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가만 보면 아이들은 참 궁금한 것이 많다.
하늘은 왜 파란색인지, 지구는 왜 둥근지, 눈은 왜 두 개인지, 방귀는 왜 나오는 건지..
아이들의 호기심은 어른의 입장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에 조차 의문을 품게 한다.
때로는 끝임 없는 물량으로, 때로는 날카롭고 예리한 한방으로 날아오는 아이들의 질문은
부모에게 가끔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우리 집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아서 아이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부부는 나름 우리가 아는 선 안에서는 열심히 설명해주려 노력한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같이 찾아보거나 (원래는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기로 했었는데 최근에는 구글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아니면 따로 공부해서 알려주기도 한다.
은우는 인체와 병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은 편인데 나는 이런 질문들이 은근히 반갑기도 하다.
전문분야의 지식들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면서 남몰래 뿌듯함과 자기 효능감을 느끼는 건 나의 소박한 즐거움 중 하나이다.
(즐겁게 설명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은우가 더 많은 질문을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은우는 과학과 수학에 흥미가 많은 나의 취향을 쫒으며 비슷하게 자랐다.
나는 가끔 인문학 서적을 읽을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약간씩의 부침이 있었다.
평소 관심분야도 아니었고, 이전에 읽던 책들에 비해 문해력과 이해력이 많이 필요한 책들이라
진도도 더뎠고 무엇보다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조차 의문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읽은 책을 가족들에게 설명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남들에게 설명을 하려면 정확하게 알아야 하니,
나 스스로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서 실행에 옮겼다.
어차피 아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라 주로 아내를 대상으로 책의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오히려 아이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그리고 내 예상과는 다르게 아내의 반응은 별로였다..ㅡ.ㅡ;)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한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도 참신했겠지만
무엇보다 과학이나 수학처럼 답이 딱 떨어지는 '지식'을 일방적으로 듣는 게 아니라
철학을 논하면서 스스로의 논리를 '생각'하고 이야기하게 된 경험이 즐거웠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문득 반성도 되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지식만 전달했지, 정작 중요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지는 못했구나.'
그래서 앞으로는 저녁시간을 이용해서 이런 시간을 주기적으로 갖기로 했다.
일단은 아이비리그 3대 명강(죽음, 정의, 행복)을 시작으로 철학,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시도해볼 생각이다.
딱히 룰을 정하지 않고 우리 가족 누구나 강의하고 누구나 수강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되면 더 좋을 것 같다.
자신의 전문분야나 최근에 읽은 책, 아니면 사회문제 등 무엇이든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같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생각하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이다.
p.s.
프로젝트 시작 후...
우리 집에는 강의가 유행하기 시작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