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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대하는 태도

by 힙스터보살


멋진 뮤지션이 많은 대한민국이지만 자기만의 색깔이 독특하면서 그 매력이 날로 발전하는 뮤지션은 흔치 않은 것같다. 그런 면에서 악동뮤지션은 너무 멋진 친구들이다. 등장부터 지금까지 고유의 개성을 잃지 않은 모습도 좋고, 독창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가사도 좋다. CD를 삼킨 듯 맑고 청아한 수현이의 목소리도 좋다. 아주 그냥 축복받은 남매 ^^ (엄마미소 발사)


나는 악뮤 남매의 부모님이 선교사라는 것 정도를 알고 있다. 몽골에서 선교를 해서 찬혁이가 어린 시절에 말타고 다니고 그랬던 이야기도 줏어들었다. 그런데 그네들 집이 그렇게 가난한지는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현, 찬혁 남매가 이다지도 밝고 건강하게 컸는지. 내가 이런 아이들을 키운 부모라면 적잖이 흐뭇할 것같은데 ^^ (엄마미소 발사 출력 2배)


수현 찬혁 남매네 집이 가난했다는 것은 그녀의 고백을 통해 알았다. "쌀이 컵으로 푸면 한 번에 이렇게 담길정도로 있었던 적이 없어요. 우리가 제일 많이 먹었었던 것도 밥에다가 간장. 계란도 있으면 최고 (엄지척) 맛있는 밥! 약간 그렇게 지냈던 날들이 되게 많았었는데. 부모님이 만약에 '아 우린 정말 가난해. 우린 정말 돈이 없어.' 이렇게 얘기했으면, 아 내가 인지를 했을텐데 '아 가난하구나'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부모님이 일절 그런 말을 하신 적이 없어요. 그래서 저희는 어릴 때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해맑게) '우와~~ 간장밥 맛있겠다!!' 이러면서, 우와 아싸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다 이랬어요."


이 이야기를 듣고나서 악뮤 노래 중에 Dinosor라는 곡이 떠올랐다. "나의 옛날 동네, 옛날 동네 반지하 빌라엔~ 네가족 오순도순 (echo : 오순도순- 오순도순-) 오순도순 잘 살고 있었네. 화장실 문 밑엔 쥐가 파놓은 구멍이, 매일 밤 뒤척거리시던 아버지, No problem 난 아무것도 몰랐거든" 이 가사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구나. 악뮤 남매 역시 노래로 시를 쓰던 자들이구나.... ^^ (이제는 엄마 미소를 참을 수가 없군?) 선정적이기도 폭력적이지도 않은데 이토록 독특하고 멋진 곡이라니. 공자 선생님이 말씀하시던 사무사(思無邪)가 바로 이런 것이겠구나 싶었다. (공자쓰앵님, 취향 개추이신데요? ㅋㅋㅋㅋ)


찬혁이 수현이 이런 이쁜 녀석들 +_+ 엄마미소 출력 최대치!!!!


수현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한편으로는 '한국인이 가장 가치있게 여기는 것은?'을 다뤘던 슈카월드 영상이 떠올랐다. [ 무엇이 당신의 인생을 의미있게 만드는가? ]라는 질문을 17개국 19000명에게 물어본 설문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압도적인 1등을 한 답변은 [ 가족 ]이었다. 서구권에서는 가족의 가치를 침해할 수 없는 가치로 여긴다는 슈카의 설명이 뒤따랐다. 그런데 가족을 1위로 뽑지 않은 3개국이 있다고 한다. 그게 어디? [ 스페인, 대만, 대한민국 ] 스페인은 건강과 가족이 공동 1위라 사실상 14개 국과 다를 바가 별로 없고. 대만은 중국과의 정치적 관계 때문에라도 [ 사회 ]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는데. 고개를 돌려 한국인의 답변을 보면? [ 물질적 안녕, Material Well-being ] 쉽게 말해서, "돈".


사실 돈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문제가 안된다고 본다. 나는 돈 역시 충분히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10대 때에는 돈을 다소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었는데, 2-30대를 거치면서 내가 돈을 가지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내 삶을 얼마나 즐겁게 만들어주는지를 깨닳고 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싹 걷어낸 적이 있었다. 내가 먹고 마시며 허기를 벗어나는 안도감, 누군가와 여가를 함께 누리며 느끼는 행복감의 근간이 돈이던데. 이를 굳이 나쁘게 봐야할 이유가 무엇인가 싶다.


자본주의의 화신과 같은 서구 국가들이 가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고, 선비정신과 안빈낙도의 유교사상을 문화의 한 뿌리로 삼고있는 대한민국이 돈을 중요시여기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하면서도 재미있는 현상으로 보인다. 어쩌면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른 결핍이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자극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고 말이다.


