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했던 바리스타와의 우정

by 하이라이트릴

회사 카페는 거의 원가에 커피를 파는, 고마운 공간이었다. 하지만 유독 불편한 한 바리스타가 있었다. 선후배, 동료들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 “아, 진짜 카페 직원 너무 까칠하지 않아? 우리한테 왜 저래?”


그렇다고 커피를 안 마실 수도 없으니, 그냥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카페에 내려갔다가 아름다운 노래가 흘러나오는 걸 들었다. 노래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그 까칠하던 직원이었다. “어머, 혹시 밴드 보컬이세요? 저도 아시아나 밴드에서 기타 치고 있어요.” “정말요?” 그의 눈빛이 순식간에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그날 이후, 카페에 가면 상황이 달라졌다. “그냥 가져가세요.” 커피값을 받지 않고 건네주었다. 나는 눈이 동그래져서 “어머, 정말요?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드렸다. 그 다음부터도 종종, “블랙 3잔, 라떼 1잔이요.” “블랙 3잔 값만 받을게요.” 이런 식으로 할인해주거나, 가끔 공짜로 내어줄 때도 있었다.


“저, 곧 제 카페 차릴 거예요.” “아, 그래요?” “네. 연희동에 자리 알아보고 있어요.” “가게 차리시면 꼭 알려주세요. 커피 마시러 갈게요.”


그 무렵, 나는 광화문에서 처음 도전한 호텔 캘리포니아의 기타 솔로 연주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12월 홍대 클럽 윙어스 정기 자선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저희 12월 초에 홍대 클럽 질러홀에서 자선 공연해요. 수익금은 전부 기부되거든요. 시간 되시면 한 번 구경 오세요.”

회사 안에서 음악을 매개로 교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었다.


공연 준비는 막바지에 이르렀고, 드디어 공연 당일. 리허설 중, 후배가 나를 찾았다. “선배님, 오즈 카페 직원분이 선배님 보러 오셨어요.”

깜짝 놀라 나가보니, 그가 혼자 꽃을 들고 와 있었다.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혹시 내가 실수했나? 이분은 단순히 음악만 들으려 온 게 아니었나…’


당황한 기색을 감추며, 나는 맥주 한 병을 사서 건넸다. “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토요일이라 붐볐을 텐데… 시원하게 맥주 한 잔 하세요.”

그날, 남편은 무대 아래에서 내 사운드를 위해 이리저리 뛰고 있었지만, 굳이 소개하지는 않았다.


호텔 캘리포니아 리허설을 하는데 내 사운드가 묻히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연습한 호텔 캘리포니아야. 절대로 묻히면 안돼.’ 나는 즉시 드라이브가 잔뜩 걸린 톤으로 바꿨다. 내 소리는 뚜렷하게 살아났지만, 그 강렬함에 선배가 살짝 주춤하는 게 느껴졌다. 어쩔 수 없었다. 잭 선배와 기타 솔로를 주고 받는 순간, 선배의 소리를 덮으며 밀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연주가 끝난 뒤, 선배가 다가와 말했다. “호텔 캘리포니아를 이렇게 치는 여성 기타리스트라니… 나미, 너 정말 대단하다.”

잠시 후, 그 직원도 다가왔다. “와… 정말 멋지셨어요.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정말요.” “아, 네… 감사합니다.” 나의 대답은 거기까지였다.

그는 모든 상황을 눈치챈 듯했다. “공연 잘 봤습니다.” 짧게 인사하고 어색하게 돌아섰다. 그리고 며칠 뒤, 회사 카페도 그만두었다.


지금쯤은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카페 사장님으로 잘 지내고 계시겠지.

혹시라도 우연히 그의 가게에 들르게 된다면, 그날의 오해에 대해 말없이 사과하고 싶다.


‘그땐 미안했어요. 나는 당신의 호의를 진심으로 감사하게 여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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