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물이 찔끔찔끔 흘러 고생하고 있습니다. 저는 비염이 없는데 비염 같습니다. 봄이 다 가버렸는데 이상한 일이지요. 감기인 것 같기도 한 것이 증상이 심해지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종일 재채기를 해댔습니다. 뭔가 간질간질한 것이 계속 코를 자극하고 있었습니다. 비염은 조용한 병이지만 때로는 심각한 재채기를 동반하기도 합니다. 몸은 코 속으로 들어온 적을 밖으로 내쫓겠다는 일념으로 천둥과도 같은 소리를 동반한 거센 바람을 순식간에 코 밖으로 쏘아 보냅니다. 적은 제 코 속에 머물다 공중으로 멀리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겠지요? 그러나 한 번이 아니라 종일 거센 재채기가 계속되자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재채기가 제정신을 쏙 빼놓습니다. 뭔가 알레르기인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실내에서 에어컨을 계속 켜고 있으니 에어컨에서 나오는 공기 탓일까요? 먹는 것 중 저랑 안 맞는 걸 꾸준히 먹는 걸까요? 계속된 재채기에 코에 뭐가 있나 싶어 코 구경을 하러 갔습니다. 면봉을 하나 들고 쑤셔볼까 했지요.
코 속 세계가 궁금합니다. 거울 앞에 서서 코를 치켜들고 눈을 내리깔고 부릅떴지요. 콧속이 안 보입니다. 이런, 제 코 안은 숲이 되어 있었습니다. 코는 뻥 뚫려있는 거 아니었나요? 제 코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코털 숲이 생겼어요!
저 여자 맞아요!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요?
저 남자 되는 건가요?
코에 삐죽 긴 털이 하나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벌써 1년 전이지요. 길이가 얼마나 긴지 코 밖으로 한 떨기 꽃송이처럼 삐죽 튀어나와 있기도 했습니다. 코 속으로 욱여넣기도 했지만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1년 전 코털 제거기를 샀습니다. 가끔 한 떨기의 코털이 자라나면 코 속으로 기계를 넣고 버튼만 누르면 되는 아주 간단한 기계입니다.
사실 살면서 콧구멍을 들여다볼 일이 크게 있겠습니까. 아이들 어릴 적 좁은 콧구멍이야 매일 들여다보았지만 말입니다. 아이들도 콧구멍이 커지고 나서는 감기가 들어도 그 구멍이 막혀서 고생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아이들 콧구멍도 코피가 나지 않는 이상 신경을 잘 안 씁니다.
거울에 비춰본 제 콧구멍 속에는 무수한 털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저 어디 아픈 걸까요? 무슨 병이 생기는 건가 봐요 엉엉.
폭풍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코털 나는 병’
‘여성 코털’
‘중년 여성 코털‘
‘코털 제거’
여성 코털 제거기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병이 아닌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다행입니다.
‘중년 여성 코털’이라는 검색어로 찾으니 ‘호르몬’이라는 단어가 눈에 확 띕니다.
‘갱년기 여성 코털’을 검색했습니다.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며 남성이 털이 생기는 부위에 털이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흑흑 저 갱년기에 접어드나 봅니다. 갱년기 증상이 시작되는 것일까요. 갱년기 증상이 확실하답니다. 정상이랍니다. 정상이라서 더 기분이 상합니다. 오르락내리락 갑자기 기분이 그런 것 같습니다.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기도 하군요.
조용히 코털을 깎았습니다. 재채기는 사라졌습니다. 코를 마구 간지럽히던 것은 외부 침입자가 아니라 마구 자라난 제 뾰족 코털이었습니다.
중년 여성 여러분! 코털이 나도 걱정하지 마세요. 갱년기라는 자연스러운 인생의 과정입니다. 참 더불어 코털의 길이가 자라는 건 노화의 증거라고 합니다. 그러니 코털이 쑥쑥 자라도 걱정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