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인가 보오

by 눈항아리

4차선 도로는 찬란하다. 촘촘하게 선 가로등 밝혀주는 길을 내달린다. 레드카펫 위를 뽐내며 우아하게 걷는 듯하다. 달이 떴는지 안 떴는지 어느 하늘에 있는지 관심 둘 이유가 없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시골길은 어둑하다. 우리는 알고서도 어둠 속으로 뛰어든다. 산 아래 우리 집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흐릿한 불 하나 달고 굽이진 길을 따라 오른다. 비탈길 하나 없는 평평한 길을 따라 가지만 오르는 것과 같다. 산 아래도 산과 같다. 구름과 같은 산 안개가 둥실둥실 떠다닌다. 집에 가까워질수록 가로등 놓인 거리가 멀어진다. 드문드문 띄엄띄엄 어둑어둑하다. 캄캄하다 했더니 좌우를 어느 하늘을 살펴보아도 달이 없다. 초승인가 보다.


달이 없는 하늘은 깜깜하다. 달이 없는 시골길도 깜깜하다. 차는 어느새 마당에 들어섰다. 차문을 열고 내리면서 올려다보는 까만 하늘의 작은 별이 더 반짝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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