슈카의 영상을 계속 보다보면, 유교국가로 분류되는 나라들이 가장 이성적이고 세속적인 (쉽게 말해 사랑과 믿음을 설파하면 그게 무슨 개뼉다귀같은 소리냐 할 재질) 나라로 분류된다. 오랫동안 유교적 가치를 추구하다 억압버린 가치에 대한 반작용이 있지 않나 생각도 들고. 예의를 중요시여겼던 중국의 문화에서 사실상 추악할 수준으로다가 예의없는 모습을 보면, 하도 한국인들이 돈돈돈 거리니까 '고만 좀 해 이자식들아'라며 사상으로 찍어누른 건가 싶기도 하다.


비교하는 문화 때문에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지 않고 타인과 나 사이의 차이에 집착하는 문화가, 세속적인 경향을 부추기는 것같기도 하단 생각도 든다. 나는 한국인 치고 꽤나 남들에게 무관심한 사람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크게 잘벌고 산다더라' 하는 소릴 들으면 한국인인지라 그런건지 뭔지 귀 기울이고 있기도 한다. 이쯤되면 뭐가 원인이고 뭐가 결과인지 혼란이 온다. 인과관계 분석 해 주실 유능한 분 거기 계십니까? 응답 좀 해 주세요~~


외에도 슈카월드의 해당 영상에 흥미로운 내용이 너무 많이 나오는데, 여기까지 다루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같아서 일단은 스톱. 통계를 통해 한국의 현실을 조망하고, 어떤 이유로 인하여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관점으로 분석을 해 보면 너무도 재미있겠다 싶다. 내가 통계를 좀 더 깊이 공부했더라면....ㅋ


이 도표에 대한 해석도 굉장히 재미있다. 슈카월드의 저 영상은 찾아보시길 추천


무엇이 우리를 돈돈돈 거리는 사람들로 만들고 있을까. 돈은 없으면 인생이 너무 피곤해지기 때문에 있어야 할 존재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이 늘 내 수중에 있는 것도 아니고 돈만 쫓다가 잃어버리는 것들을 생각하면 꽤나 다루기 어려운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현이네 가족들이 누렸던 행복, 한국인들이 전반적으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행복이 돈의 유무(有無)때문은 아닐 것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가난이 문제가 아니다, 가난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다."


세상에는 많은 부자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은 애굳이 우러러 볼 필요가 있을까 싶다. 가난한 사람도 많다. 그런데 그들을 애굳이 낮추어 볼 필요가 있을까 싶다. 부자(富者)든 빈자(貧者)든 어찌됐든 다 사람(者)이다. 그냥 여러 인간 군상의 모습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부자나 빈자가 된 데에는 개인적인 노력여하의 여부, 물려받은 재산의 유무, 인생에 닥친 행/불행의 유무 등 여러 변수가 있다. 통계적으로 집단을 분석하는 것은 다른 분야의 이야기다. 각 개개인의 현재 결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은 조금만 지나치면 주제넘기 십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마찬가지의 맥락으로 부유한 것은 좋은 거고 가난한 것은 좋지 않다는 프레임도 살짝 걷어냈으면 좋겠다. 나는 우리집이 썩 부유하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자원이 부족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 굳센 생활력을 얻었다. 그 집이 가난하기 때문에 싸운다, 그런 일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싸움을 겪으며 어떤 자는 더 강한 멘탈로 거듭나기도 하더라. 우리 이종사촌 언니가 그랬다. 누군가가 가진 좁은 시야 때문에 가난과 부유함의 작용/반작용을 통시적으로 보지 못하고 그냥 좋다/나쁘다에 머물기도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 시야에 갇혀 그 이상을 보지 못하는 모습이 자칫 긍휼히 보일 정도.


또 그렇다고 해서 개인들이 가난하게 살아도 된다고 함부로 이야기 하지 않았으면 한다. 빈약한 자원을 견뎌내는 일은 꽤 피로하다. 그 피로함 때문에 마음이 좁아지기 쉽고 시야가 좁아지기 쉽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 곳간이 텅텅비면 타인이 가진 재물을 탐하는 마음이 커지고 그걸 빼앗고 싶은 마음 역시 커질 수 있다. 이는 사회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위정자들은 사회 전반적으로 부를 증진시키고 어느 정도 분배가 잘 이루어지게 하여 탐심이 비정상적으로 커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부유함/가난함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지 싶다. 부유함과 가난함을 추구하는 데에 있어서는 중용의 미가 필요하다. 좁은 시야로 세간을 평가하는 사람들을 긍휼히 여겨드리고 싶다. 글의 시작은 가난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는데, 돌고 돌아 일체개공(一切皆空 )을 말하고 중도(中道)를 말하며 자비심(慈悲心)을 말하게 된다. 내가 글을 쓸 때 다루는 분야는 여럿인데, 말하다 보면 주제는 비슷비슷해지는 것같다. 내 글은 넓은 의미에서는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을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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