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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DI Sep 14. 2024

사랑하는 딸, 유치원에서 힘들었지, 그러나 잘하고 있어

스페인 1년 살기 도전 중

딸아이 유치원은 어디로 할까?


우리 부부에게는 활발한 성격에 자기주장도 강하고, 어떤 때에는 논리적인 화법으로 부모를 당황하게 만드는 다섯 살 딸아이가 한 명이 있다. 나와 아내는 '스페인 1년 살기' 준비하는 동안 딸아이가 다닐 유치원을 알아보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왜냐하면 어린 딸아이가 스페인 현지 유치원에 입학하면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고, 혼자 낯선 환경 속에서 다른 외모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혼란을 최소화시켜 주기 위함이다. 


그리고 딸아이가 유치원에서 어려워하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것이 생겼을 때 최소한 우리 부부와 유치원 선생님하고 영어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영어가 가능한 선생님들이 있는 국제학교들 중에서 아이 유치원을 알아보기로 결정했고, 선택하기 위한 필요한 기본적인 조건들을 하나씩 리스트화시켰다.

선생님과 영어로 소통 가능한 곳

집에서 가까운 곳

학비

입학 가능 정원

구글지도를 열어 집 근처에 있는 'Internatioanl School, Kindergarten'을 검색해 보니 여러 곳이 검색되었다. 여러 학교와 유치원들이 있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했고, 학교별 학비, 사용언어, 입학정원, 후기 및 특장점등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포함한 나만의 자료를 만들었다. 그 뒤 각 학교별로 사전 인터뷰 일정을 잡고서 한국에서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그 나라 언어를 배워야지, 그곳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


딸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주요 목적은 다양한 문화를 체험시켜 주는 것이다. 난 '그 나라 문화를 배우기 위해서는 현지 언어 알아야 한다'라고 믿고 있기에 스페인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좋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유치원 선택 시 학교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하며, 이곳 문화를 느끼는데 도움이 되는 스페인어를 가르쳐주는 학교를 원했다.


그래서 스페인어와 영어를 동시에 가르쳐주는 곳으로 유치원 선택 범위를 한정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좁혀진 학교들 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놓고서, 최종 결정은 딸아이와 함께 직접 유치원들을 견학해 본 후 아이가 좋아하는 곳으로 선택하기로 했다.


스페인에 도착 후 여러 유치원들 중 가장 끌렸던 곳에 제일 처음으로 방문했다. 딸아이는 자신을 친절히 반겨주는 선생님과 넓은 야외 놀이공간을 보고 나서는 선뜻 '이곳에 다니고 싶다'라고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아내도 나도 이곳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 없이 딸아이의 뜻대로 견학을 마친 유치원으로 최종 결정할 수 있었고, 한 달 후에 등원할 예정이라고 알려주었다.



첫 등원

긴장한 딸에게


아내와 딸아이는 이곳 스페인에 적응하기 위해 약 한 달가량 편안히 쉬기로 결정했다. 내가 어학원에 가 있는 동안 둘이서 함께 피아노 치고, 한글 공부하고, 이것저것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냈다.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우리 가족 셋이서 마드리드에 있는 미술관, 박물관 등 주요 관광지를 구경하러 가기도 했고, 우리 동네 및 근처 마트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니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한 달이 채 안 된 어느 날 아내와 딸아이는 어학원에 그리고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하여 딸아이는 유치원에는 예정된 일정보다 빨리 등원했고, 아내도 나와 같은 어학원에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우리 가족들 모두 자신이 소속된 곳으로 각자의 스페인 생활을 찾아 나섰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너야!


유치원 등원하는 첫째 날 아침 우리 부부는 '딸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하였고, 딸아이는 엄마, 아빠와 떨어져 혼자 있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불안해했다. 유치원에 우리를 데려다줄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난 딸아이 근심으로 가득 찬 두 눈을 바라보며,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차분하게 이야기 들려주었다.


"딸,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너야, 네가 주인공이니깐 전혀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널 처음 본 친구들은 너에 대해서 궁금해서 널 자꾸 바라볼 거야, 단지 궁금해서 보는 것일 뿐이니깐 자신감 있게 행동하고 재밌게 놀아."

"그리고 선생님들과 친구들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말할 거야. 못 알아듣는다고 주눅 들 필요 없어!"

"대신 넌 그들이 못하는 한국말 아주 잘하잖아."

