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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부력의 신비

by 힙스터보살


이번 5월부터 우리반을 담당하는 수영 강사쌤이 바꼈다. 초급반부터 상급반까지 우리와 함께했던 쌤은 우리가 얼~~마나 수영을 잘 못하는지 알고 있어서 딱 그 수준에 맞게 우리는 지도하신 데 반면에, 새로 오신 쌤은 우리의 과거를 모르기에 우리를 참 많이 굴리(....)신다. 워밍업부터 갈 때 자유형 올 때 평형 네 바퀴라니.... 하하. 그런데 다음 훈련도 뭐든 네 바퀴부터 시작이네? 하하하하~


새로오신 쌤은 이전 쌤보다 뭔가 몰입된 훈련과 디테일한 피드백을 주시곤 한다. (이게 바로 상급반 취급인가? ㅎㅎ) 이전에는 평형 자체를 할 줄 아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평형 및 접영을 할 때 수영하는 이가 웨이브를 잘 그릴 수 있도록 턱당기기 훈련을 집중한다는 식으로 훈련이 진행된다. 이전 쌤은 레일 전체 사람들을 대상으로 피드백을 주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쌤은 한 명 씩 피드백하는 느낌이 더 있다. 실례로, 새로오신 쌤은 내가 왼쪽 팔을 덜 쓰며 수영한다는 것을 정확히 짚으면서 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운동시 왼쪽을 더 쓰라는 말씀을 하셨다.


(아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전 쌤이 별로라고 말하는 거 아닌 거 알죠? 오해하기 없깁니다? 우리반 모두 이전 쌤을 애정했지 말입니다. 수영은 뭐다? 필수다! 수영은 필수다!!!! 옮겨간 곳에서 일은 할만한가요? ㅎㅎㅎㅎ)


중성부력이 있으면 이게 됩니다. 물속은 신비로워~~


와중에 나는 새 강사쌤이 알려주신 '중성부력' 개념에 매료되었다. 중성 부력(Neutral Buoyancy)이란 물 속에서 몸이 동동 뜨지도 않고 바닥으로 가라앉지도 않는 상태를 가리킨다. 중성부력 상태에서 가부좌 틀고 앉아있으면 꼴이 딱 '공중부양'이 된다. 쌤께서는 중성부력을 설명 해 주시고 몸소 중성부력 상태를 보여주셨다. 굉장히 신기했다. 어떻게 물 중간에 몸이 고정되어있듯 떠 있지?


중성부력의 신비를 체험한 나는 그 부력의 정체가 몹시도 궁금하여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하면 중성부력 상태가 될 수 있어요?" 선생님의 대답이 디테일하게 다 기억나진 않는데, 내가 이해한 바로는 다음과 같다.


중성부력은 내 몸이 가라앉으려는 상태 대비 몸이 물에 뜨려는 힘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주로 스킨스쿠버에서 다루지만 수영을 잘 하기 위해서도 중성부력을 만들어 낼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중성부력에 관여되는 것은 몸무게, 내가 숨을 몸에 넣은 정도 등이 있다. 무게가 많이 나가면 자연히 물에 가라앉으려 할 것이고, 숨을 많이 들이쉬면 부력이 강해져서 몸이 위로 뜨게 되니 그 중간지점을 실험하듯 찾으라고 하시더라.


더하여, 수영을 잘 하고 싶으면 무조건 숨을 많이 들이쉬는 게 좋은 게 아니라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숨을 너무 많이 들이쉬면 부력을 강하게 받아서 뜨기만 한다고 했다. 우리 몸이 중성부력 상태가 되어야 물 속에서 잘 나갈 수 있는 거라고 하셨다. 입수할 때에도 숨을 무조건 많이 들이마쉬는 게 아니라 하셨다. 자연스럽게 호흡할 때 가장 많이 숨을 들이쉬는 것 대비 3/4 수준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출발하라고.


쌤의 설명을 듣고나서 다들 중성부력을 체험 해 보고자 했는데, 나 포함해서 다들 물에 둥둥 뜨기만 하더라. 수영 배우기 시작할 땐 물에 뜨는 게 잘 안되서 쩔쩔이었는데, 이제는 물에 가라앉는 게 안되서 쩔쩔이라니. 와중에 나는 왜 뜨기만 하지 잠시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지방은 물에 잘 뜨고, 내 몸은 지방이 많으니 그런 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그렇다면 해결책은 근육량을 늘려서 중력의 영향을 더 받아야 하나는 말이 되는 거고?)


친절하고 유머러스한 필수쌤, 거기서도 잘 내요~!


나는 본래 공놀이류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공으로 하는 앵간한 운동은 그럭저럭 하고 특히 배드민턴을 쪼끔 잘 한다. 공놀이 뿐만 아니라 격투기 류도 좋아했다. 한창 회사 다닐 때 틈틈히 복싱도 했다. 대학생 때에는 택견 동아리도 했고.


족저근막염과 임신출산 중 과하게 늘어난 몸무게 때문에 기존 운동을 이어나갈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수영이지만, 나는 해가 갈 수록 수영이 참 매력적인 운동이란 생각이 든다. 물에서 잘 돌아다니기 위해서라도 근력을 키우고 근육량을 늘려야 하는 아이러니부터 흥미롭다. 초보자로서의 수영은 떠서 앞으로 나가기만 해도 감지덕지이지만 중급자로서의 수영은 호흡, 발장구, 스트로크, 글라이딩 등등 별개의 동작에 있어 디테일이 남달라 시간이 지나도 새로움이 발견되는 재미도 있다. 중고교 학생시절 체력검사를 하면 심폐지구력이 제일 낮게 나왔는데, 수영이야말로 심폐지구력을 성장시키는 끝판왕이기도 하고.


아울러 맨날 싸디싼 온라인 특가 수영복만 찾아다니던 내가 나이키 수영복을 갖고 싶다고 했을 때, 고민없이 '그래요'라며 아울렛까지 수영복을 사는게 동행 해 준 우리 남편에게 새삼 고맙다. 아 근데 나이키 탄탄이 수영복 입기 참 어렵다. 수영복 입는 시간마저 운동같은 기분? 한참을 낑낑대고 수영장에 들어가서 언니들과 반가운 눈인사를 나누고 재미지게 물 속을 헤엄치는 상상을 하니 기분도 참 좋네.


아아 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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