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이며, 참을 인을 가슴에 새기며

방학 식사/ 초등 식사

by 눈항아리

여름 방학 중 처음 맞는 일요일이다. 우리의 아침 식사 시간은 참으로 길다. 셋은 먼저 먹고 일어났다. 이제 셋이 남았다. 우 복실, 좌 달복, 대장 자리에 나. 밥시간은 20분을 넘어가고 있다. 늘어지는 일요일, 방학인 아이들은 더 느긋해지는 일요일이다. 일요일 아침 그들의 식사는 참으로 가관이었다.


밥을 먹다 심심해진 복실이는 머리끈 늘이기 놀이를 한다. 머리끈을 다리에 끼우고 무릎을 넘어 허벅지까지 올린다. 밥 먹을 땐 긴 머리를 묶으라고 했더니 다리를 묶고 앉아있다.


밥을 먹다 심심해진 달복이는 밥 먹다 말고 누워서 발차기를 한다. 복실이도 따라서 상 밑으로 누워 발차기를 한다. 둘이 마주 보고 앉아, 아니 마주 보고 누워 발차기를 한다.


밥을 먹다 심심해진 달복이와 복실이는 끊임없이 말을 한다. 서로 통하는 3학년과 5학년 남매의 대화는 쉼이 없다. 밥 먹기는 잠시 멈추고 말을 계속 주고받는다. 가위바위보를 하고, 말 잇기 놀이를 하고, 게임 얘기를 하고...


밥을 먹다 심심해진 달복이와 복실이를 보다 못한 나는 오 분 있다 밥을 치운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밥 먹어!”


볼에 한가득 밥을 넣은 복실이. 한꺼번에 많이 넣지 말라고 하니 볼을 홀쭉하게 만든다. 오므린다. 입이 봉긋 튀어나온다. 국물이 주르륵 흐를 것 같다. ‘저러다 뿜진 않을까? ’

달복이는 밥을 뒤적뒤적한다.

“엄마 밥이 왜 한쪽은 빨갛고, 한쪽은 하얀색이에요? 밥이 왜 이래요?”

“아침밥이랑 점심밥을 섞어서 그래.”

“그런데 왜 빨강이예요?”

“응, 수수가 들어가서 그래.”

“수수는 왜 빨강이예요?”

“원래 빨강이야 인마!" 엄마 성질을 다 돋워놓고 달복이는 천연덕스럽게 양 볼에 또 가득 밥을 넣는다.

“볼에 밥 가득 넣지 말라고 했지!” 복실이랑 똑같이 입으로 모은다. 어휴.

“앞으로 들어앉아 먹어. 앞으로 3분 남았어.”


“반찬에 머리카락 들어가잖아. 똑바로 앉아서 먹어. 머리 묶으라니까, 머리끈은 또 어쨌어?”

“엄마 고기가 너무 매워.” 밥 먹은 지 거의 30분이 다 되어가는데 반찬이 맵다고 하는 복실이다. 달복이는 더 매웠을 텐데... 그래서 밥 먹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 걸까? 그런데 고기반찬은 30분이 다 돼서야 맛을 본 걸까?


“달복아 숟가락 얼굴 턱에 꼽지 마. 장난치지 말고, 이제 1분 남았어. ”

“엄마 다리가 너무 저려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그랬어요. ”

“한 숟가락만 더 먹어.”

“고기가 너무 매워요.”

이노무쉬키들!


방학이라 느긋해진 마음도 한몫하겠지만 계속되는 무더위에 아이들 입맛이 뚝 떨어지는 것 같다. 부모에게 아이들 밥 안 먹는 것만큼 고역이 없다. 잘 먹는 음식으로 식단을 짜야겠다. 반찬을 너무 맵게 하지 말자. 어른 반찬, 아이 반찬을 따로 하던 때도 있었는데 맵기 조절쯤이야.


아이들이 어릴 적엔 밥 먹는 시간 한 시간은 기본이었다. 30분이면 아주 양호하다!


참을 인을 가슴에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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