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서 잊힌 기억들
밥 해 먹을 의욕이 없다.
저녁이 다 되었는데 어쩔까.
어제 가게 김치를 다 먹었다.
국물까지 알차게 소비하고 빨간통을 씻어 엎었다.
오늘 새 김치통을 집에서 싣고 나와야 했는데 잊었다.
점심은
빨간 고기도 아니고 간장 고기로 재워놨는데 덕분에 고춧가루를 팍팍 뿌렸다.
된장국에도 고춧가루를 팍팍 뿌렸다.
토마토가 김치 색깔이니 잘라 놓았다.
반찬자리에 놓으니 모두 다 먹었다.
저녁은
정말 김치 없인 못 먹겠다.
뭐 먹을까? 김치를 안 가져왔어.
남편에게 물었지만...
남편은 무슨 의미인지 못 알아듣는다.
못 알아듣는 척하는 걸까?
먹는 데 관심이 없는 걸까?
냉동실을 뒤졌다.
고춧가루 팍팍 뿌려도 되는
빨간 국 하나가 눈에 띈다.
마지막 남은 부대찌개.
김치의 식감을 따라잡을 수는 없으나
콩나물 한 줌을 넣어
아삭아삭 씹어먹고
밥 비벼 먹으면 되겠다.
아 김치가 고프다.
김치는 절대 잊지 말아야지.
참 얼마 전엔 쌀을 다 먹고 안 가지고 나와서
쌀을 마트에서 또 샀다.
쌀은 마트에서 사면되는데
김치는 왜 안 샀을까?
김치 없인 밥을 못 먹는다면서.
김장 김치가 맛있어서 큰일이다.
내년엔 또 어쩌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