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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이 열려 있어요

나에게서 잊힌 기억들

by 눈항아리 Mar 02. 2025

바람이 많이도 불던 날이었다. 그날은 아마도 일요일이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일요일에 가게를 쉰다)가족 모임이 있었다. 단체로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고 있었다. 남편의 전화가 울렸다. 우리 가게 앞, 고깃집 사장님이었다.


창문이 열려 있어요.


한 번은 건너편 상점에서 전화가 왔다. “창문이 열려 있어요. ”

한 번은 단골손님이 전화를 주셨다. “창문이 열려 있어요. ”


이제는 그리 새롭지 않은 이야기다. 범인도 항상 같다. 청소를 한다며 환기를 한다며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잊고 오는 것이다. 다행히도 그 창문은 1층은 아니고 2층이다. 다행히 비 오는 날은 열고 간 적이 없다. 다행히 아주 추운 겨울날도 없었다. 대신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이 많았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창문이 움직이는 걸 보고 주변 분들이 전화를 주는 것이다.


오늘도 청소를 하려고 밤의 창을 활짝 열었다. 찬 바람이 시원하게 묵은 공기를 몰아내며 들어어 왔다. 항상 여는 그 자리 그 창문을 활짝 열고 청소를 마쳤다. 그러곤 잊고 있었다. 남편 사장이 2층으로 올라가길래 앗차 싶었다. 창문을 닫으러 가냐 물으니 화분에 물을 주러 간다고 했다. 나도 남편 사장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활짝 열린 창문을 보이는 밤의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돌아섰다. 계단을  총총총 내려왔다. 그 모습은 보던 남편은 그새 또 잊었냐며 타박이다. 나는 왜 사진만 찍고 내려왔을까. 왜 또 잊었을까. 그리고 왜 늘 그 창문일까.


잊지 않기 위해 나는 사진 한 장을 더 찍은 다음 창문은 굳게 닫았다. 뒤돌아 섰다가 다시 돌아서 창문 손잡이를 당겨도 보았다.


자꾸 같은 창문을 열고 다니는 건, 그 자리에서 보는 풍경 때문인 것 같다.


까만 밤 아래 가로등

가로등 아래 골목길 주택가

켜켜이 쌓여있는 잠자는 집들

까만 어둠 속 가로등 아래

차분함 안정감에 휩싸인

고요한 밤의 풍경을 담고 싶어서

나는 창을 연다.

그리고 닫지 않는다.

자주.



가게 문을 잘 닫고 다니자.


브런치 글 이미지 1


문단속은 깜빡이는 나에게 늘 따라다니는 걱정거리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편은 신혼 초부터 걱정을 했다. 그래서 현관문은 늘 닫으면 바로 문이 닫히는 문으로, 열쇠도 자주 놔두고 다니는 깜빡이 아내를 위해 늘 번호키를 새로 달았다. 그러나 주택의 대문은 번호키로 할 수 없었고 늘 열쇠를 들고 다녀야 했다.  


처음 우리가 살던 주택이 문제였다. 아파트 말고 처음 사는 주택이라 적응기가 필요했었는지 열쇠를 안 들고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열쇠 없이 아기띠만 하고 집에서 나오거나, 배부른(임신한) 상태로 유모차에 아이를 데리고 나오거나 해서, 언제나 나는 담을 훌쩍 뛰어 넘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자주 옆집에 가서 의자나 사다리를 빌려왔다. 이웃집에 사람이 없으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우리 집 담을 넘어 주세요. ”


문을 잘 잠그고 다니자. 그리고 열쇠를 잘 챙기자. 창문도 잘 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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