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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기억

아주 오래된 기억

by 샨띠정

하얀색 높은 계단 꼭대기에 앉아있었다. 바로 뒤로는 교회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커다란 나무로 된 두터운 문이 열려있었다. 사람들은 그 고동색 문을 통과해 들락거렸다. 그러다 어떤 이는 계단 꼭대기에 앉아 있는 작은 꼬마 아이에게 말을 걸어 인사를 건넸다.

아이는 곧 울음을 터트리고 싶은데 엄마가 보이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얼굴만 붉혔다. 금방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은 큰 눈을 껌벅이면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 중에 엄마가 있는지 시선을 급히 쫓아 두리번거렸다.


사실 나는 나의 첫 기억이 어떤 건지 확실하지 않다. 내 나이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기에. 내 기억 속의 이 장면이 내가 몇 살 때였는지 잘 모르겠다. 분명히 아주 어린 꼬마였을 테지만.


또 하나는 우리 삼 남매가 아주 어렸을 때다. 아빠의 막내 동생 삼촌이 같이 살았었다. 할머니도 함께. 삼촌은 우리를 손바닥 위에 올려서 그네(?)를 태워주시곤 했다. 내가 탔는지 동생들이 타는 모습을 본 건지 정확하지 않지만 너무나 신나고도 무서운 놀이였다. 안방에 둘러앉아 있으면 삼촌은 화로에 땅콩을 구워서 우리 입에 하나씩 넣어 주시곤 했다. 아주 오래전 안방의 화로와 등유로 심지를 만들어 불을 밝힌 등잔도 까마득하게 떠오른다. 아랫목에는 할머니께서 검은색 보자기를 덮어 놓으신 토기로 된 콩나물독이 놓여 있었다. 할머니는 바가지로 물을 부어 콩나물이 자라도록 신경을 쓰느라 행여라도 우리가 놀다가 콩나물 항아리 곁으로 올까 봐 우리를 단단히 단속하셨다. 늘 조심해야만 했던 검은 보자기 속 콩나물 항아리가 떠오른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 알 수가 없다. 또 다른 오래된 기억이 있다.

엄마의 부엌 바닥에는 커다란 고무 대야가 놓였다. 엄마는 삼 남매를 순서대로 불러들였다. 내가 첫 번째 순서였는지, 마지막이었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희미한 기억 속엔 내가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남아 있다. 뿌연 수증기로 가득한 부엌 고무 대야에는 아주 따뜻한 물이 채워져 있었다. 부지런히 삼 남매의 몸을 씻기는 엄마의 손은 바쁘셨다. 나는 아프다고 엄살을 부리다가도 온몸을 깨끗하게 씻겨주는 엄마의 손길이 좋아서 더 오래 머물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따뜻한 물이 차갑게 식기 전에 목욕을 끝내야만 했다. 보일러가 있어서 뜨거운 물이 펑펑 나오는 게 아니었으니 마음처럼 물장구를 치며 재미난 목욕 시간을 누릴 수가 없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엄마의 부엌이자 목욕탕이 되던 그 따뜻한 공간이 떠오른다. 내가 몇 살이었는지는 잘 모른 채로.


여하튼 위의 기억 중 하나가 나의 첫 기억이리라. 내가 숨을 거두기 전까지 나의 이 소중한 기억이 잊히지 않기를 바란다.

아주 오래오래 함께 하고픈 나의 첫 기억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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