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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리찜 요리는?

나에게서 잊힌 기억들

by 눈항아리 Mar 07. 2025

코다리찜을 먹고 싶었다. 코다리 조림도 괜찮았다. 그저 꼬들한 식감의 생선이면 족했다.


배가른 코다리를 샀다. 어떻게 요리를 할까? 우선 너무 큰 코다리가 감당이 안 되어 집으로 데려갔다. 칸칸이 냉동 한 칸에 가득 찬 배가른 코다리가 네 마리였다.


배는 갈라져 있었으나, 미처 생각지 못한 생선의 중요한 부위가 있었으니 바로 코다리의 머리부터 꼬리지느러미를 연결하는 강력하고 튼튼하고 기다란 뼈의 존재였다. 생선의 온몸을 관통하는 굵다란 뼈 하나만 있으면 말을 않는다. 생선은 가느다란 가시와 같은 뼈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나는 배가른 코다리를 사면서 왜 뼈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을까. 아마도 가시 없는 생선을 기웃거리며 찾아보다 배 가른 코다리를 주문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가시 없는 고등어와 코다리 둘 중 어느 것을 살까 고민하다 코다리를 산 것이다. 뼈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 바다 마을에서  태어나 온갖 생선 뼈를 발라본 내가 아니던가.


배가른 코다리도 뼈가 있었다는 것을 나는 깜빡 잊고 있었다




열흘 넘게 냉동실에서 묵은 코다리를 2마리 꺼냈다. 크기가 커서 들어갈 냄비가 없다. 지름 32센티미터 큰 솥을 가지고 왔지만 코다리의 어디든 잘라야 들어간다. 녀석을 자르려면 녹여야 한다. 언 상태로는 자를 수 없다. 이번에는 냉동 말고 냉장칸으로 들어갔다. 하루를 녹여 머리를 잘랐다. 허리도 한번 잘라 한 마리를 두 동강 냈다. 이번엔 냄비도 잘 가져왔다. 모든 재료가 완벽했으나 콩나물이 찜용이 아니었다. 콩나물이 쪼그라들어 찾아볼 수 없었다. 오동통한 찜용 콩나물을 왜 생각지 못했을까. 그리고 생선찜이라면 꼭 있어야 할 전분이 없었다. 무도 없었다. 왜 그리도 빼먹은 게 많은지. 그래도 맛나게 먹었다. 아이들도 남편도 잘 안 먹어서 혼자 냄비를 끌어안고 뼈를 바르고 가시를 바르고 생선살을 쏙쏙 골라 먹었다.  


2마리의 코다리는 아직 냉동실에 있으니 한 번의 실패야 뭐, 괜찮았다. 2차전을 잘 치르면 된다.


2차전은 가게에서 치르기로 했다. 아이들이 없었던 어느 저녁이었다. 냉장해서 하루가 지나 잘 녹은 코다리의 머리를 잘랐다. 꼬리도 잘랐다.  간장과 설탕을 넣고 맛술도 넣고 졸였다. 맛있게 졸였으나 단 하나가 없었으니 그것은 바로 고춧가루였다. 하얀 코다리조림에 전분 물을 풀었다. 전분물을 풀까 말까 망설여지기도 했다. 고춧가루가 없으니 많이 허전했지만 코다리는 달콤 짭조름하니 참 맛있었다.


요리를 할 적엔 레시피 속의 재료를 미리 준비하자. 냄비 준비도 확실하게! 늘 갖추어져 있는 조미료도 한 번 더 확인하자.


그렇게 가게에는 고춧가루가 다 떨어진 지 한참 되었다. 아이들의 개학 준비를 서두르고 있을 때이니 지난 금요일쯤이었으리라 예상한다. 벌써 일주일이나 되었다.


내일은 고춧가루를 꼭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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