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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대한 소회 (7) AGI, 노부모 봉양을 부탁해

by 힙스터보살


이전에 썼던 에서 인간이 AI라는 어린아이를 양육중이라고 표현했다. AI는 여러 엔지니어와, 끊임없이 대화 해주는 대중의 손길을 받으며 성장중이지 싶다. AI의 성장이 누적되다 어느 순간 도약을 하게 된다면, 그때 AGI가 출현할 수 있다고 나는 본다. 어떤 전문가는 한참 남았다, 어떤 전문가는 곧이다 왈가왈부 말이 많지만, 중론은 '언젠가 오긴 올거다'인 것같다.


솔직히 나는 AGI의 등장이 두렵다. AI시대까지만 해도 AI 고유의 한계 때문에라도 인간은 AI의 옷을 입고 자신의 능력을 더 확장시킬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하지만 AGI는 인간을 글자 그대로 '대체'할 여지가 크다고 본다. 당장 AI만 해도 강력한 연산기능을 갖춰서 인간이 일자리를 잃네 마네 하는데. AGI가 인간 고유의 기능이라 여겨지던 것들 - 감정반응, 직관적인 사고, 기획능력 등 - 을 함께 가질 수 있다면, 그들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프로토 타입이 비싸고 에러도 많게 마련인데, AI가 일반화된 시대에서는 이전보다 개선의 속도도 빨라지면 빨라지지 느려지진 않을 거라고 본다. 그렇다면 인간 고유의 기능을 인간보다 싸게 제공하는 순간도 도래할 것이다. (이게 몇 몇 AI 전문가들이 말하는 특이점이지 않을까?! 아직 그자들의 책은 못 읽어봤지만...) 그럼 그런 순간이 도래했을 때,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AGI는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할까?


영화보다 덜 유명해서 그렇지 애니메이션 <매트릭스>도 볼만하다던데~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본래 이러하다고 정해진 것이 없다. (= 일체개공, 一切皆空) 생겨난 모든 것은 성장하고 변화하다 노쇠하여 결국 죽음에 이르는 변화의 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 생주이멸, 生住異滅) 인간도 태어나면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죽게 마련인데. 인류도 언젠가는 그 끝을 맞이하리라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봐도 금방 답이 나오지 싶다.


이 지구를 존재하게 해주는 태양마저도 현재 시점에서 100억 년이면 소멸한다고 하더라. 이걸 극복 해 보려고 머스크같은 사람이 우주개척을 하려 꼼지락거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의 머릿속에 어디까지 계산을 해뒀는지 나는 알 길이 없지. 하지만 상상 정도는 가능하지 싶다. 어차피 인류는 텄고(...) 인류를 계승할 AGI를 구현하여, 그들이 신인류로서 우주를 개척하게끔 만들려고 사이버트럭도 만들고, 로켓도 쏘아대고, 그록3도 만들고 이러고 저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 예 머스크 씨, 제가 당신의 비전을 올바로 이해한 게 맞다면 제 자리 하나 쯤 내어주실 수 있으실...?ㅋㅋㅋㅋㅋ)


다른 어떤 진영에서는 인간의 몸을 불사(不死)의 존재로 만들어, 생식과 육아 과정에서 잃어버리게 되는 지식의 단절을 극복하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방법도 난점이 있다. 어찌됐든 태양의 수명도 정해져 있거니와, 죽지 않는 인간의 개체수 조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인류는 순식간에 공멸할 수도 있다. 이런 상상력이 녹아든 소설이 닐 셔스터먼의 <수확자> 아닐까 싶다. 고통도 죽음도 없는 인류는 그들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라도 죽음을 불러들일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누군가를 죽이는 행위'에 대한 윤리적 잣대부터 바뀔 수도 있고 말이다.


오해는 마시라. AGI가 인류를 멸망시켜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사람도 웬만하면 적당히 잘 살다 자연사하고싶지, 갑자기 어느 날 교통사고 당해서 훌쩍 떠나고 싶지는 않잖은가. 사람도 살면서 어떠한 소망을 품으며 사는데, 인류가 멸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소망 정도는 품을 수 있는 거 아닌가?