"필요한 거 있으면 당당하게 몸짓하면서 말하면 알아들을 거야"

"잘할 수 있어! 우리 딸. 엄마 아빠는 너를 믿어"

"사랑해 우리 딸"


잠시 후 딸아이가 마주할 낯선 환경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서 우리 가족 모두 유치원으로 향했다. 첫째 날은 엄마와 아빠랑 함께 유치원 교실로 들어갔다. 공부를 하고 있는 친구들이 딸아이를 바라보자 부끄러워하는 아이는 뒷걸음치거나, 우리 뒤에 숨었서 앞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담임선생님이 딸아이 손을 잡고서 수업이 없는 빈교실 이곳저곳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따뜻한 목소리로 아이의 마음을 달래어 주었다. 그제야 딸아이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나 잘할 수 있어'라고 말해 주고선 선생님 손을 잡고서 교실로 들어갔다. 


다섯 살짜리 딸아이 앞에 놓인 두려움, 그것과 맞서기 위해 보여준 아이의 용기를 바라보고 있으니 가슴 깊은 곳에서 뭉클한 감동이 올라왔다.



등원을 점점 거부하는 딸


딸아이는 유치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등원하는 것을 점차 힘들어했다. 어제도, 오늘도 매일 아침 일어나면 유치원에 안 가겠다고 짜증을 부렸고, 점점 그것의 강도는 높아졌다. 아이에게 유치원에 가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고, 때론 어르고 달래서 딸아이를 유치원에 보냈지만 하루하루가 힘들어졌다. 


외톨이 된 스트레스를 짜증으로 풀어낸다.


이전 한국 어린이집에 다닐 때의 딸아이의 성격은 말도 잘하고, 리더처럼 주도적으로 친구들과 놀이하고, 선생님들에 이쁨 받으려는 행동을 많이 하면서 자랐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아이는 스페인어나 영어를 할 수 없으니 친구를 사귈 수 없고, 하고 싶은 게 생기거나 도움이 필요해도 말을 하지 못해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상태로 오랫동안 홀로 남겨졌고,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매일 영어, 스페인어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공부도 해야 하니 아이는 심적으로 엄청난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스트레스를 짜증으로 표출을 하니, 이때 부모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안 갔는데 지금은 왜~~? 가야 해"


유치원 가기 싫어 아이를 보고서 안쓰러운 마음에 처음 한두 번은 유치원에 안 보냈다. 그런데 어느덧 습관처럼 등원하지 않으려고 떼를 썼고, 이와 같은 수법을 반복적으로 일어날 거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병원 갈 만큼 아프지 않고서는 등원에 예외사항을 두지 않았다. 


매일 딸아이는 힘들게 유치원 보냈고, 하원할 때 엄청 밝은 표정으로 엄마, 아빠 품에 안긴 후 친구와 유치원에서 잘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잘 놀고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부터 또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가기 싫은 유치원에 왜 또 가야 해..."


딸아이가 짜증을 많이 냈던 어느 날 저녁 아이와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유치원 가고 싶지 않은 이유와 짜증을 많이 내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대답은 예상했지만, 역시나였다.  '자기는 말도 안 되고 친구도 없어서 유치원 가는 게 싫은데, 자꾸 가라고 해서 짜증이 난다'라고 이야기해 준다. 그러면서 계속 가고 싶지 않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딸아이는 이 상황을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걸 알기에 난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아이에게 한 이야기 들려주었다.

딸아 너의 마음속에는 투명한 아주 깨끗한 유리컵 하나를 가지고 있어, 그 안에는 깨끗한 물이 들어 있어고, 그 물은 네가 스스로 채워 넣어야 해.

그런데 네가 가진 컵 안에 나쁜 생각인 검은색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깨끗하던 물은 조금씩 검은색으로 변하게 된단다. 그 검은색 물 한 방울은 바로 네가 '유치원 가고 싶지 않다.'라고 입 밖으로 볕은 말이야. 그런데 계속해서 검은색 물방을 너의 마음속에 담긴 깨끗한 물에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까?
결국 네가 가진 컵 속의 물은 검은색으로 더러워져 깨끗해질 수가 없어. 

유치원 가기 싫다는 이야기를 계속하다가 보면 정말로 가기 싫고 짜증만 나게 된단다. 
만약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도 생기더라도 유치원에서 재밌었던 생각을 하면서 조금씩 네가 가진 투명한 유리컵 안의 물은 다시 깨끗해질 거야. 그러면 조금씩 유치원이 좋아질 거야.

