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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목표를 이루다

중학교 졸업

by 샨띠정

딸이 마침내 중학교를 졸업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작은 목표가 되기도 한다. 바로 내겐 딸아이를 무사히 졸업을 시키는 일이 나의 과업이자 사명이었다.

두 돌 무렵 비행기를 태워 타국으로 데려간 딸아이를 다시 한국으로 데려온 시기는 5학년이 되는 시기였다.


부모 된 나는 해외생활을 해보았지만 어려서가 아닌 성인이 되어 경험해 본 일이니 아이의 입장을 잘 헤아리지 못했다. 무지하여 알 길도 없었고, 정보도 부족해서 나 자신이 무능하게만 느껴졌었다. 아이가 한국 학교에서 적응하며 학습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목도하면서 말이다.


시골 작은 학교를 찾아 들어온 지 벌써 4년 반이 흘렀다. 지나온 시간이 적어도 십 년쯤은 더 지난 것만 같다. 그동안의 수많은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다 헤아리기 조차도 어려울 지경이다.


그렇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시골 작은 중학교에 입학한 딸아이를 두고 얼마나 많은 고민과 기도로 그 많은 날들을 보냈는지 모른다. 2학년이 되던 새 학기에는 대안학교에 보내려고 거의 마음을 확정하기도 했다. 아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되길 바라면서.


새 학년의 담임 선생님께 대안학교로 가는 일로 상담을 했을 때다. 선생님께서 딸아이를 보듬어 주시면서 잘 살피고 도울테니 한 번 믿고 맡겨보시라는 그 따스한 말 한마디가 내 마음을 녹였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선생님의 또박또박한 말소리가 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위로와 격려의 순간이었다.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선생님은 준비한 곽티슈를 내게 건네셨다. 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흰색 티슈를 뽑아 눈물을 닦으며 흐느꼈다.


"감사합니다. 그럼 선생님의 말씀대로 믿고 맡길게요. 대안학교에 보내지 않고 학교에 남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잘 생각하셨어요. 우리 소*이를 믿고 기다려봐요. 잘할 거예요."


그날부터 나의 목표는 무사히 중학교를 졸업시키는 것이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작은 일상이 될 수도 있는 일이 내게는 크나큰 사명감으로 단단히 마음을 먹게 했다.


공부가 너무 어렵다는 아이는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아 늘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침마다 등교하는 시간이 주는 압박감과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했다. 때로는 즐겁게, 보통은 힘겹게 등굣길에 올랐다. 달래며 설득하고, 다독이면서 아침을 맞이하곤 했다.


그래도 하교 시간에는 딸아이의 얼굴이 미소로 환해졌다. 나름대로 힘들었지만 아이는 중학교 생활을 잘 견디어 내고 있었다. 가끔은 눈물을 머금고 엄마를 만나 속상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래도 날마다 강하여졌다. 그렇게 점점 튼튼하게 자신만의 학교 생활을 감당해내고 있었다. 괴롭고 힘든 만큼 성장했으리라.


위기가 왜 없었겠는가?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낸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엄마도 자신과의 싸움을 감내하며 하루하루 이겨내고 있었다. 딸아이와 함께. 둘이서 마음을 모아 서로를 응원하면서.


고비가 올 때마다 기도하면서 주문처럼 외쳤다.


"이제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 지금까지 잘 왔으니 조금만 더 가면 되는 거야."


아침마다 차에서 미리 시동을 걸어 딸아이를 기다렸다. 무더운 여름엔 시원한 에어컨으로 찜통인 차를 식히고, 겨울 아침엔 꽁꽁 얼어붙은 자동차를 녹여 따뜻하게 데우면서. 다행히 때론 아슬아슬하게 지각한 날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날들은 시간에 맞춰 등교를 할 수 있어 안도의 한숨을 쉬곤 했다.


드디어 지난주 금요일에 중학교 졸업식을 마쳤다. 2025년 1월 10일 금요일, 올 겨울 중 가장 추운 날이었다. 아침 기온이 영하 17도라니. 그토록 추운 날에 마지막 중학교 교복 차림으로 교복 치마를 챙겨 입었다. 이제 작아져버린 교복을 겨우겨우 끌어올렸다. 훌쩍 커버린 아이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남편과 나는 꽃다발을 세 개 준비했다. 선생님들께 두 개를 드리고, 나머지 하나는 딸아이를 위한 축복과 축하의 감동 꽃다발이었다. 환한 아이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생글생글 웃음보를 터뜨리는 아이의 볼을 바라보자니 지난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이렇듯 행복한 졸업식을 맞이하게 될 줄이야. 얼마나 기쁘고 가슴 벅찬 날이던가?


아이와 함께 참고 견디며 중학교 졸업이라는 작은 목표를 함께 달성한 나 자신에게도 꽃다발을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무도 내게 주지 않았지만. 나는 나 자신에게 속으로 힘찬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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