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의 밥그릇 싸움

서열 문제가 아니다.

by 샨띠정

밥그릇 싸움'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인간이든 동물이든 먹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우니 밥그릇은 사활이 걸린 생명과도 같을 것이다.

아기 꽃순이

직장이나 사업장뿐만 아니라 학교나 사회 곳곳에서 그리고 정치 판에도 이 '밥그릇 싸움'이 치열하다.

경쟁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숨을 고르며 작은 희망 하나 가슴에 담는다.

우리 집에도 함께 살아가는 공존하는 세상이라 밥그릇 싸움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동안 8개월 차이가 나는 우리 집 반려견 장군이와 꽃순이의 서열 정리에 대해 유심히 살펴보았다. 정말 8개월 나이가 많을뿐더러 우리 집에 2개월이나 먼저 온 장군이가 오빠임에도 불구하고, 동생인 꽃순이와의 사이에 서열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둘 사이의 서열 문제가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면 개나 늑대류에는 서열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특히 반려견들에게 서열 정리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것은 오래된 잘못된 상식이라고 한다. 개나 고양이의 사회에 서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많은 과학적 연구들이 있다고 한다. 나는 이 의견에 동의한다.

하지만 개들이 영역을 매우 중요시하는 것을 보아 왔다. 인도에서는 길에서 생활하는 스트리트 개가 수없이 많이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날은 개들끼리 동네에서 단체로 영역 싸움하는 소리에 잠을 설칠 때가 수도 없이 많았다.

차 위에서 낮잠 중인 인도의 길거리 개

우리 집 장군이와 꽃순이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면, 조금은 똑 부러진 꽃순이에게 순둥이 장군이가 신사처럼 양보하는 모습은, 마치 꽃순이에게 장군이가 절절매는 것처럼 보였다. 다시 말하면 8개월 어린 꽃순이가 서열이 위로 올라가고, 오빠인 장군이가 서열이 밀린 건 아닌지 조바심마저 생기게 했다.


며칠 동안 둘의 관계를 살펴보며 두 가지를 알게 되었다.

첫째는 장군이와 꽃순이가 서로 배려하고 조화롭게 평화로운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장군이의 목덜미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이야기를 나눌 때는 꽃순이가 자리를 비켜주곤 한다. 꽃순이는 조금 멀찍이 떨어진 곳에 앉아 장군이와 나를 가만히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내가 장군이 곁을 떠나는 순간, 나를 기다리던 꽃순이는 바로 내게로 쏜살같이 달려오곤 했다.

가끔은 장군이와 꽃순이를 동시에 쓰다듬어 줄 때도 있지만, 둘은 서로를 질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둘은 서로 사이가 좋다.

두 번째는 바로 밥그릇 싸움이다. 꽃순이가 장군이와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 아기 꽃순이가 사용하던 분홍색 밥그릇을 아직도 같이 옆에 두고 있지만, 훌쩍 커버린 꽃순이를 위해 민트색 물그릇과 밥그릇을 사다 줘서 사용한 지 이미 꽤 지났다.


그런데, 꽃순이가 분홍색과 민트색 밥그릇이 마음에 안 든다고 반항을 하고 있다. 사료를 민트색 그릇에 주면 먹지 않는다. 굳이 두 개가 있는 장군이의 밥그릇에 있는 사료를 먹는다고 생떼를 부린다.

어느 날 문득 보니, 장군이가 민트색 그릇의 밥을 먹고, 꽃순이가 장군이의 밥그릇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꽃순이는 장군이의 더 큰 검은색 밥그릇을 탐내며 장군이의 밥을 먹기 좋아했다.


지금까지 줄곧 민트색 밥그릇에서 잘 먹더니 요즘 들어 부쩍 장군이의 밥그릇을 탐낸다. 장군이는 자신의 사료를 먹고 물을 마시는 꽃순이를 그냥 점잖게 바라만 보고 있다. 샤이니는 그 광경이 애가 타서 꽃순이를 야단치며 장군이의 밥을 못 먹게 하기도 하지만, 잠시 그 순간만 멈칫할 뿐이다.

꽃순이의 밥그릇 변천사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꽃순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나는 이제 숙녀예요. 아기 같은 것은 싫어요. 나도 장군이 오빠 같은 크고 어른 같은 밥그릇이 필요해요. 장군이 오빠 밥그릇이 마음에 든다고요."

그래서 아예 장군이 밥그릇을 꽃순이에게 줬다. 그제야 사료를 먹는다. 그래도 틈만 나면 더 큰 장군이 밥그릇을 노리는 꽃순이와 기꺼이 자기 밥그릇을 양보하는 장군이를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어쩌면 꽃순이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장군이 처럼 가만히 지켜보며 양보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세상이 아직 따듯하고 살만한 세상이 아닐까?

장군이와 꽃순이를 보며 별 생각을 다해 본다.

꽃순이에게 밥그릇을 양보하는 멋진 장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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