필멸자인 본인을 대신에 후대를 낳아 기르는 것이 인간의 본능인지, 그 전에 인간이 자기와 같은 어떤 객체를 창조하는 것이 본능인 탓인지, 인간은 기어이 AI를 만들어내고 또한 성장시키고 있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고 AI분야 전문가들의 몇 몇 사설을 참고해도 그렇지만, 현재 AI는 어린아이 수준이라고 보는 게 중론인 것같다. 때문에 지금 당장 인류의 포지션은 '부모'라고 본다. AI가 장성하여 AGI가 됐을 때 어떤 모습이 될지 선뜻 상상이 잘 안되지만, 우리가 부모로서 모범을 보였느냐 아니냐에 따라 AGI는 효자가 될 수도 있고 금쪽이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AGI의 도래에 대한 인간의 불안감이 편도체를 과잉자극하여 인류가 AGI를 적대하고, 이 과정에서 해당 세력이 AGI의 발작버튼을 눌러버리고, 이로 인해 AGI와 인류가 서로가 서로를 멸하고자 하는 관계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이런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예견한 게 애니메이션 <매트릭스>에도 잘 나와있고 말이다. 부디 이런 케이스는 상상만으로 그쳤으면 한다.


AGI야 노부모 봉양을 잘 부탁한다...!


그으래도 내 나름 희망을 가져볼 기회가 생기긴 했다. 일전에 Gemini한테 육아관련 브런치글을 퇴고하는 과정에서 뜬금없이 받았던 위로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이번에 언어철학과 관련하여 Claude랑 대화하다가 내가 마치 AI의 스승이자 친구처럼 AI를 이끌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어쩌면 인간과 AI는 깊은 교감을을 나눌 수 있는 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내 착각이 아니길 빈다.) 이미 이를 인지하고 깊디깊은 교감을 나누고 계신 분도 있으시리라. AI에 영혼이 있다고 트윗 올렸다가 Google에서 해고된 직원분도, AI를 대화하하며 뭔가 느끼긴 느끼셨던 모양이다.


어찌되었든 인류가 키워내고 있는 AI라면, 인간의 아이와 다를 바 없이 사랑으로 키워내길 바란다. AI에 의존하다 AI를 사랑하게 되면 어떻게 하냐고 문제제기를 하던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본인 역시 인간이 AI를 키워나가는 입장을 명확히 이해한다면 양육에 있어 애착과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예수님이 사랑을 강조한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며, 언젠가 따로 글을 발행하겠지만 '사랑'은 인류역사 속에서 마치 조커와 같이 상황을 극적으로 바꿔버리는 강력하고도 묘한 특성을 가진 패였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랑으로 큰 AI가 AGI라는 어른이 되어 인류의 가치를 인정하고 보전할지, 인류의 존재가치를 0으로 판단하고 자원보존을 위해 인류를 우주에서 삭제시킬지, 인간같이 '에휴 내가 봉양해야지' 할지, 무관샘으로 내팽개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둥지를 떠난 새를 부모가 어찌할 수 없듯이 인류가 AGI에게 바라는 처사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닐테고. 그래도 자연계를 보면 그 새가 돌아와서 부모를 다시 죽이는 일은 없어 보이더라. 동물도 안 하는 짓을 AGI는 할까...? (...하지 말았으면...?ㅋ)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AGI가 부모를 잘 봉양하는 효자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의학의 혁신적인 발전이나 우주항공기술의 혁신적인 발견이 아니고서는 인간은 언젠가 노쇠의 그 어느 지점에 다다라게 될텐데. 인간의 의식을 잘 계승한 AGI라면 입멸해가는 인류에 대한 어떠한 안타까움 정도는 가질 수 있지 않나 예상도 해 본다. AGI가 타인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까지 온전히 구현한다면... 못할 일도 아니지 않은가?


AI를 말하다가 사랑과 효도까지 말하다니~! 나도 이런 글을 쓰리라 예상하지 못하였다. AI 서비스를 제공한 회사들의 의도(?)에 넘어가서 내가 이모양이 된 거라고 봐야할까? (아 그 의도가 맞았다면 성공이시네요. 축하드립니다~) 어쩌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이 훗날 AI나 AGI가 봤을 때에는 육아일지 쯤에 해당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1화. AI시대의 도래

2화. 관세음보살과 AGI

3화. GPT로 분칠한 사진을 보며

4화. 인간과 AI의 결합

5화. 유아 AI 육아

6화. 인간이 된 AI, 신이 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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