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은 처음 시작하기에 장벽이 좀 있는 운동이다. 일단 수영복을 사야한다는 것부터가 난관이다. 꽤 비싸고, 입었을 때 몸에 딱 붙는 옷이라는 점부터 벽이 생긴다. 물기가 가득한 수영장 바닥을 걸어다니는 건 수력 3년 차인데도 뭔가 불안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영 초급반 수강신청은 모든 강좌중에 경쟁률이 제일 높아서, 오픈 하자마자 광클하지 못하면 용품 다 사놓고 수업을 못들을 수 있다.
그래도 어찌어찌 나는 저 난관을 다 뚫어냈다. 24시간 아이와 붙어있으면서 절실하게 느낀 개인시간의 중요성, 출산하고도 돌아오지 않는 예전 몸무게와 체력, 덤으로 족저근막염이 와서 땅에서 뛰는 운동에 대한 부담으로 수영만큼은 꼭 해야겠다 싶었다. 두드리는 자에게 문이 열리던가? 마우스는 정말 열심히 클릭했다. 최애 콘서트 티켓예매 광클하는 거 못잖은 열정을 들이부었지! 하하하
그렇게 이제 수력 3년차다. 나름 접배평자 네 가지 영법도 그럴싸하게 할 줄 알고, 다이빙도 하고, 플립턴도 한다. (말하고 나니까 자랑스러운데?) 강습시간에 우리반은 두 개의 레인을 쓰는데, 1번 레인은 빠른 언니들 2번은 상대적으로 느린 언니들을 위한 레인이다. 그리고 나는 2번 레인의 1번을 맡고있기도 하다. (더 자랑스러운데?? ㅋㅋ) 그런데 또 배우면 배울 수록 수영의 디테일한 동작을 새로이 배운다. 배워도 배워도 새로운 게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거니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수영이 참 좋다. (그렇게 고인물 루트를 타기 시작하고........)
초급반에서 시작한 우리는 이제 상급반이다. 오리발을 끼고 연습하기도 하고 스노클을 끼고 연습하기도 한다. 이미 많은 것들을 섭렵한 탓인지 수영언니들 대부분에게 수태기(수영 권태기)가 한 번 씩 오갔다. 나 역시 좀 쉬고 싶은 맘이 컸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 극복하고 계속 다닐 수 있었던 건 함께 수영을 하는 동료분들이 참 좋은 사람임을, 시간이 갈 수록 더 잘 알게되어서 인 것같다.
의외로 이게 참 어려운 일이라더라. 언니들이 다니는 다른 반 소식을 전해듣다 보면, 수영 속도가 느려도 1번을 절대 내려놓지 않는 회원분이 있다고 하더라. 앞에 사람이 빨리 가면 차라리 나은데, 앞에 사람이 느리게 가면 그것만큼 난감한 게 없다. 리듬도 다 깨지고 수영실력이 제자리 걸음이 되기 십상이다. 괜히 자유수영 시간에 초급/중급/상급/고급을 나눠놓는 게 아니다. 속도에 맞게 모아두는 게 서로서로에게 좋다.
울 언니야들과 같이 있으면 편안하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막히는 게 없다. 사람을 좋은사람과 별로인 사람으로 구분하는 것이 썩 좋게보기 힘든 면이 있기는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들은 좋은사람이구나 싶다. 이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나 또한 좋은사람이고 싶다. 이 글의 말미에서도 얘기했지만,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게 악이라면 그 반대로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건 선에 가깝다고 본다. 그렇다면 선한 사람들이 이 분들이지 않을까?
언니들도 내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코딩교사 수업을 받는다는 걸 안다. 다들 엄마들이시라 그런지 응원의 눈빛과 말을 아낌없이 보내주신다. 나중에 내가 코딩교사가 됐을 때를 대비하여 '○○이 그러면 교사돼도 수영 나올 수 있어?'라고 물어볼 때 왠지 마음이 울컥하드라. 며칠 전에는 머리도 안 말리고 부랴부랴 나가는 나를 붙잡고 '이러면 머릿결 나빠져, 이리와 말려줄게'하고 딸처럼 머리를 말려준 언니도 있었다. 언니라고 부르려다가 실수로 엄마라고 부른 적이 있었는데, 실수이지만 내 마음은 언니들을 엄마처럼 따르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런지.
아이가 생기고 남편따라 낮선 도시에 터를 잡았다. 1년 차에는 누수원인 만들고서 모르쇠에 적반하장까지 하는 윗집 집주인 때문에 빡치고, 2년 차에는 (조심스런 생각이지만) 예민한 아랫집 여자분 때문에 층간소음 가해자로서 마음이 쪼그라드는 시간을 보냈다. (이웃을 잘 만나는 게 이렇게 중요한 겁니다 여러분.......)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한다고 하던가? 그 말이 참 맞는 것같다. 이번 주도 언니들과 풀에서 힐링타임 좀 가져볼까? 7월 중순에 코딩강사 수업 마치면 언니들이랑 막걸리에 보쌈 한 판 땡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