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무트'는 쌀이냐, 밀이냐?

(광고 아님)

by 무함

얼마 전 마트에 갔더니 카무트라는 곡물을 팔더라고요. 그리고 이런 홍보성 문구도 쓰여 있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재배되던 호라산밀의 일종으로 ....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납니다.


더 자세하게 쓰면 광고처럼 보일까 봐 이 정도만 썼습니다. 겉포장에 피라미드하고 이집트 느낌의 복장을 한 여인의 모습과 고양이가 그려진 것을 보고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정말 이건 고대 이집트의 곡물을 복원한 걸까? 자세히 보니 이 곡물의 원래 이름은 Khorasan wheat이고, 페르시아의 어떤 도시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구입한 이 카무트 밀의 원산지는 이집트가 아니고 캐나다라고 쓰여있네요. 어쨌든 뭔가 고대 이집트와 관련이 있어 보이니까 좀 더 파해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b9suqaxy.png 마트에서 구매한 카무트라는 곡물

일단 카무트라는 단어를 알아봐야겠습니다. 카무트를 상형문자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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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있는 단어였습니다. 그런데 곡물의 이삭이라는 의미는 있지만 아무리 봐도 밀, 보리, 쌀 등과 연관 지을만한 의미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이 녀석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난 걸까요? 어떻게 카무트 Kamut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요? 그래서 열심히 검색을 해서 카무트와 관련된 논문을 찾아냈습니다.


Gordon Sacks, "Kamut: A New Old Grain", Gastronomica, , 2005, 5(4), 95-98


이 논문에 따르면 미국 공군에 Earl Dedman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포르투갈에 파병된 동안 이집트 다흐슈르(Darshur)의 어떤 무덤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씨앗 36개가 석관에 든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포르투갈에 있던 사람이 어떻게 이집트까지 가서 씨앗을 발견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 사람은 그것을 미국의 몬타나 주에 살고 있는 자신의 아버지 Rube Dedman에게 보냈습니다. 요즘 같았으면 까다로운 검역 때문에 불가능했을 텐데 이 때는 많이 허술했나 봅니다. 그의 아버지는 36개 중에서 32개의 싹을 틔우는 데 성공하고 "투탕카멘의 밀 (King Tut Wheat)"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게 1949년에 일어났던 일이고, 투탕카멘의 밀은 한동안 잊혀졌습니다.


그러다가 1970년대에 와서 UC at Davis에서 식물과학을 전공하던 Bob Quinn이라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이 사람이 어린 시절 지역박람회에서 봤던 그 투탕카멘의 밀을 기억해 냈다고 합니다. 이 사람의 고향도 몬타나 주였던 것이죠. Bob은 수소문을 해서 그 씨앗을 얻었고 재배에 성공한 다음 이것을 상업화시킵니다. 이 작물에 카무트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도 바로 Bob입니다. 이 사람이 살고 있던 지역도서관에서 본 이집트 상형문자 사전에서 밀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카무트라는 단어가 있었던 것이죠. 이렇게 해서 이 작물에 카무트라는 상표명이 붙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저 "카무트"라는 이름은 그냥 상표명이고, 실제로 고대 이집트와의 관련성은 확실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먹으면 건강에 좋다고 광고하기는 하는데 저는 특별히 맛있거나 건강이 좋아진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좀 더 부드러운 현미를 먹는다는 느낌은 들었습니다. 내가 둔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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