걸 잘 찾는 아이들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모른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겁내지 않고 찾기를 바란다. 무거운 짐도 이고 지고, 책을 물에 적셔 물어도 줘 가면서.
열 권 중 한 권은 학교에 가지고 갔다가 물병이 열리면서 물귀신이 됐다. 복실이에게 미리 책임에 대해 단단히 이야기 해 뒀었다. 반납문의를 하였으나 반납불가. 같은 책으로 물어줘야 한다. 엄마도 책임이 있는지라 배송비는 엄마가 대신 내주기로 했다. 중고 책은 다행히 싸다. 600원. 아이 용돈에서 제하기로 했다. 배송비는 3500원이다. 산다는 게 다 그렇다. 손해 보는 장사. 앞으로는 도서관 책은 학교에 들고 가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