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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의 대화

즐기는 대화

by 샨띠정

우리 부부는 대화를 좋아한다. 즐긴다고 해야 할까? 물론 부부 둘 만의 대화는 썩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내가 리액션을 못해줘서 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서로의 얘기를 받아줄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거나 서로 더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아주 길게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만, 남편은 용건만 간단하게 말하라고 내게 다그치곤 한다. 뭐가 그리도 바쁜지. 나를 서운하게 한다.

사실은 둘 다 토론이나 대화를 태생부터 즐기는 존재이다. 신기하게도 우리 부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대화를 좋아한다.

내 소원은 우리 둘이서 잠들기 전에 베개를 베고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며 밤을 지새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줄곧 남편은 내가 얘기를 시작함과 동시에 거의 잠 속으로 깊이 빠져들어가 버린다.

"듣고 있어요?"

"응, 아직 안 끝났어?"

자다가 몽롱한 상태로 남편은 대답하곤 했다. 난 이제 그런 시도를 거의 하지 않는다. 포기한 상태이다.


그런가 하면, 남편과 나는 내 친구나 남편의 친구와 함께 자리에 앉아 대화를 시작하면, 아주 깊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영국에 있을 때는 종종 초대를 받거나, 우리가 집으로 초대하여 식사를 하며 교제할 기회가 많았다. 그럴 때면 늘 12시를 훌쩍 넘곤 했다. 때론 새벽까지 대화가 밤과 함께 깊어갔다. 티팟의 차는 수 차례 뜨거운 물과 함께 다시 채워지곤 했으니까.


부부끼리 하는 대화도 풍성했지만, 누구든 함께 자리한 친구들과 대화 잔치를 열었다. 덕분에 나는 남편의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남편 또한 내 친구들과 함께 하는 수다를 좋아한다. 서로의 친구가 오면 우리는 항상 자리를 같이 해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그러다 보니 나는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대화 속에서 남편의 생각과 견해를 더 많이 알고 읽게 되었다. 이해심 또한 깊어졌다. 남편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어제도 오랜만에 방문한 친구 집에서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어 놓았다. 끝없이 이어진 서로의 일상과 생각들로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과일 접시는 이미 비었고, 찻잔은 내용물 없이 싸늘하게 대화를 엿듣기라도 하듯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밤 12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집이 가까웠더라면 아마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리라. 아쉬운 마음을 주어 담고는 밤길을 달려왔다.


집에서는 각자의 자리에서 혼자만의 시간 보내기를 좋아하는 우리 부부. 이제 둘 만의 대화를 더 늘려가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서로를 안다고 하지만 아직도 상대방에게서 새롭게 발견하는 것들이 많지 않은가?

나도 더 열린 자세로 남편의 이야기에 먼저 귀를 기울여주는 다정한 아내가 되도록 해보련다. 답정녀가 아닌 포근한 아내로.


다행히 우리 부부는 독서모임에 함께 참여하여 책을 읽고 감상과 생각을 나누는 것을 둘 다 즐거워한다. 내가 진행하는 독서모임이라 할지라도 진지하게 생각을 깊이 나눠주는 남편에게 고맙다. 종종 내가 브레이크를 걸어 줄 필요가 있기도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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