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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기 기계 앞에 선 복실이

by 눈항아리

막내 딸아이 복실이가 소비에 눈을 뜨고 있다.

엄마인 나를 닮아서 뽑기를 좋아한다.


가족 여덟 명이 단체로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관 팝콘을 기다리며 복실이는 팝콘보다 팝콘 쿠폰을 주는 돌림판 돌리는데 더 신났다. 돌림판을 다 돌리고 인형 뽑기에 시선을 준다.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그 마음을 나는 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또 인형 뽑기 기계 앞에 섰다. 한번 시켜주면 좋을 텐데... 누구도 찬성하는 이가 없었다.


복실이의 일주일 용돈은 삼천 원이다. 용돈으로 분식집의 떡볶이, 슬러시만 사 먹던 아이가 편의점을 다닌다. 학교 앞 편의점을 넘어 길거리 편의점 앞에서 멈추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용돈의 범위 내에서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는 걸 이제는 안다. 얼마전까지도 “엄마 편의점에서 바나나 우유 사 먹어도 돼요?”라고 전화로 하나하나 물어봤는데, 아이는 금방 크고 뭐든 빨리 배운다.


아이는 편의점 앞에 서면 지갑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뽑기 기계 앞에서 동전을 꺼낸다. 오백 원 동전이 하나밖에 없다. 천 원짜리를 꺼내 편의점에 들어가 바꿔온다. 그런데 천 원짜리 뽑기는 마음에 안 든다. 이천 원짜리가 마음에 드는데... 천 원을 더 꺼내 바꾸러 들어가더니, 고개를 푹 수그리고 나온다. “오백 원짜리가 이제 세 개 밖에 없대. 장사해야 해서 못 바꿔 준대. 흑흑. “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느 날은 이마트 3층에 있는 캡슐 뽑기 앞을 지나다 뽑기 한번 시켜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번쩍이는 커다란 뽑기 기계 앞에 섰다. 10500원 가격표가 붙어있다. 어쩐지 캡슐이 크기가 남다르다 했다.

달복이도 한 마디 했다. “엄마, 내가 본 가격은 13500원이야.”

13500원 실화 맞다. 너무 비싸서 못 시켜줬다.


뽑기를 못한 복실이의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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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하기 위해 귀 기울이다 자연스레 글쓰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가족, 자연, 시골생활, 출퇴근길,사남매의 때늦은 육아 일기를 씁니다. 쓰면서 삶을 알아가고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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