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부산진구 문화센터
도서관에서 강의안을 만들고 있는 데
재난 안내 문자 도착
알람이 울렸습니다.
"현재 부산 전 지역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차량 서행 운전 등 안전에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부산시]"
올겨울 부산지역 첫눈입니다.
고개를 들어 창밖을 봤습니다.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습니다.
눈이 벽을 만들어 앞이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누군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와~ 눈 온다~"
"진짜 눈이네~~"
도서관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창가로 모여들어
한 학생이 괴성을 질렀습니다.
몇몇 사람은 밖으로 뛰어나가
두 팔을 위로 올려 온몸으로
눈을 받았습니다.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도
탈까 말까 머뭇거리는 눈칩니다.
아쉽게도 눈이 내리는 족족
녹아버렸습니다.
좀 쌓이면 좋을 텐데!
노트북을 닫고 창밖을 보며
한참 눈 내리는 걸 지켜봤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 하얀 기쁨이 뭉게뭉게
피어올랐습니다.
외출 후 돌아오며 반기는
강아지처럼 온몸과 온 마음으로
첫눈을 향해
꼬리를 마구마구 흔들어 댔습니다.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여보, 창밖으로 가봐 눈 온다!"
기상청에서는 충남권과 전라권, 제주도
산지를 중심으로 강하고 많은 눈이
내린다고 예보했습니다.
폭설로 인해 힘들어하는 지역도
있는 데 눈이 뭐가 좋아서 난리냐고 하겠지만
부산지방에는 1년 내내 눈이
내리지 않습니다.
더구나 올겨울 첫눈입니다.
눈이 15분간 오다가 그치고
흔적 없이 사라졌습니다..
첫눈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첫눈을 대하는 저 사람들 표정처럼
그렇게 하루를 살 수는 없을까!
첫눈을 보는 사람들은
2002년 월드컵 축구 때
거리에서 광장에서 모두 하나인 것처럼
밝고 환하게 두 팔 벌려 환호성을 지르며
눈을 반겼습니다.
저 표정, 마음으로 하루를 산다면
좋겠다고 말이죠.
개는 아침 태양을 보면 마치 처음 보는 양
꼬리 치며 좋아합니다.
주인을 만날 때도 오매불망
님을 기다리다 만난 것처럼
몸을 부딪히고 뛰어오르고
주의를 빙빙 돌고 온몸으로
힙합댄스를 춥니다.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게 가게 임대 안내문입니다.
빌딩에도 거리에도 곳곳에 붙어있습니다.
상처가 나서 붙인 밴드처럼
거리 곳곳에 상대편이 사기라는 정치
현수막들. 눈이 펑펑 내려 하얗게
덮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살아가는 것처럼 힘든 일이
없다고 하지요.
우리는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이겨내고 지금까지 잘
견디며 살아왔습니다.
15분 동안 내렸다가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 부산 첫눈처럼
상처, 고통, 슬픔, 견딜 수 없는
힘든 상황도 흔적 없이 지나가길
소망하며 확신합니다.
매 순간!
매 순간!
첫눈을 대하는 마음으로
강아지가 외출하고 돌아올 때 주인을
반기는 마음으로
사람을 맞이하고,
살아내고, 살아가겠노라고
첫눈에게 약속해 봅니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