무엇이든 네가 생각하는 데로 현실이 되는 거야.
검은색 물 한방이 너의 컵에 들어가면 깨끗한 물 열 방울 이상이 필요해!
 그러니깐 유치원은 재밌어, 재밌어, 계속 이야기해야 하는 거야. 마음으로는 그렇지 않아도 말을 좋은 쪽으로 말해야 해. 그럼 흐려진 너의 마음속 투명한 잔 속에 있는 검은색물은 조금씩 깨끗해지듯이 너도 유치원을 좋아하게 될 거야. 

그렇게 이야기 나누고 난 후 질문 한 개를 나에게 던지고선 조금 밝아진 표정으로 유리컵 이야기를 되새기면서 잠에 빠져 들었다.


"내 안에는 깨끗한 물이 담긴 컵이 있는 거야?"


아침이 되면 딸아이의 머릿속에는 홀로 유치원에서 겪어야 하는 힘든 기억들로 채워질 것이다. 이 또한 딸아이가 맞서야 하는 현실이기 때문에 스스로가 직면한 상황을 잘 헤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유치원에 안 가기 위한 여러 가지 핑계들은 단호하게 거절하기로 했다. 딸아이 입장에서는 아빠나 엄마의 반응들이 차갑고 서운한 생각이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기 거절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딸아이가 겪어야 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보다는 회피할 수 있는 핑계만 찾게 될 거 같다. 한동안은 모두가 힘들더라고, 딸아이가 스스로 이겨 낼 수 있도록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며 힘낼 수 있도록 응원하고, 마음속에 있는 생각과 감정을 말할 수 있도록 도왔다.


좋거나 나쁜 것은 없다. 하지만 생각이 그렇게 만든다.
(William Shakespeare)



용기 내에 들려준 놀라운 이야기


그날 저녁 이후 딸아이는 며칠 동안 짜증은 부리긴 했지만 이야기가 효과가 있었는지 등원을 하기 시작했고, 어느 날 아이가 유치원에서 그동안 친구들이 때리고, 침 뱉었다는 이야기를 엄마, 아빠에게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아내와 난 너무 놀랐고, 힘들었을 아이를 생각하니 가슴은 찢어지면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그동안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모르고 딸아이를 대했던 나의 행동에 몹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이 나를 때리고, 침 뱉고 괴롭혀
 근데 난 말을 할 수 없어서 그냥 서있었어"


유치원에는 같은 학년에는 대부분 스페인 학생들이고, 계중에 몇몇은 타국적 아이들이지만 모두 유럽계통이라 비슷한 외모를 지녔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건 우리 딸아이뿐였고,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 잡기에는 충분했다. 더불어 만약 딸아이가 영어 또는 스페인어를 잘했다면 친구를 만들고 잘 지냈을 것 같은데, 의사소통이 안되니 혼자 외톨이가 되었고,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우리 딸아이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유치원에 가기 전부터 걱정을 하긴 했지만, 이처럼 유치원 안에서 아이를 때리고, 침을 뱉는 것까지는 상상할 수 없었다. 딸아이에게서 그런 못된 행동을 한 아이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나와 아내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뒤 바로 담임 선생님 면담을 요청했고, 학교에도 공식적으로 내용을 알렸다. 얼마 후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이후 면담을 할 수 있었다.


미국인 담임 선생님은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 들었고, 우리 면담이 있기 전에 괴롭힘의 주동자 부모와도 이미 상담을 마친 상태였다. 담임 선생님과 면담을 진행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우리의 입장을 적극 이해하고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 공감해 주었다. 그리고 앞으로 딸아이를 적극 관찰하고 보살펴 주겠다는 대답 해주었다. 그리고 딸아이에게 문제가 있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등 언제든 선생님과 이야기하고 싶어 하면 '구글번역기'를 사용해서 한국어로 아이와 소통하겠다고 말해주었다. 더불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었다. 


'구글번역기'로 딸아이와 소통해서 문제를 해결할게요.


우린 담임 선생님의 약속을 지켜보기로 했고, 선생님과 나누었던 대화를 딸아이게 설명해 주었다.


