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불교와 기독교를 비교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신교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읽다가 불편한 감정이 들 수도 있는 우려도 되기에 종교에 심취하신 분들은 다른 글을 먼저 읽으심을 추천드립니다.
한국의 종교성을 생각하면 유교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럴법도 하다.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이 성립하기 전까지 한반도 땅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던 관점은 유교였으니, 가장 최근 데이터에 가장 높은 가중치를 주는 것은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한편으로 한국이 세계사 무대에 본격적으로 데뷔하는 시점(조선 말기 정도?)에서 자생적으로는 동학을 발생시키는 동시에 천주학을 자발적으로 수용하다가 적지 않은 기독교인을 생겨나기도 했다. (우리 이쁜 약용이 오빠도 천주교 신자였고! 약용이네 삼형제 모두 천주교 신자였지!) 이러한 종교적 현상이 복합적으로 한국의 문화적 특징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이렇게 종교의 다양성이 있는 한국이, 이상하리만큼 종교분쟁이 드물다. 아 물론 가끔 특정 종교가 불상에 목을 자르고 간다든가 불화에 락카칠을 한 사건이 있기는 했지만 유럽처럼 종교 때문에 목숨 걸고 전쟁까지 치르는 수준은 아니었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 날 스님들이 성당에 가서 예수님 생신 축하드린다고 인사하고, 부처님 오신날에 신부님이 부처님 생신 축하드린다고 현수막을 걸지 않았던가? (하... 훈훈해도 너무 훈훈하다잉?ㅋㅋㅋㅋㅋ)
나는 이러한 종교화합의 근간이 어쩌면 불교문화 고유의 특성에서 기인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내가 불자라서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다. 불교가 힌두교에 반하여 태동하였지만 힌두교의 레거시가 어느 정도 포함된 바를 고려하면 충분히 도출할 수 있는 의견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 물론 각잡고 문화사적으로 들어가면 유교적 실용주의, 샤머니즘의 포용성 등등을 다 거론해야겠지만 내가 거까지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 일단은 가벼운 수준으로 불교문화의 저력을 소개하고자 한다.
간만에 내가 애정하는 지식브런치의 내용을 좀 인용하겠다. 불교의 발상지를 인도라고 하지만, 현재 인도에서 불교신자의 비율은 아주아주 적다. 이게 과연 불교의 종주국일까 싶을 정도다. 인도인의 종교분포를 조사 해 보니 1퍼센트도 안되더라. (나무위키에 명시된 자료에 의하면 힌두교( 79.8%), 이슬람교(14.2%), 기독교(2.3%), 시크교(1.7%), 불교(0.7%) 자이나교(0.4%)라고 함) 압도적으로 힌두교 신자 숫자가 많다.
또한 지식브런치에서 언급했다시피, 힌두교에서는 불교의 명상 수행법도 수용하고, 불살생(不殺生, 죽이지 말아라)도 수용하고, 심지어 부처도 힌두의 신으로 편입 해 버렸다. 실로 무서우리만큼 대단한 힌두적 적응력이지 싶다. 어쩌면 불교는 힌두교에 흡수당하면서 존재하면서 또한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린 걸지도 모르겠고. (슈뢰딩거의 부디즘인가...?ㅋㅋㅋㅋ)
불교가 힌두교적 전통(= 특정개념의 절대성, 아트만)에 반(反)하여 나왔다고 하지만 어찌되었든 힌두교적 레거시가 있어서 그런가 불교가 가지는 일반적인 이미지는 투쟁보다는 평화에 가까운 것같다.
반면에 기독교가 유대적 전통을 계승했다는 점에서 기독교는 다소 투쟁적인 면모가 있어보인다. 구약의 출애굽기(Exsodus, 출'애굽'기가 뭐냐... 차라리 이집트 탈출기라고 해라...)를 보면 억압을 타파하고 약속의 땅으로 나아가는 유대인의 모습이 보인다. 아메리칸 인디언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표현일런지 모르지만, 청교도들이 북미를 개척한 역사를 보면 예전 유대인들의 모습이 어느 정도 겹치는 모습이 없잖아 있다.
그래서일까, 불교문화에 많이 노출된 아시아권에서는 종교 자체를 명분으로 한 대규모 분쟁사례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스리랑카 내전, 미얀마 로힝야족 사태 등 불교권이라고 해서 종교갈등이 없던 것은 아니나, 이는 종교 자체로 인한 갈등이라기보다는 민족갈등이나 정치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에 기독교의 종교분쟁 사례를 보면 (그 역시 민족적 정치적 이해관계가 관여되어있지 않은 것은 아니겠으나) 종교 자체로 인한 갈등 양상이 컸음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사례의 갯수나 전쟁의 지속연수를 고려하면 뷸교의 그것보다는 확실히 많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지 싶다.
기독교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신자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좀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한다. 두 종교가 성립한 시기를 보면 불교가 기독교보다 훨씬 앞서는데 말이다. (불교의 성립은 기원전 6~5세기로 봄) 물론 종교분쟁의 서사에는 다양한 요인이 뒤섞여 있어서 '이게 다 기독교 탓이야!!!'라고 몰아가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의 영향력이 없었다고 하기도 어렵다. 솔직히 한국인인 내 입장에서도 '종교... 그게 싸울일이야?' 싶기도 하고 말이다.
기독교 (및 기독교와 뿌리를 공유하는 이슬람교가까지) 공격적인 성향을 지녔다고 하여 그들을 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1도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
공격성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될 것이 전혀 없다. 문명사회를 이룩한 현대의 인간에게서 여전히 공격성이 남아있는 데에는, '공격성'이라고 이름붙여진 그 어떤 특징이 인간을 존재케하는 어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공격성이 중도를 벗어나서 무엇인가를 물어뜯을 때가 문제인 거지, 인류가 공격성을 자신 안에 녹여내어 다양한 탐색을 하고 발견을 했기에 도약에 성공한 게 아니겠는가. 오히려 이런 관점에서 불교를 바라보자면 평화에 취하여 그 자리에서 머무르다 도태되어 버린다는 비판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시기만큼은 불교의 자비심과 평화사상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민족의 역사가 불교에서 유교로 전환되는 시기에 서양과 같이 대량의 피를 흘리지 않은 것은, 변화를 수용하는 불교의 넓은 아량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한편으로 다양성의 증가와 함께 민주주의 위기를 걱정하는 이 시대야말로 불교적 관점이 갈등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줄 수 있는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지금에 와서 불국토를 이루겠다는 생각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용인되기는 어렵고, 적정 수준에서 불교적 관점을 수용하는 것이 민주주의 발전에 플러스적인 공헌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해서 스리슥쩍 불교를 전법 해 보기도 하고? ㅎㅎㅎ) 다른 종교들이 갈고 닦은 지혜를 첨가한다면 더욱 좋지!
그래서 가끔 내가 정토회 행복학교를 제안하는 것을 넓은 아량으로 바라봐 주십사하는 소망이 있다. 나도 길거리 가다 교회분들께서 물티슈 나눠주시면서 교회 오라고하면 불편한 마음이 드는지라, 누군가는 내 제안이 불편할 수도 있을 것임을 충분히 짐작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안을 하는 건, 그만큼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독자님이시라면 가치를 알아보는 눈을 가지실 거라는 기대도 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