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이 벌어졌다

by 눈항아리

주유소에 들르는 날은 전날 미리 알려준다. 그러나 늘 늦는 사람이 있다.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 그래 맞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 거다.


30분 일찍 깨우겠다고 마음먹었지만 평소와 같은 시간에 아이들을 깨웠다. 5분이라도 일찍 나가기 위해 꼬마들 밥을 일찍 먹도록 독려했다. 입에 넣고 넣고 또 넣었다. 세 숟가락은 먹었겠지? 남은 음식물이 개수대로 쏟아져 들어갔지만 오늘은 눈을 딱 감고 아이들의 남은 밥을 안 먹었다. 양치질 시간도 칼같이 알람을 해 주었다. 양말도 완료. 외투도 완료. 모두 준비가 되었으나 딱 한 명이 늦는다.


평소와 같이 모닝똥을 싸는 아이는

평소와 같이 늦게 준비를 마쳤다.

평소와 같이 출발하여

평소와 같은 시간에 주유소 옆을 지나간다.

평소와 같이 큰놈들 둘이 싸운다.

평소와 같이 말싸움을 한다.

다 큰 녀석들의 말싸움은 유치하다.

결국은 인신공격으로 치닫는다.

모닝똥으로 시작해 급똥으로 끝나는 싸움이다.


모두의 마음이 한 마음 한 뜻일 때 5분이라도 일찍 갈 수 있다. 엄마부터 아침 시간을 조금 양보하자. 그러나 마음으로 안 되는 것이 때로는 몸이라는 존재다.



퇴근길에도 싸움이 벌어졌다. 싸움은 일상이다.


평소와 같이 맨 뒷자리에 앉은 꼬마 둘

평소와 같이 재잘거린다.

평소와 같이 말다툼을 하고

평소와 같이 머리가 붙었다 떨어졌다 하고

평소와 같이 고성과 짜증 섞인 말들이 오갔다.

평소와 같이 중간에 앉은 청소년 어린이

평소와 같이 뒷자리에서 들려오는 고성의 확성기 소리에

평소와 같이 큰 소리로 평정하려 했다.

평소와 같이 꼬마들은 들은 채 만채 했고

평소와 같이 청소년 어린이는 더 근엄하고 무서운 목소리를 냈다.

평소와 같이 복실이가 울었고

평소와 같이 조수석에 탄 청소년 어린이도 조용히 하라고 말을 더했다.


집에 도착해서도 싸움은 계속되었다.

연속된 사건이 아니라 또 다른 사건으로 새로운 싸움이 전개되었다.


집에 도착하여 꼬마 하나가 공깃돌을 집어 들었다.

한 녀석은 공기가 자기 것이라고 하며 달라고 하였다.

다른 한 녀석은 빼앗기지 않으려고 용을 썼다.

소란한 아이들을 평정하기 위해 첫째는 큰 소리를 쳤고

싸움을 말린다고 둘째는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싸움의 연속. 삶이 그런 것일까.


그러나 말 못 할 큰 싸움은 글로도 남기지도 못하고 가슴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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