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잎이 쭈글쭈글

부직포 화분에 키우는 고추 이야기

by 눈항아리
<고추테리어>는 부직포 화분에 키우는 고추 한 그루의 이야기입니다.
반려식물과 함께 호흡하는 일상 이야기입니다.
좁은 부직포 화분 속 작은 생명에게 삶을 배웁니다.

‘고추테리어’는 고추와 인테리어의 조합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고춧잎이 쭈글쭈글하다. 왜 이렇지? 날씨가 너무 더운가? 잎을 뒤집어 보니 하나 둘 진딧물이 보인다. 으으으~~

남편은 등에 지는 약통을 들고 출근했다. 잎이 쪼그라드는데 약처방으로 그 잎이 펴질 것인가?

“무슨 약을 친 거야?”

“늘 치던 약.”

그건 벌레 잡는 약이다. 은행 삶은 물에 전착제를 첨가한 천연 수제 농약이다.

어제와 다르게 날이 더워서 그런가 더 쭈글쭈글해졌다. 힘내라고 남편이 고추 화분에 거름도 뿌려줬다.

쭈글이가 된 고춧잎은 바이러스 영향일 수도, 진딧물, 총채벌레 등 즙을 빨아먹는 벌레 때문일 수도, 너무 더워서 혹은 칼슘이 부족해서 일수도 있단다. 농약을 치려면 사진을 찍어 농약사에 가져가 보여주면 알아서 약을 준단다. 우리는 화학 농약을 안 치니 매번 치는 똑같은 약을 친다. 은행 삶은 물은 효과가 좋다고 한다. (은행을 털러 다니느라 몇 년 고생했고, 지금은 은행 삶은 물을 사서 쓴다.)

물은 줬다. 습하기는 하지만 아주 고온은 아니다.

진딧물 몇 마리와 작은 이름 모를 벌레가 기어 다닌다. (으~~ )

비료를 따로 안 주니 칼슘 부족일 수도 있겠다. 칼슘은 계란 껍데기를 주면 된다는데...

남편은 어제 계란 껍데기 5개를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가루로 빻아 식초를 넣고 부글거리는 병을 들고 왔다 갔다 했다. 고추 주려고 그러나?

“여보, 자기야! 저 잎이 쪼그라드는 거 칼슘 부족일 수도 있대. 얼른 그 계란 물 좀 줘봐. 응?”

“그건 2주 후에나 쓸 수 있어.”

“그럼 곱게 빻아서 흙에 섞어주면 안 될까?”

별 효과가 없을 거라는 남편. 그래도 내일 해볼까 싶은 말 안 듣는 아내.

그이가 보기에는 칼슘 부족은 아닌 것 같다고 한다. 약을 뿌렸고 퇴비를 조금 줬으니 폭풍 성장하면 괜찮을 거라고 한다. 내가 자른 곁순의 상처가 커서 그런 걸까? 잘라낸 이파리 때문에 광합성이 모자라서 그런 걸까? 아직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골골대는 고추가 걱정된다.


나 걱정하고 있구나. 작은 고추를.

옆에 있으니 작은 잎 하나하나 세심하게 들춰볼 수 있다.

멀리 있으면...

작은 식물에게는 그렇게도 관심과 정성을 쏟으면서...

주말에는 아버지에게 다녀와야겠다. 그리 멀리도 아닌데 바쁘게 산다는 핑계는 그 거리를 자꾸 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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