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남편의 마음에 불을 지폈나

개학 전날, 6인 가족 바다행에 앞에서/

by 눈항아리

자연 속에 살아도 집 속에 사는 건 똑같다.

문을 열고 자연 속으로 모두 함께 들어가는 건 참 오랜만이다.


계곡물에 풍덩 뛰어들고 넘실거리는 파도를 타는 게, 젊은 시절에는 쉬운 일이었는데.

‘가자!’ 한마디에 몸 하나만 챙겨 친구들을 차에 가득 태우고, 떠나기만 하면 되었는데.


가족 물놀이는 챙길 짐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사람 여섯 명을 태우고 짐까지 차에 태워야 하니 차가 미어터질까 걱정된다.


안전을 위한 여섯 개의 구명조끼는 필수, 튜브 다섯 개, 캠핑장비 다수,

먹을 것이 가득 든 아이스박스 하나, 얼음 가득 채운 물통,

그 외 불판을 비롯한 한 끼 식사를 위해 필요한 많은 장비들.

차에 끼어들어가 앉아 무릎에도 짐을 하나씩 놔야 하는 건 아닐까.


왠지 막국수가 먹고 싶다.


나는 해변에 앉아서 바다 보는 게 좋은데...

그래도 겨울이 아니니 연통을 안 실어도 되는 게 어딘가.

담요를 안 챙겨도 되니 겨울에 비하면 짐이 가뿐하다.


괜히 방학, 아이들 운운하며

남편의 마음에 캠핑의 불을 지펴버렸다.

내가 불씨를 던졌지,

어디든 가자고.

어디라고 정해서 말해줄걸.

몇 년 만에 캠핑 장비를 챙기며 남편은 꼬마처럼 들떠 있다.



바다는 오늘 가는데 캠핑장 사이트는 계속 들락거린다.

에휴~

“다음 주에 이 사이트는 어때?” 이런다.

그럼 나는 그런다.

“아예 추석에 하루 잡지 그래?”

“오호! 좋은 생각이다.”



내일이면 모두의 개학이 완성되는데...

공식적인 방학 마지막 날, 우리는 바다로 간다.

오늘의 최고 온도는 34도라고 했다.

해변에서 까맣게 타버리는 건 아니겠지.

가면 또 재밌게 놀 거면서 구시렁거리기는.

아이들 모자 안 챙겼는데...

삼겹살은 제일 잘 먹을 거면서 불평하기는.



어디 가고 싶은 곳도, 먹고 싶은 것도 없는,

호불호가 분명치 않은 나는,

마음 한구석에 늘 못마땅함이라는 감정을 품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약속이라는 떡볶이를 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