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권이 바뀐지 약 20일이 지난 시점에 글을 쓰고 있다. 새 대통령이 취임한 후로 한 달도 안된 극초반이라 그런지, 혹은 전임자가 깽판치고 나간 것에 대비될 수밖에 없는지라 그런지, 여기 저기 뜨는 뉴스피드의 내용은 '일 잘하는 대통령을 뽑았다'는 식의 홍보성 기사가 넘쳐난다. 언론사에서 미리 넙죽 엎드려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건지, 실제로 그의 국정운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건지, 그가 좋게 보이게 하려는 의도를 실어 라이트한 선동을 하는 건지 구분은 안 가지만 일단은 대체적인 뉴스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어찌 좋을 수 있단 말인가, 기사 중에 그의 국무의원 인준과정에 걱정을 내비치는 의견을 발견했다. 내용은 이러하다. 역대 정부(박근혜, 문재인, 윤석열)와 이재명 정부를 비교했을 때 정당 출신 인사가 이전 정부보다 월등히 많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엄연히 국회에 소속되어있고 국무의원은 행정부에 속해있으니 민주당 출신 인사가 행정부 요직에 않는 것은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시하였다.
충분히 제기할만한 우려라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이번 정부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 칭할 수 있는)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느낌도 준다. 하지만 나는 이런 비판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보수적인 시각은 그래서 의미있는 거다. 진보의 가치가 지금 이 시점에 이 행태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바꿔나가려는데 있다면, 보수의 가치는 원리원칙에 입각하여 지금 시점에 내리는 판단이 올바른지 문제제기를 할 줄 아는 데에 있다고 나는 본다. 정치라는 것은 본디 진보와 보수의 양 날개로 나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국무의원'이라고 치니까 윤정부 국무의원들의 기념촬영 사진이 나온다. 하지만 또 재미있게도 같은 검색결과 화면에 '국무의원 4명 조사완료'라며 또 다른 이미지도 함께 검색되어 나온다. 위의 사진과 아래 사진에서 겹치는 인물이 몇 몇 있다. (근데 생긴게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누가 누군지 구분이 잘 안된다는 것도 함정... 나는 틀린 그림 찾기를 잘 잘하는 편이 아닌지라 구분이 더 힘듦. 그래서인지 글 쓸 때 오타도 바로 눈에 안 들어온다 껄껄~)
그러고 보면 이전 정부에서의 인선에 있어서도 논란이 없지 않았다. 대통령이 사법부 출신인지라 정부 요직 곳곳에 검찰 출신 인사를 지명하였다. 그 때 당시에도 현 정부에 들이대는 것과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하면 '사법부 출신 인사가 행정부 요직에 앉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그 우려는 현실이 되어, 이전 정부 수장의 반민주적인 계엄선포에 대하여 상당히 많은 국무의원들이 암묵적인 동의를 해 주었다. 이전 정부 국무의원들 중에 행정적으로 일을 잘 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 눈에 띄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적어도 그는 충성심이라는 기준으로는 사람을 참 잘 뽑았지 싶다. 아니면 그만큼 이해관계가 잘 묶여서 비판조차 못했거나. (그의 유행어 중에 하나가 '사람에 충성하지 않습니다'였다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 언행일치는 교양인의 기본원칙 아닌가?)
언론이나 여론 역시 이러한 전임자의 행적을 학습하였기 때문에 이번 정부의 인선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한편으로 나는 이런 생각도 든다. 함께 선거운동을 하며 커뮤니케이션을 했던 자들은, 본인 옆에서 직접 겪어보고 그들의 적합성 여부를 직접 판단할 수 있는 절차를 거친 이들이기도 하지 않던가. 걔중에 '괜찮다'로 판단된 자들이 있다면 인준에 올릴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그게 또 하필 수가 많을 수도 있다. 물론 언론과 여론이 우려하는 바는 이해하지만 말이다.
달리 보면, 이전 정부의 국무의원도 대통령의 반민주적인 행보에 좀 더 뜨거운 온도로 반대를 할 수도 있었다. 왕따 시키는 학폭 가해자를 보고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은 방관자들에게 비판에 여지가 있듯이, 그들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힘들 것이다. 그들이 사법부의 출신일지라도 얼마든지 삼권분립를 적극적으로 수호할 수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았을 뿐이지. 그렇게 정부에 대한 신뢰 또는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과 그의 국무의원에 대한 신뢰가 깎였을 뿐이지. 그래서인지 최근 여론조사에서 본인 스스로 극보수라고 생각하는 층이 몇 년 전에 비해 얇아졌는지도 모르겠다.
전임자는 그러했다. 그렇다면 후임자는 5년 후에 어떤 평가를 받을까? 물론 그가 일하는 동안에 그리고 그 후에도 여론과 비평가들은 그를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볼지도 모른다. 빠만큼 까도 많은 자가 견뎌야 하는 왕관의 무게이리라.
어찌보면 이러한 '까'의 존재 때문에라도 좋든 싫든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는 본인 및 주변인들의 능력치를 200% 이상 끌어올려서 대한민국을 하드캐리하는 것이다. 그게 단지 몇 몇의 소수 인원으로 가능한지도 나는 사실 잘 모르겠고, 전략의 성공은 내부적인 요인 뿐만이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에도 기인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SWOT분석을 하는 거잖소) 때가 안맞아서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고, 실제로 전략의 방향 자체가 적합하지 않아서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모든 까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관료는 국회의원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삼권분립을 잘 지켰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신뢰는 결과가 만드는 것이다. 사랑받는 대통령은 결과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일전에도 이번 새 대통령이 사랑받는 대통령이 될지 되지 못할지 지켜보겠노라 공언하였다. 안 그래도 새로이 시작하는 일이 많아서 바쁘고 육아는 점점 방치가 되어있더라도 공언을 한 이상 간간히 챙겨보기라도 할테다. 과연 그의 국무의원들은 그들 스스로 출신에 개의치 않고 삼권분립의 원칙을 실현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