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족은 프라다를 입지 않는다.

경제적 자유에 필요한 자산은 얼마인가.

by 오늘의 바다 보다

파이어족에 대한 영상이나 기사를 자주 찾아보는 편이다. 다들 어찌 사는지 궁금해 자세히 읽어보다 보면, 의외로 부정적인 댓글이 많아 놀라기도 한다. 특히 파이어를 하려면 적어도 00억은 있어야 한다는 의견들을 보면, 대한민국에서 파이어족은 백만장자라는 뜻으로 쓰이는가 싶기도 하다.


10억, 20억.... 100억... 억 소리 나는 댓글을 보다 보면 나의 소중한 자산꾸러미가 작고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목표는 높고 크게 가져야 한다 했지만, 거 높아도 너무 높은 거 아닌가요? 적어도 00억이 있어야 은퇴를 하겠다는 말은, 얼굴이 차은우정도 되어야 만나보겠다는 말과 같아 보인다. 농담처럼 던지는 그 말속에는 은퇴를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할 일이 없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다.


정말로 나만의 경제적 자유를 절실히 원하는 이들은, 내가 쓰는 돈, 앞으로 필요한 돈, 지금 있는 돈, 앞으로 필요한 돈을 수없이 다시 계산하며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당연히 목표 자산의 크기가 작을수록 은퇴를 할 확률이 올라가고 시기가 빨라진다.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필요하단 말인가? 적정 은퇴자금을 계산하는 방법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윌리엄 벤젠의 4% 룰이다. 모아 둔 은퇴자산의 4%를 매년 생활비로 사용한다면, 이 은퇴자금이 고갈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의 년 생활비의 25배 정도를 저축했다면, 빠른 은퇴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도 이 4% 룰에 맞는 자산을 모은 후 은퇴했다.


하지만 매년 무섭게 오르는 물가를 생각한다면, 조금 더 넉넉하게 자산을 모아야 안전하다. 그리고 모은 자산을 안정적으로 투자해서 배당이나 이자, 월세 등으로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젊은 나이에 퇴사를 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무모한 도전이므로, 착실하게 준비하고, 실행 후에도 안정적으로 지속해 나가야 했다. 지속가능한 은퇴생활을 위해, 절약을 통해 월 생활비를 줄이고, 저축과 투자로 돈을 착실히 모아나갔다. 무엇보다 작더라도 소득이 발생하는 파이프라인을 여러 개 만들어 추가 소득을 준비해 놓으면, 모아둔 자산이 줄어드는 속도를 현저하게 늦출 수 있다.


그렇다. 은퇴를 위해 필요한 자산은 사람마다 다르다. 인터넷이나 책에 있는 여러 계산방법은 참고자료로 보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모아둔 것들을 보면서 내 마음에 불안함이 없어야 한다. 아슬아슬 불안한 상태에서 퇴사를 감행하면, 예상치 않은 지출이 생길 때마다 마음이 쪼그라들고 요동치게 된다. 마음이 쪼그라든 상태에서는 의사결정을 할 때에 균형 있는 사고가 어려워져 약자의 입장에서 그릇된 선택을 하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쉬운 것이다.


코로나시기 이후, 투자시장이 과열되면서 코인이나 주식과 같은 투자가 대박이 난 나이 어린 투자자 중 일부가 경제적 자유를 외치며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나 지났을까, 외제차나 강남 럭셔리아파트를 자랑하던 사람들은 어느새 사라졌다. 절약과 미니멀라이프를 동반하지 않은 경제적 자유는 지속력이 약하다. 덮어놓고 쓴다면, 무한대로 늘어나는 것이 소비인 것이다.


한 번뿐인 소중한 나의 인생을 불꽃처럼 빠르게 태워버리고 싶지는 않다.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는 대신에 넘치는 시간을 나만의 가치관과 인생을 찾아가는 데에 가만가만히 아껴 쓰고 싶다. 이제는 비싼 옷 입어 누구에게 보여줄 일도 없다. 오늘도 가벼운 티셔츠와 운동화차림으로 산책을 하고 책을 읽는다. 평일에 즐기는 게으름. 이게 나의 사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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