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직포 화분에 키우는 고추 이야기
<고추테리어>는 부직포 화분에 키우는 고추 한 그루의 이야기입니다.
반려식물과 함께 호흡하는 일상 이야기입니다.
좁은 부직포 화분 속 작은 생명에게 삶을 배웁니다.
‘고추테리어’는 고추와 인테리어의 조합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고추 줄을 묶었다. 남편의 솜씨다. 하늘색을 닮은 퍼런 줄로 단단히 맸다. 그 매듭은 절대 안 풀린다고 했다. 남편은 나에게도 매듭 묶는 법을 몇 번 가르쳐 줬다.
학창 시절 보이스카웃에서 배웠다는 그 매듭법. 선박의 줄을 묶을 때도 사용했고 캠핑장에서도 자주 사용했던 그 매듭법. 남편은 고추 줄을 묶으면서도 사용한다. 파란 줄은 절대 풀어지지 않아서 겨울을 지나 다음 해 봄까지도 잘 붙어있다. 끈을 제거할 때 하는 수 없이 가위를 사용해야 한다. 끊어진 줄을 일일이 하나씩 주워야 하는 번거로움을 동반한다. 안 풀리기는 하지만 줄이 늘어지며 헐거워지는 건 막지 못하는 고집스러운 매듭법이다. 강력하고 특별한 남편의 매듭법을 남편은 또 가르쳐줄까 한다. “다음에 고추 줄 묶을 때 배울게요. 또 금방 잊을 걸 뭐. ”
고추 줄을 매 주고 나니 어제까지 쌩쌩 불던 바람이 잔잔해졌다. 바람이 잔잔하니 더위가 기승이다. 바람 걱정이 안 되니 다른 걱정이 더해지는 건지도 모른다.
기온이 쭉쭉 오른다. 35도씨, 습도 70퍼센트. 고추도 한계 상황인 것일까. 좁은 화분에 들어찬 흙은 땅보다 온도에 민감하다. 고추는 멀쩡해 보이는데, 며칠 하얀 꽃이 피었는데, 꽃은 떨어졌는데 열매가 안 열린다. 너무 더운가.
비바람이 잔잔해지니 더위가 걱정이다. 바퀴 달린 화분인데 너무 더울 땐 그늘에 데려다 놓으면 안 될까? 기온이 더 오르면 우산을 씌워주면 안 될까? 열대, 아열대 작물인 고추도 더위를 탄단다. 7월 폭염이 예상된다고 한다. 숨을 쉴 수 있으려나.
관심이 늘어나니 걱정도 하나 둘 늘어간다. 관심과 걱정은 한 세트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