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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ley Jan 28. 2021

메모인 척 적는 편지인지 편지인 듯 남기는 메모인지

열여덟 번째 편지

저번에 내가 들어보라고 했던 곡은 플레이리스트 8번에 있어.

제목이 좀 길어서... 영어도 아닌 것 같더라고, 못 외웠어.

일단 리스트 그대로 살려놓고 나갈게.

그리고 저녁 여덟시 전까지만 나한테 연락줘요. 너무 일찍일 필요는 없어.

또 우리 초는, 그때까지 손 갈 일은 없을건데

만약에 애가 나와서 기웃대고 밥그릇 주변에서 얼쩡거리면 간식 좀 챙겨줘요.

애기가 먹는 건 냉장고 야채실에 있어. 다 좋아하는 거지만 대신 양은 엄청 조금. 한 개 두 개 정도만.

나머지는 신경 써 줄 일 없고. 그냥 편히 누워있고.

들어가는 길에 한 번 더 전화할게요.

요즘 통 기억이 가물가물해.

이것도 메모인 척 적는 편지인지 편지인 듯 남기는 메모인지

아무튼 내가, 그렇게 할게. 이렇게 적어두든, 부탁하든, 기억하든, 뭐든 할게.

곧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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