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인 척 적는 편지인지 편지인 듯 남기는 메모인지
열여덟 번째 편지
저번에 내가 들어보라고 했던 곡은 플레이리스트 8번에 있어.
제목이 좀 길어서... 영어도 아닌 것 같더라고, 못 외웠어.
일단 리스트 그대로 살려놓고 나갈게.
그리고 저녁 여덟시 전까지만 나한테 연락줘요. 너무 일찍일 필요는 없어.
또 우리 초는, 그때까지 손 갈 일은 없을건데
만약에 애가 나와서 기웃대고 밥그릇 주변에서 얼쩡거리면 간식 좀 챙겨줘요.
애기가 먹는 건 냉장고 야채실에 있어. 다 좋아하는 거지만 대신 양은 엄청 조금. 한 개 두 개 정도만.
나머지는 신경 써 줄 일 없고. 그냥 편히 누워있고.
들어가는 길에 한 번 더 전화할게요.
요즘 통 기억이 가물가물해.
이것도 메모인 척 적는 편지인지 편지인 듯 남기는 메모인지
아무튼 내가, 그렇게 할게. 이렇게 적어두든, 부탁하든, 기억하든, 뭐든 할게.
곧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