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서 잊힌 기억들
코다리찜을 먹고 싶었다. 코다리 조림도 괜찮았다. 그저 꼬들한 식감의 생선이면 족했다.
배가른 코다리를 샀다. 어떻게 요리를 할까? 우선 너무 큰 코다리가 감당이 안 되어 집으로 데려갔다. 칸칸이 냉동 한 칸에 가득 찬 배가른 코다리가 네 마리였다.
배는 갈라져 있었으나, 미처 생각지 못한 생선의 중요한 부위가 있었으니 바로 코다리의 머리부터 꼬리지느러미를 연결하는 강력하고 튼튼하고 기다란 뼈의 존재였다. 생선의 온몸을 관통하는 굵다란 뼈 하나만 있으면 말을 않는다. 생선은 가느다란 가시와 같은 뼈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나는 배가른 코다리를 사면서 왜 뼈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을까. 아마도 가시 없는 생선을 기웃거리며 찾아보다 배 가른 코다리를 주문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가시 없는 고등어와 코다리 둘 중 어느 것을 살까 고민하다 코다리를 산 것이다. 뼈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 바다 마을에서 태어나 온갖 생선 뼈를 발라본 내가 아니던가.
열흘 넘게 냉동실에서 묵은 코다리를 2마리 꺼냈다. 크기가 커서 들어갈 냄비가 없다. 지름 32센티미터 큰 솥을 가지고 왔지만 코다리의 어디든 잘라야 들어간다. 녀석을 자르려면 녹여야 한다. 언 상태로는 자를 수 없다. 이번에는 냉동 말고 냉장칸으로 들어갔다. 하루를 녹여 머리를 잘랐다. 허리도 한번 잘라 한 마리를 두 동강 냈다. 이번엔 냄비도 잘 가져왔다. 모든 재료가 완벽했으나 콩나물이 찜용이 아니었다. 콩나물이 쪼그라들어 찾아볼 수 없었다. 오동통한 찜용 콩나물을 왜 생각지 못했을까. 그리고 생선찜이라면 꼭 있어야 할 전분이 없었다. 무도 없었다. 왜 그리도 빼먹은 게 많은지. 그래도 맛나게 먹었다. 아이들도 남편도 잘 안 먹어서 혼자 냄비를 끌어안고 뼈를 바르고 가시를 바르고 생선살을 쏙쏙 골라 먹었다.
2마리의 코다리는 아직 냉동실에 있으니 한 번의 실패야 뭐, 괜찮았다. 2차전을 잘 치르면 된다.
2차전은 가게에서 치르기로 했다. 아이들이 없었던 어느 저녁이었다. 냉장해서 하루가 지나 잘 녹은 코다리의 머리를 잘랐다. 꼬리도 잘랐다. 간장과 설탕을 넣고 맛술도 넣고 졸였다. 맛있게 졸였으나 단 하나가 없었으니 그것은 바로 고춧가루였다. 하얀 코다리조림에 전분 물을 풀었다. 전분물을 풀까 말까 망설여지기도 했다. 고춧가루가 없으니 많이 허전했지만 코다리는 달콤 짭조름하니 참 맛있었다.
요리를 할 적엔 레시피 속의 재료를 미리 준비하자. 냄비 준비도 확실하게! 늘 갖추어져 있는 조미료도 한 번 더 확인하자.
그렇게 가게에는 고춧가루가 다 떨어진 지 한참 되었다. 아이들의 개학 준비를 서두르고 있을 때이니 지난 금요일쯤이었으리라 예상한다. 벌써 일주일이나 되었다.
내일은 고춧가루를 꼭 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