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직포 화분에 키우는 고추 이야기
<고추테리어>는 부직포 화분에 키우는 고추 한 그루의 이야기입니다.
반려식물과 함께 호흡하는 일상 이야기입니다.
좁은 부직포 화분 속 작은 생명에게 삶을 배웁니다.
‘고추테리어’는 고추와 인테리어의 조합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찜통더위, 가마솥더위, 불볕더위, 초 무더위, 사흘째 초 열대야, 최저기온 30도, 최고기온 37도, 폭염특보, 온열질환 주의, 습도가 높아 체감 온도가 더 높아. 밤 11시 현재 온도 31.4도. 오늘 우리 동네를 표현하는 단어들이다.
밖은 뜨겁다. 바퀴 달린 부직포 화분을 이리저리 끌었다. 아침에는 건물 그림자가 생기는 곳으로 옮겼다. 모든 공기가 데워져 그늘도 뜨겁기는 마찬가지였다. 한낮에는 좁은 마당에서 아무리 바퀴 달린 거치대를 끌고 다녀도 태양을 피할 도리가 없었다. 해가 지는 저녁 무렵에는 고추를 담장 밑으로 옮겼다. 좁은 그늘이 별 도움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바람이 후끈했다. 뜨끈했다. 숨쉬기가 힘들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고꾸라질 수도 있는 날씨였다. 택배 아저씨는 정말 계단에서 구를 뻔했다고 한다. 아저씨의 얼굴이 퀭했다. 더위가 너무하다.
그나마 해가 기울고 나서 고추에게 한 모금 물을 줄 수 있었다. 물조리에 수돗물을 담아 천천히 뿌려주었다. 찬물이 아니다. 찬물을 바로 주면 탈이 날까 봐 미지근한 물로 주었을까? 수돗물이 따뜻하게 나온다.
오늘을 견디어 주어 고맙다, 고추야.
오늘을 견디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택배가 조금 늦어지거나 아이스박스의 얼음팩이 다 녹아 있어도 이해해야 하는 날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