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그릇에 금이 갔네~"
엄마는 내 밥그릇을 빼앗아 밥을 다른
그릇에 옮기고 그릇을 버렸다.
쌀 한 톨 남기면 야단치며 절약을 강조하던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다.
'깨진 그릇을 음식을 담으면 복이 나간다'는
이유였다. 초등학교 때로 기억난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복 많은 사람이다.
돈 걱정 없이
밥 굶지 않고
아들 둘에다가
손자 손녀도 있고
아내도 한 명 있다.
산속 절이 있는 바로 밑에
아주 소박한 아파트도 한 채 있다.
아파트 구입한 사건을 소개한다.
직장에서 한참 일하고 있는 오후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아파트 하나 샀다"
편의점에서 물건도 아니고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아파트를
구입한 아내가 황당했다.
그것보다 더 황당한 건 따로 있었다.
어디인데, 몇 층인데 물었는데
아내는 정확한 위치도 몇 층인지도 모르고
샀다고 했다.
평수도 잘 몰랐다.
24평인지 25평인지 말 끝을 얼버무렸다.
왜 샀는지 이유를 물었더니
복덕방 아주머니가 풍수지리설이 최고라고
해서 샀다고 했단다.
그것도 프리미엄 일천만 원이나 얹혀서
좋은 건 공기 좋은 것 밖에 없다.
처음 살 때 전망은 좋았는데 작년에
집 앞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전망을 막아버렸다.
10년 전 구입 가격에 비해
5천만 원 정도 떨어졌다.
아파트 가격은 떨어졌지만 별 탈 없이
잘 지내 온 것은 아내 말처럼
"풍수지리설" 그놈 때문인지 모른다.
아파트를 몇 번 옮길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돈도 없지만 옮기는 게 귀찮았다.
익숙하고 편하다. 그래서 그냥 지금까지 살고 있다.
초등학교 아내 친구가 교장으로 승진했다고 했다.
초등학교 3 총사가 있는 데 아직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아내 친구 신랑과 신혼 초에 만나
함께 술을 마시며 즐겁게 지냈던
생각이 떠올랐다.
아내와 친구 만나러 부산에서 서울 강남,
그녀가 근무하는 교장실에 들어갔다.
학교 다닐 때 딱딱하고 무서운 교장실이 아닌
카페 같은 분위기. 곳곳에 화분이 있고,
커피 내리는 기기, 회의용 테이블,
화가를 알 수는 없지만 좋아 보이는 그림
복도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꾸며져 있었다.
아내 친구 신랑이 우리를 양 꼬지 집을 안내했다.
함께 양 꼬지를 먹고, 수제 생맥줏집에 가서
밤늦도록 수십 년 전 함께 했던 추억을
소환하며 새벽 한 시가 되어서야
호텔로 돌아왔다.
친구, 오래 친한 사이란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깨진 그릇에 음식을 담으면
복 나간다고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은 금이 살짝 있는 그릇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호텔이나 식당에서도 깨진 그릇을 사용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깨끗한 그릇보다 금이 살짝 있다는 건
금이 생길 정도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역사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이고
그런 세월 흔적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하여, 아주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는 이가 나간
그릇에 음식을 담아 내온다.
이가 나간 접시를 받게 되면
행운이 온다고 생각한다.
가정뿐 아니라 호텔이나 식당에서 깨진 그릇을
사용한다.
중국에서 금이 간 그릇을 사용하는 이유를 정리하면
첫째, 역사와 전통이 있는 식당이다는 증거고
둘째, 그동안 수많은 사람이 다녀갔다는 증거이며
셋째, 그만큼 음식 맛이 보증되었다는 뜻이다.
아내 나이가 올해 환갑이다.
아내 친구도 남편도.
부산으로 내려오는 열차 안에서
아내 친구 내외와 함께 했던 어젯밤을 생각하니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릇이 새것이든 그릇에 금이 갔든
아파트가 산속에 있든 가격이 떨어졌든
아내가 오래된 한 명이든 상관없다.
지금까지 병 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고
오랜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것 자체가
행운이고 행복이다.
수서역에서 저녁 9시 28분
부산행 SRT 열차를 탔다.
흔들리는 열차 안에서 창밖을 봤다.
환갑이 넘도록 수 많이 힘든 일이 많았지만
지금까지 삶을 살아온, 살아낸 우리 부부와
친구 부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Fluctuat nec mergitur>
'흔들릴지언정 가라앉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프랑스 파리시의 모토다.
배가 파도에 흔들릴지언정 바다 아래로
가라앉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수많은 날들을 흔들리며 살아간다.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건
바다로 가라앉지 않았다는 증거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성탄절 아침.
Happy Christmas!
2025살, 오래전 우리를 위해 이 땅에
오신 친구, 아기 예수님의 생일을
기념하고 축하합니다.
예수님의 사랑과 축복이 온 누리와
여러분의 가정에 임하시길 기도합니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