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와 함께하는 공생(共生)-Ep1.

8마리 제비 가족이 생기다.

by 샨띠정
6마리 새끼 제비들의 합창

5월 24일 아침, 현관문을 열고 나서던 딸아이가 화들짝 놀라서 걸음을 멈췄다.

"엄마, 이게 뭐야?"

"잠깐, 조심해...! 움직이지 마!"

발아래에 메추리알 비슷하게 생긴 것이 보였다.

순간 머릿속에서 우리 집 현관 처마 밑에 무료로 세 들어 사는 제비가 떠올랐다.


제비 부부가 지난 4월에 우리 집에 와서 열심히 제비집을 짓고, 보수 공사를 하며, 나름 정착을 잘하고 있었다.

우리는 분명히 제비 집 안에 있을 제비 알이 몇 개나 될지 궁금해서, 제비 둥지 안을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있던 터였다.


꽃순이와 우리가 의자를 놓고 올라가서 인사겸 구경을 한다고 야단법석을 떠니 엄마 제비가 긴장을 한 듯했다.

우리 집 제비가족

누군가와 삶을 공유한다는 건 때론 불편을 야기시키기 기도 하지만, 함께 함으로 인한 더 큰 부요와 풍요함을 누리게 한다. 어쩌면 공생(共生)이라는 말로 더 잘 표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전에 나오는 공생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공생(共生, symbiosis)은 군집 내 두 종의 개체군이 밀접한 영향을 미치며 함께 생활하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 다음 백과)


딱히 제비와 우리가 밀접한 영향을 미치며 함께 생활한다고 할 수 있을까?

글쎄, 제비와 우리가 공생한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까?

그저 우리가 우리 현관 앞에 제비에게 무료로 집을 짓고 살도록 허락해 준 정도가 아닐까?


제비가 우리에게 작은 감사의 표시를 해주는 정도로 될 것 같은데, 우리에게 흥부에게 물어다 준 큰 박 씨를 가져다 줄 건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안전하게 잘 지내다가 싸우지 말고, 시끄럽게 소동 부리거나 불편함 주지 않는 선에서 잘 지내다 가면, 그걸로 오히려 감사해야 할 것이다.

도대체 제비가 우리를 위해 해주는 게 뭐가 있지? 서로가 영향을 주는 게 맞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비와 우리가 함께 공생하는 것이 맞다.


4월, 봄이 되어 우리 집을 찾아온 제비 부부는 우리에게 또 다른 가족을 만나는 기쁨을 주었다. 지금은 제비 가족이 8명으로 불어난 것을 보며 함께 대가족의 즐거움을 누린다.

신기하게도 제비들은 우리가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치지 않고 우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제비 식구들도 우리가 같은 가족임을 받아들이고 함께 공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새끼들이 생기고 나니 엄마 제비는 벌레를 잡아오느라 바쁘다.

비록 처마 밑에 새끼 제비 똥이 떨어지는 게 좀 불편하긴 하지만, 우리를 힘들게 하는 벌레들을 많이 잡아 준다면 기꺼이 감사 인사를 해야 할 판이다.

잠시만 서서 지켜보고 있으면, 수도 없이 여러 번 아기들을 위해 벌레를 물어 나른다. 하루에 수 천 번, 수 만 번은 족히 먹이를 물어 나르는 것으로 보인다.

아기들을 먹이고 성장시키기 위한 참으로 대단한 모성애와 부성애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무료로 세를 내주고 제비는 벌레를 잡아주며 우리가 함께 공생하는 게 확실히 맞다.

입을 크게 벌려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새들

몸집도 여리고 작은 제비 가족은 비행훈련을 마치고 여름을 보낸 후에 , 보통 1만 2000킬로 미터 정도의 거리를 이동해서 겨울을 보내고, 다음 해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우포생태연구팀에 의하면 밀양에서 번식한 제비가 밀양을 떠나 제주도-일본 오키나와-필리핀-인도네시아-호주 인근까지 가서 필리핀 로손섬에서 겨울을 보내고, 다시 로손섬에서 출발해 대만-중국 동남부 지방을 거쳐 우리나라 서해를 지나, 다시 밀양으로 돌아오는 것을 확인했다.

참으로 제비의 능력이 놀랍지 않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 조물주, 창조주 하나님의 놀라운 능력을 찬양한다. 어쩌면 우리 인간들의 실수로 멸종 위기의 새가 되어 버릴 수도 있는 작은 제비 가족을 잘 돌보고 살피는 것도,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비행기도 탈 수 없고,

멀리 날아가 볼 수도 없지만,

멀리멀리 1만 2천 킬로를 날아가 푹 쉬었다가 힘차게 다시 찾아온 제비들이 부럽기도 하다.


우리도 훨훨 나는 제비처럼,

경을 마음껏 자유롭게 넘을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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