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대학교 시절 전공은 경영학이다. 경영학도인데... 회계나 재무과목을 상당히 안 좋아했다. 그것은 어린이 시절부터 산수를 잘 못해서 그랬던 탓이 크다. 지금도 나는 셈이 느리지만 초등대학교 시절에도 역시나 셈이 느렸다. 내가 셈이 느리다고 해서 진도가 나를 기다려주지는 않기에 어떻게든 산수를 따라가기는 해야겠어서 손가락으로 덧셈뺄셈을 했다. 손가락을 펴고 셈을 하자니 부끄러워서 주먹을 쥐고 손가락셈을 했다. 이 모습을 본 선생님들은 신기해했다 :
"◇◇이는 주먹을 보면서 공부하는 거야? 주먹을 보면 뭐가 나와?"
그래서인지 대학교 때 회계원리를 듣고는 그 이후로 내 전공 과목에 회계과목은 없었다. (회계원리도 전공필수라 안들을 수가 없었다.) 회계 테크를 거의 안탄 선택을 지금에 와서는 후회한다. 원가회계는 들어둘껄...! 요즘 이러저러한 사업에 관심이 자꾸 가는데, 마진을 남기기 위한 적절한 가격정책의 기술 정도는 알아뒀으면 좋았으련만. 그만치 산수를 싫어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서 들은 과목이 있다. 재무관리이다. 영문으로 Financial Management. 꽤나 간지나는 명칭이다.
해당 과목을 강의하신 교수님은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설파하는데 많은 공을 쏟으셨다. 또한 기업이 꾸순히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시장이 요구하는 바를 잘 이해하고 그것을 꾸준히 충족할 수 있는 활동을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옳은 말이다. 시장의 변화를 끊임없이 대응하려면 꾸준히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하고, 그럼에도 세상의 소리를 낮은 마음으로 귀담아야 한다. 고객의 니즈를 잘 파악하려면 갖춰야 할 경영인의 덕목을 살피다보면 군자의 그것과 큰 다름이 없어보일 때가 있다.
돈을 버는 것의 시작은 재화나 서비스를 누군가에게 '팔아야'한다. 달리 말하면 누군가가 내가 제공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사줘야' 한다. 거래가 성사되려면 파는 자는 사는 자가 필요로 하는 핵심을 충족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판매자는 '남이 바라는 일을 잘 해주는' 재주를 지녀야 한다. 여기서의 '잘'에 어떤 식의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냐가 그 기업의 승패를 가른다. 그 기업의 소속직원이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효과적인 문제해결책을 강구하느냐 하나하나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때문에 기업은 '능력있는 인재'를 찾게 마련일 터. 오늘도 능력있는 사람으로서 인정을 받고자 노력중인 직장인 분들, 그런 사람의 테투리 안에라도 들려고 노력중인 취준생 분들께 갑자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나도 나를 응원한다 ㅎㅎㅎ)
나는 이와같은 관점에서 불자가 열심히 직장에 다니며 돈을 버는 게 꽤 좋은 수행활동이라 생각한다. 불자는 무릇 '중생의 요구에 수순하는' 삶을 살 필요가 있다. 내 욕구만 앞세우기보다는 타인이 원하는 것을 기꺼히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직장에 다니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맡아보는 것은, 그 일련의 과정이 곧 수행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힘든가봐....ㄷㄷ) 찐스님들이 운력(雲力)을 하며 수행을 한다면, 우리같은 재가수행자는 돈 벌면서 수행을 하는 걸까? 하하하~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왜냐면 돈을 쓸 때 고민을 별로 하고싶지 않기 때문이다.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 고민없이 돈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하고싶은 일은 다하고 싶다와는 조금 다른 맥락으로, 가치있다 여기는 일에 기꺼히 나의 뭔가를 던지고 싶다는 쪽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특히 누군가를 도울 일이 있을 때, 내 수중에 돈이 얼마 없다는 이유로 도움을 망설이게 되는 게 참 싫더라. 돈을 추구하다 악인이 되는 스토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돈이 부족하여 적극적으로 선행을 하지 못하는 것도 어느 정도 악에게 자양분을 주는 것 아닐까? 언젠가 이동진 평론가도 말하였지만 '여유가 없는 것은 악에 가깝다'고 하였다. 여유가 없는 자일 수록 이타적 행동의 빈도는 줄게 마련.
돈을 버는 행위를 좋다고 생각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갑갑함을 벗어나기 위한 해방의 방편으로 바라보자는 게 그렇게 나쁜 방향은 아닌 것같다. 좋아하는 것은 더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덕후가 더 열심히 덕질을 하기 위해 돈을 열심히 버는 것과 같이!?) 인생의 의미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보는데.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나가는 것도 꽤 의미가 있어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는 것은 어찌되었거나 고통을 안겨준다. 아무리 그 일을 좋아하더라도 말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선택했어도 싫어지게 마련인 상황을 마주하면서, 좋고 나쁨의 윤회에 갇힌 나란 존재가 한심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이 이해가 가기도 하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고통을 이겨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역시나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인 것같다. 더 많이 좋아하고 몰입하는 게 이리 생각하고 저리 생각해도 정면돌파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같다.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기도 만들어나가기도 하면서 그렇게 생의 순간을 한 걸음 씩 내딛는 거다. 그렇게 가장 완성의 순간에 죽음을 맞이할지라도 말이다. (그렇게 치면 인생의 완성은 죽음에 있는 건 아닐까!)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돈이 필요할 일이 많고. 돈을 벌자니 남들이 좋아하는 일을 잘해야 하고. 내 일을 잘 하다보면 내 일을 좋아하게 되기도 한다. 인생이라는 게 좋아하는 일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지만, 그 가운데서 고단함을 느끼기도 한다. 어찌하여 삶이란 이다지도 철저하게 고(苦)의 윤회가 이어지는 거지? (설계자 분은 고개를 들어주세요.........) 아무리 의학이 발달해도 100년 남짓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그 생이 죽음에 다 할 때까지는 욕구와 한계를 줄타기하는 밀당의 삶을 살 것이라는 게 재미지면서도 좀 힘들다. 그래도 일단 시작한 게임이 최대한 즐기고 싶기는 하다. 몰입하다보면 스킬도 쌓일 것이고. 파티도 맺고 그럴 거 아닌가. 그렇게 퀘스트를 하나씩 정복하며 고수의 길로 가는 거겠지. 좋아좋아좋아좋아~
* 연재는 매주 수요일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