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청소 용품 사용기

by 눈항아리

일요일 아침밥을 챙겨 먹기도 전에 복실이와 다*소에 갔습니다. 모두 같이 가자고 졸랐지만 딸아이 빼고는 아무도 따라나서지 않습니다. 일요일엔 (지구의) 평화를 지켜야 합니다. 지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사내아이들과 남편은 열심히 싸웁니다. 게임 속에서요.


차를 타고 10분을 달렸습니다. 1000원짜리 청소용품 사겠다고 비싼 기름을 바닥에 뿌리고 다녔습니다. 하루 기다릴까 오후까지만이라도 기다릴까 생각했지만 들썩거리는 엉덩이가 가만있지를 못합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냥 달립니다. 청소가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다*소에 들어가면 각자 살 것에 정신을 쏟습니다. 그 많은 물건을 다 사고 싶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돌아다니며 구경을 할 것이 아니니 직원에게 청소 용품의 위치를 얼른 물었습니다. 3층으로 갑니다. 복실이는 계단 첫발을 떼자마자 튜브형 아이스크림을 산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팥빙수는 절대 안 산다고 합니다. 지난번에 와서 팥빙수를 사가지고 갔지요. 10분을 달려 집에 갔더니 팥빙수가 다 녹아 있는 겁니다. 팥빙수 보고 아이들이 식혜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꼭 튜브형으로 사겠답니다. 물건에는 한눈을 안 팔아서 다행입니다. 아이의 요구에도 저는 3층으로 직진합니다.


1000원짜리를 사러 갔으면서 1000원만 쓸 수는 없습니다. 그게 다*소의 함정입니다. 생각했던 물건은 잊고 다른 물건만 잔뜩 사 온다는 것도 함정입니다. 사려고 했던 청소 슬리퍼는 잊었습니다. 부직포로 된 슬리퍼 커버를, 부직포 틈새 청소 먼지 클리너와 먼지떨이를 샀습니다. 리필도 잔뜩 샀습니다. 바구니도 안 들고 올라갔지요. 들어갈 때 마음은 늘 하나만 사겠다고 하거든요. 떨어질까 봐 겨드랑이에 두 개 끼고 손에 꼭 쥐었습니다. 제 볼일 다 보고 이제 딸아이 차례입니다. 아이스크림을 사러 2층으로! 이런 아이스크림이 엔초와 팥빙수뿐입니다. 가면서 절대 먹을 수 없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마트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고 집으로 왔습니다.


1000원짜리 사러 나가서 대체 얼마를 쓰고 온 거지요? 그래도 주말이 아니면 안 됩니다. 평일에 도통 시간이 안 납니다. 1000원짜리 하나가 막강한 능력을 발휘해 줄 겁니다.


먼저 청소 슬리퍼를 안 샀습니다. 거실에 신고 다닐만한 실내화가 없습니다. 그런데 실내화 커버만 샀습니다. 이런! 실내화 부직포 커버를 양말 신은 발에 씌웁니다. 청소하는 동안 신고 다닐 용도로 딱입니다. 그런데 자꾸 벗겨집니다. 제 발이 정말 작아서 그렇습니다.


파리채 길이만 한 틈새 먼지 청소기에 부직포를 붙입니다. 냉장고 바닥 틈새, 장롱, 소파 바닥을 청소할 수 있습니다. 소파 아래에서 양말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옵니다. 소파가 양말 제조기입니다. 먼지와 함께 바깥세상으로 나온 양말을 다시 세탁 바구니에 넣었습니다. 저는 청소 도구를 들고 있으니 달복이에게 양말의 운반을 부탁했습니다. 절대 벌레가 나타날 것 같아서 그런 건 아닙니다. 그리고 먼지는 청소기를 가져와 말끔히 밀었습니다.


기다란 먼지떨이는 파리채 길이 두 배만 합니다. 먼지떨이로 장롱 위, 에어컨 위, 책꽂이 먼지를 조심히 닦아냅니다. 책꽂이의 먼지는 소리 소문 없이 가볍게 붙어버립니다. 장롱 위, 에어컨 위를 훔치니 회색의 엉겨 붙어 있는 먼지가 잔뜩 달려 나옵니다. 엄청난 먼지 구덩이 속에 우리는 살고 있었습니다. 내친김에 큰 아이 방 침대 밑도 쓸어줍니다. 먼지떨이로 쓸어 주었습니다. 먼지가 왕창 딸려 나왔습니다. 늦게 일어난 둘째에게도 보여주려고 열심히 한 번 더 청소를 했습니다. 자신의 방에 들어가 먼지를 들고나오는 것도 싫답니다. 그래도 열심히 다니며 창틀과 책상 곳곳의 먼지를 닦았습니다. 복이의 침대는 깔판이 낮아서 먼지떨이가 안 들어가 틈새 먼지 청소기를 쑤셔 넣었습니다. 나름 열심히 청소를 하고 나와 먼지가 붙은 청소포는 얼른 쓰레기통에 넣고 혼자 만족합니다.


“얘들아 정말 깨끗하다.”


청소를 하는지 마는지, 했는지 안 했는지 전혀 표가 안 납니다만, 나름 만족스럽습니다.


“복실아 정말 깨끗하지? ”


“응 엄마 정말 깨끗해.”


먼지는 있어도 없어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맞장구 쳐주는 딸아이가 있어 행복합니다.



마지막 청소, 복이의 방 청소를 하며 도구 두 개를 바꿔 사용하는 동안 먼지떨이를 잃어버렸습니다. 놔두는 자리도 지정해놨는데 청소포를 쓰레기통에 버린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식구들을 다 불러 방방이 찾아보게 했지만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정신머리라니요. 가장 만족스러운 물건의 본체가 사라졌습니다. 리필 다섯 개를 사용하고 봉지 안에 3개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집안 어딘가에 있겠지요? 제발 나와랏!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먼지 청소를 해보려고 합니다.


걸레 빨기 싫어하는 저는 일회용 청소 도구의 도움이라도 받아 보려고 합니다.


오늘도 청소!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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