"언제든 선생님하고 이야기하고 싶으면 한국말로 해"

"선생님 한국말 못 하잖아"

"선생님이 핸드폰 번역기를 써서 한국말로 해주기로 약속했어"


또다시 그 아이들이 괴롭히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적극적으로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면 선생님이 한국어로 번역해서 적극 도움을 줄 거라는 이야기도 함께 들려주었고, 아이도 안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먼저 손 내밀어 준 

고마운 가족


유치원 하원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가면 대다수의 부모님들을 만날 수 있다. 등원할 때와 달리 하원할 때에는 아이들은 야외 놀이공간에서 잠시 놀았고, 그동안 학부모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때 그 공간 속의 분위기는 어색하지만 내 옆에는 항상 아내가 있어 다행이다. 난 잠깐 동안 느껴보는 것인데, 딸아이는 낯선 분위기 속에서 온종일 홀로 견뎌 내고,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딸아이가 겪고 있는 마음을 느껴보면 항상 가슴이 찡해졌다.


어느 날 하원시간 딸아이와 같은 반 친구의 부모님이 먼저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왔다. 이분은 대만분이고 아빠가 스페인 분이다. 같은 동양 문화라 우리와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그 이후부터 만나면 인사하고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느 때처럼 이야기하면서 딸아이가 겪었던 일들을 말해주었고, 그걸 듣고서는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우리들을 진심으로 위로해 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도 처음 유치원에 들어왔을 때 한 두어 달 정도 남자아이들이 밀치고 괴롭힘을 받아 힘들어했다며 자신들의 겪었던 일들을 알려주면서 지금 우리 부부의 심정을 많이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었다.


먼저 손 내 밀어주고, 도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딸아이를 괴롭힌 아이의 이름을 말하자, 그럴 거 같았다면서 자신의 아이를 괴롭혔던 애도 같은 아이였다고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이에게 우리 딸과 함께 놀아주고 혹시 괴롭힘을 당하는 걸 보면 선생님과 본인에게 알려 달라고 시키겠다고 했다. 자신도 유럽에서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이곳에서 아이들은 때리고 괴롭히는 것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며 딸아이를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조언도 해주었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면 꼭 이야기해 달라는 말을 해주고서 헤어졌다. 헤어진 후에도 메시지로 위로와 진심 어린 조언도 함께 보내 주었고, 우린 그분의 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힘을 낼 수 있었다. 


그 후 배려심이 많은 그분의 아들은 딸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친절을 베풀었다. 또 딸아이가 유치원에서 무엇을 하는지, 누구와 노는지 자신의 엄마에게 이야기하면 그분은 우리에게 알려줬고, 덕분에 딸아이의 유치원 생활에 알게 되었고, 딸아이도 조금씩  유치원에 적응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친구와 딸아이는 친해져 주말엔 우리를 집으로 초대해 주었고, 그분의 집에 놀러 갈 때면 불고기, 김밥 등 한국음식 만들어 가서 나눠 먹으며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 학기부터 이사 때문에 다른 유치원으로 간다고 소식을 알게 되어 아쉬웠지만 서로 좋은 인연을 만들었기에 종종 연락하며 지내기 했다. 



도움의 손길과

두려움을 이겨낸 용기


안 좋은 일이 발생한 다음부터 담임선생님의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심 많은 친구의 도움을 받았고, 딸아이 스스로 용기를 내려고 노력했던 것들 모두가 합쳐져 다행히 딸아이는 조금씩 유치원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차츰 아이의 입에서 유치원 가기 싫다는 이야기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친구가 한 명이었다가 조금씩 늘어갔고 딸아이와 친한 친구들 대부분 외국에서 온 친구들인데 아마도 동질감 때문인지 같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여러 친구들과 잘 어울려 노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떤 때에는 친구들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아서 얼굴에 그림도 그리고, 친구들 생일 축하도 해주고, 친구들과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어른들보다도 강한 것을 느꼈다. 아직도 우리 부부는 여러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많이 못하고 망설였는데, 딸아이의 모습에 용기 내어 조심스레 먼저 학부모들에게 다가간 뒤부터 서로 웃으며 인사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생각을 가지고 용기를 내어보면, 어떨까?


'무엇 때문에 용기를 못 내고 우물쭈물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머릿속에선 '스페인어로 말을 걸었는데,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지' 등 많은 걱정들 있었다. 즉, 부정적인 생각 때문인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니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면서 망설여지는 것 같다.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어.' 등 차라리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생각을 먼저 하고서 앞으로 망설임 보다 용기를 내는 쪽을 선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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