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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띠정 Aug 07. 2024

고단한 한여름날의 아우성

 여름 정원 관리

손님들이 많든 적든, 손님들이 오시든 오시지 않든 시골 북카페는 분주하다. 시골 북카페를 가꾸기 위한 몸짓 때문이다.

한여름 뜨거운 볕아래서도 꿈꾸는 정원 속 꽃들과 나무들, 무엇보다도 풀은 잘도 자라기 때문이다. 초록빛 양탄자 잔디는 어쩌면 그리도 꿋꿋하게 무성한 잔디밭을 이루는지 그들의 생명력에 감탄이 절로 튀어나와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다.


그토록 뜨거운 태양빛 아래서 꽃을 피우는 장미와  백합꽃, 그리고 실한 열매를 만들어내기 위해 게으름 피우지 않고 성실함을 자랑하는 여름 정원과 텃밭의 채소들은 북카페 정원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보여주느라 아우성을 치는 듯하다. 마치 알아봐 주지 않으면 토라져버릴 것만 같아 아침마다 찾아가 인사를 하고 돌봐줘야 하는 북카페 식구들이 아닌가?


딸아이가 걱정을 한다.

"엄마, 우리 여기서 이사하면 꽃들이랑 식물들은 어떡하지?"

새로운 주인을 찾아 줄 수도 있고, 우리가 한국에 살면 데려갈 수도 있을 거라며 미리 걱정하지 말라고 나는 딸을 안심시켰다. 어느새 우리의 또 다른 가족이 되어 버린 북카페 정원의 다년생 꽃들과 나무들이다. 얼마나 정성껏 돌봤는지 내 영혼을 갈아 넣은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를 키우듯 육아를 하는 것마냥 키워낸 정원이니 내 새끼들이 되어버렸다.


잠시 서 있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져 옷을 적시는 한여름날의 정원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대상으로 바뀌어 버리고 만다. 그래도 어쩌겠나? 돌보기를 멈출 수는 없는 법.

하늘이 구름으로 잠시 덮인 순간을 이용해 텃밭의 풀을 뽑거나 아침과 해 질 녘에 순식간에 자리를 잡고 쑥쑥 올라오는 풀들을 제거해야만 한다.


"엄마, 엄마는 왜 그렇게 풀을 좋아해?"

풀을 뽑는 날 향해 던진 딸아이의 질문에 화들짝 놀랐다. 맞다. 어느 날엔 풀 뽑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가?


"저는 풀 뽑는 게 재밌고, 힐링이 되어 좋아요."

내가 누군가에게 했던 말인데, 이런 날에는 얼른 다시 주어 담고 싶은 말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딸아이에게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엄마는 이렇게 대답했다.


"풀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싫어서 다 뽑아 없애 버리는 거야. 풀이 싫어."

이게 내 본심인 것을.


틈을 내어 북카페 정원에 있는 날 찾아와 우리 강아지들 간식거리까지 가져 와 먹이면서 내 간식도 챙겨 와 잠시 커피 타임을 가지며 벗이 되어 준 재선 씨.

도둑처럼 씨앗이 떨어져 나무가 되어 자란 뽕나무를 잘라 내느라 땀에 흠뻑 젖어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날 찾아와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주고 가시는 바닐라 라테 어르신.

거기에다 고양이 엄마 캣맘 미아 씨가 고양이와의 일상을 책으로 출간하여 동네 이웃들과 축하 모임을 한다며 내일 오후에 북카페를 예약해 두었다.


몇 가지 어려운 점들만 해결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시골 북카페가 있을까 싶다. 누가 이곳을 시골이라며 시선을 아래로 본다면 큰 오산이다. 얼마나 멋지고 사랑스러운 이들이 주변에 살고 있지 않은가? 많은 예술가들까지도.


아무튼 내일은 이른 아침에 일어나 햇살이 뜨거워지기 전에 천연 제초제를 뿌려야겠다.

내게 아삭아삭 구강의 즐거움을 주는 오이와 풋고추, 애호박과 토마토 그리고 댕글탱글한 방울토마토, 가지와 깻잎, 무엇보다 주렁주렁 열린 노오란 참외들까지 우리의 밥상을 싱그럽게 해주는 텃밭의 야채들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천연 제초제로 천덕꾸러기가 된 잡초들의 성장을 막아야만 하는 나의 사명을 완수해야만 한다.

시골 북카페의 여름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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