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자는 알아가야 하는 숙제를 떠안은 자이다". 소설가 이승우는 그렇게 썼다.
철학자 제논은 그리스 전역에서 가장 빠른 아킬레스조차도 먼저 출발한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했다. 아킬레스가 얼마나 가까워지든, 거북이는 매순간 한 발자국씩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끝없이 가까워질 뿐 닿을 수 없는 아이러니. 그 유명한 '제논의 역설'이다.
사랑하는 자는 사랑의 대상에 가까워 질 수 있을 뿐이다. 말하고 듣고 만지고 기억하고. 다가서고자 애썼지만 점차 수렴할 뿐, 가닿을 수 없었다. 기어이 너에게 닿았다고 자부한 순간 우리 사랑은 끝이 났다.
사랑하는 자는 알아가야 하는 숙제를 떠안은 자이다. 나는 사랑하는 자였으므로 알아가야 했다. 사랑의 저변은 광대무변 했다. 가까워질 뿐 앞지를 수 없었다. 나의 숙제 역시 그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