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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i Whale Jan 13. 2023

iii. 상담은 얼마나 받아야 할까요?

어디까지가 목표이고 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상담을 통한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기도 또는 느리기도 합니다.

 

어렵게 마음을 먹고 큰 비용을 들여 상담을 시작했는지만 상담을 시작하고 한 달  두 달이 지나가면 효과가 있는 건가? 하는 불안이나 불만이 올라오는 때가 있습니다. 초반의 불만감을 저희는 저항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겨우 덮어 두고 지내던 마음의 상처를 매주 상담실에 가서 다시 꺼내서 마주 한다는 것이 사실 보통 힘들고 두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그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지 않거든요. 그러면 마음이 들쭉날쭉 요동치게 됩니다. 더 중요한 일이 생기는 것 같고, 돈이 아깝기도 하고, 지금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정말은 변하지 않을 것 같고, 상담사는 돌팔이 같습니다. 하지만 초반의 저항은 변화에 대한 회피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종의 그대로 힘들게 살으라는 악마의 속삭임 같은 거죠. 그래서 상담을 시작할 때, 미리 알려드리기도 합니다. 


"상담을 받다 보면 어떤 순간에는 엄청 오기 싫고 도망가고 싶으실 수 있어요. 적어도 그때는 피하지 말고 오세요! 그런 마음 들면 꼭 저랑 같이 얘기해 봐요." 


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변화나 심리적 회복을 목적으로 상담을 받을 때, 변화가 빠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왜 상담을 받았는데 빨리 나아지지 않나요?"라고 물어보기도 하시죠.  


상담은 기본적으로 상담자가 아닌 내담자가 주인이고 주체적으로 노력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상담이 달리기 경주라면 선수인 "나와 내 환경의 상태"에 따라서 경주의 시작점도 만족하는 목표지점도 내가 뛰려고 생각한 거리나 난이도도 다 다릅니다. 

그리고 상담사는 내담자가 자신의 상태를 알고 맞는 과녁에 목표를 잡고 나아가도록 돕습니다.  


프로 수준의 경험치가 있는 사람도 있지만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했거나 목발을 짚고 달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마더 테레사나 부처가 되기 위해 상담을 받는다면 수십 년이 걸려도 부족하겠지만 지금 8까지 힘든데 6까지만 덜 힘든 것을 목표로 잡을 수도 있습니다. 


또, 나의 주관적인 불편함이 클수록, 잘 달리고 싶은 마음이 절실할수록 더 빨리 목표지점에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절실함은 목표지점을 가르는 가속도고 달리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내가 아무리 애써도 간혹 환경이 도와주지 않는 경우는 언제든 있습니다. 잘 달리고 있는데 비가 오기도 하고 갑자기 폭탄이 떨어지기도 하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합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트랙은 완벽하게 관리되어 어떤 장애도 없는 상태로 유지된다고 자신할 수 없습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내 트랙은 부서지고 찢어지고 끊어질 수 있습니다. 아우토반을 달리다 히말라야 산을 오르면 속도가 나긴 어렵겠죠. 놀랍지만 인생은 그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상담을 받을 때 무시할 수 없는 한 가지는 나의 자원, 즉 돈입니다. 경제적으로 매우 여유로운 경우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사실 아닌 경우가 더 많이 있습니다. 어떤 상담사들은 앞으로의 삶이 변하는 문제인데 가방하나 값도 안 쓰려고 하면 안 된다고 실제 내담자에게 그렇게 얘기하는 분들도 계시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일반인들이 명품 가방하나를 그렇게 쉽게 살 수 없지요. 우리나라에서 상담은 북미권처럼 의료보험이 되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비쌉니다. (진실로 말하건대 상담사들의 연봉이나 월급을 실제 아신다면 아주 깜짝 놀라게 되실 거예요. 좋은 쪽이어서 놀라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눈물 주르륵...)  그렇다고 50분에 최소 8만 원에서 12만 원을 내는 것이 결코 적은 비용은 아닙니다. 월 40만 원 이상을 치료에 쓴다는 것은 큰 각오가 필요한 일이죠. 그렇기에 나의 문제의 중요도를 우선 평가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내가 가진 비용이나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상담 회기 안에서 나의 문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목표를 세우는 일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래서 상담은 얼마나 받아야 할까요?라고 물으신다면, 

전 하얗고 큰 종이를 가지고 함께 목표를 세워보자고 말씀드릴 거예요.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고, 

무엇이 가장 불편하며, 

무엇을 가졌고, 

어디까지 달라지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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