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도 전략가
시간은 엄청 투자하고 왜 힘은 힘대로 들까?
생각 없는 투자가 문제지.
방법은 생각 않고 그대로 직진하는
막무가내 정신도 문제야.
원리를 알면 길이 보이는 법이야.
살림을 잘하하고 싶어?
그렇다면 살림의 원리를 파악해야지.
그리고 그에 맞는 전략을 짜야지.
언제까지 휘둘리고 살 거지?
머리를 굴려 보는 거야.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야.
나야 제발 좀 생각을 하고 일을 하자.
살림은 무한 생성의 원리를 타고났다. 주부는 무한으로 일을 할 수 없으니 문제다. 여기서 주저앉을 필요 없다. 살림이 저주는 아니니. 주부는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선을 만들어 그으면 된다. 어떻게?
일머리 없는 나야 머리를 굴려봐.
새벽까지 왜 된장을 만들고 있었냐. 그 된장이란 것, 퇴근 후 세 시간을 들여할 일인가. 시간은 시간대로 들이고 매일 바쁘면서도 먹을 반찬은 늘 없다. 집안은 엉망이고 빨래는 쌓여있다. 된장을 매일 먹으니 다른 국이 먹고 싶어졌다. 그러니 된장 하나로도 안 된다. 그 야밤에, 새벽에 팔다리허리가 고생하고 잠도 줄여가며 만든 것인데... 나의 노력은 맛은 있으나 맛있을 뿐이다. 매일 먹으면 맛있는 것도 질린다.
내 살림 방법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맞다. 문제가 많다. 진단해 보자면 비효율이 가장 큰 문제다. 무계획 돌진형, 미루기 대장이다. 방법이 잘못되어 힘은 힘대로 빼고 효율이 안 나오는 것이다.
살림을 잘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 궁리 저 궁리 해본다.
나도 최근 집안일 중 성공한 것이 있다. 무려 두 가지! 하나는 빨래하기, 또 하나는 빨래 개기. 이것을 중심으로 분석해 보자. 여기서 말하는 ‘성공’ 이란 만족도가 높다는 이야기다. 일처리가 완벽해 누구에게나 인정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 일을 진행하며, 빨래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정도로 안정되어 있다는 말이다.
빨래는 퇴근 후 1순위다.
새벽 기상을 하며 새벽에 한 번 더 빨래와 건조를 완성할 수 있었다. 빨래 걱정 끝!
세탁기 돌아가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청소나 주방 정리보다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세탁이다. 빨래를 구분해서 넣고 세제와 유연제를 넣고 버튼만 누르면 되는 일이니 시간이 수 분씩 걸리는 일이 아니다.
다만 아이들의 교복이나 체육복 등 당장 다음날 입어야 하는 옷이 있다면 1순위로 넣어야 한다. 늘 퇴근시간 아이들에게 강조하여 말한다. 집에 도착하면 바로 세탁기를 돌릴 것이니 다음날 옷이 필요하다면 세탁기에 바로 넣으라고 말이다. 방학이라 체육복, 교복 빨래가 없어서 아주 좋다. 체육복 두 벌이 있어도 빨래하는 주부는 늘 옷에 치여 산다. 왜 아이들은 옷을 벗어 바로 내놓지 않는 것일까.
빨래 개기는 퇴근 후 가장 공들이는 일이다.
빨래 개기 10분
하루에 한 번 정해진 시간만 빨래를 갠다.
100일 동안 퇴근 후 한 번 빨래를 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소파의 빨래를 모두 바닥에 쏟아놓고 하루에 한 번 빨래를 갠다. 중요한 포인트는 그 이후에는 빨래를 개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빨래 개기는 한 번으로 족하다. 우리 가족은 인원수가 많아 빨래 양이 많다. 하루 종일 돌려도 계속 돌릴 수 있는 빨래. 건조기에서 나오는 걸 기다렸다 계속 정리해야 한다면 시도 때도 없이 건조기바라기를 하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는 살 수 없다. 맺고 끊고는 확실하게. 질질 끌지 않기! 그래서 정한 조건은 퇴근 후 한 번 만이다. 그 이후에는 소파에 쌓이는 빨래에게 미안한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밤잠을 줄여가며 집안일을 하고 싶은가? 절대 안 될 말이다. 집안일이란 녀석이 고생했다며 이제 끝을 외쳐줄 리도 없고, 쉬지 않고 일한다고 결과가 늘 좋은 것도 아니다. 몸만 고장이 난다. 나만 손해다. 가족이 그걸 알아주면 좋겠지만 그 고생을 나 말고 누가 구구절절이 알아줄 것인가. 결과가 나쁘다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2시간을 열심히 음식 준비를 했다. 마지막 간 보기를 할 때 소금이 훅 요리 속으로 들어갔다. 짜서 못 먹을 지경이 되었다. 요리하는데 오랜 시간과 정성은 누가 보상을 해줄 것인가. 버려진 요리 때문에 속상했지만 누구도 주부의 노력과 정성을 치하하고 실패를 슬퍼해주지 않는다. 당장 먹을 음식이 없다면 가족 누가 좋아할 것인가.
100일을 수련했고 지금도 한결같이 그렇게 해오고 있다. 나에게 ‘빨래 정리를 그만해도 된다, 이만하면 됐다.‘ 고 매일 이야기했다. 맞다 그만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가족들에게도 주지시키자. 가족들도 집에 들어와 ‘딱 한 번’이라는 규칙을 100일 동안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우리는 그렇게 하루 한 번 빨래 개기를 함께 한다. 나는 한 번이지만 남편은 하루 종일, 소파가 깨끗해질 때까지라고 생각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행히 남편은 치우는데 관심이 없다. 너무 바빠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집에 오면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느라 그렇다. 그러나 그도 알고 있다. 그 취미 생활이라는 것을 소파 앞 빨래터 바로 옆에서 하니 그렇다. (남편의 책상은 거실에 있다.) 가족의 인식을 만들어 가는 것도 주부의 몫이다. 100일 동안 매일 같은 시간에 빨래를 개며 ‘하루 한 번’을 외친 효과를 요즘 톡톡히 보고 있다.
처음에는 빨래 개는데 20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타이머를 맞추고 시작했다. 빨래 양이 하루 분량으로 줄어들자 10분 정도면 끝낼 수 있었다. 빨래 개기보다 더 시간이 적게 걸리는 집안일들이 많다. 아침의 이불 개기가 그렇다.
요즘은 이불 개기 도전을 하고 있다. 스무 날 정도가 지났다. 이불 개는 데는 따로 타이머를 켜지 않는다. 5분이면 이불을 개고 청소기까지 돌릴 수 있다. 아침의 이불 개기 5분 투자는 할 만하다. 삶의 질이 달라진다.
언제 할지
무엇부터 할지
얼마의 시간을 투자할지
하루에 몇 번을 할지 정한다.
안 그럼 무한의 시간을 투자하고도 결과는 참담할 수 있다. 빨래를 개며 세월아 네월아 유튜브를 보고 있었던 나를 생각해 보라. 밥 하는데 시간을 끈다면 2시간도 너끈히 잘 사용할 수 있다. 때로는 기쁘게 노래도 부르며 밑반찬도 만든다. 며칠 전에도 재료준비를 한다며 밤을 지새우지 않았는가.
내 시간은 금인데 나는 왜 그랬을까. 정해진 시간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효율을 높이자. 그리고 남는 시간은 나를 위해 투자하자.
나의 주인은 나다. 나는 주인님을 모시는 입주 도우미가 아니다. 그러니 나야 잘할 수 있지?
주부는
마음으로부터 집안일을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