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li Whale Jan 13. 2023

ii. 그래서 언제 상담받는다고?

다른 누가 아닌 네가 힘들 때!

상담을 하다 보면 "이 정도 문제로 상담을 받아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상담은 마음이 힘들면 받는 거라고 알고는 있지만 힘들어도 실제 상담실까지 받는 일은 많지 않지요. 사람들은 감기에 걸리면 쉽게 동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먹고 안 나으면 또 가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면역력이 떨어졌나, 추운데 옷을 얇게 있었나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에 갑니다.


하지만 마음에 병이 생기면 어떻게든 스스로 고쳐보려고 자가 처방을 내리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온갖 종류의 민간요법을 동원합니다. 심지어 이건 아픈 게 아니라고 아예 무시하기도 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가거나 상담센터에 가는 일은 정말 정말 너무너무 힘들 때 마지막 선택이 되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마음의 병은 감기와 달라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유리멘탈"이라는 사회적 평가를 받게 되니까요.


몸과 마음은 다르지만 그렇게 다르진 않습니다.

몸은 보이고 마음은 안 보이지만 몸도 마음도 관리하고 챙기지 않으면 아프고 나의 삶을 위협합니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충분히 운동해 주고 적절한 수면을 취해야 몸이 건강하듯이 건강한 생각을 하고 충분히 느끼고 적절한 인정을 받아야 마음도 건강해집니다. 차사고가 나면 몸이 다치듯 트라우마가 생기면 마음이 크게 다칩니다. 암에 걸리면 죽음의 문턱을 오고 가듯 심한 우울증에 걸리면 창문만 봐도 뛰어내리고 싶고 끈만 보면 목을 매고 싶습니다.


하지만 몸의 병은 그럴 수 있는 일인데 유독 마음의 병은 내 탓처럼 느껴집니다. 큰 병에 걸렸을 때 첫 심리적 단계가 분노와 부인이라면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의 첫 단계는 자책입니다. 내가 나약해서, 내가 게을러, 내가 예민해서 그렇다고 생각해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얘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렵게 얘기했을 때 '마음을 강하게 먹어' 같은 평가나 '안 힘든 사람 없어'라는 무시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지요. 그렇게 되면 더 힘들다고 얘기하기도, 스스로 힘들다고 생각하기도 어려워집니다.


몸이 아파 치료를 받는다라고 하면 "어디가 아파? 괜찮니?"라고 묻지요. 하지만 마음이 아파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그렇게 힘들었어?"라는 질문을 많이  듣는 다고 합니다. 그 말에는 분명 진심의 위로도 있겠지만 반드시 많이 힘들었어야 도움을 받는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힘들어야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하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아픔만 아픔인가요?   


신체적인 고통도 심리적인 고통도 0~10 스케일의 점수를 매기는 것은 '남'이 아니라 '나'입니다.


왜냐하면 고통은 주관적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프면 아픈 거고 내가 힘들면 힘든 겁니다.  그것을 다른 사람이 평가하고 이건 힘든 일이고 이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상대에게 3이지만 나에게는 8인 고통은 설명할 필요 없는 그냥 8인 고통입니다.


물론, 주관적 고통을 가능한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지표들은 있습니다. 상담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질문들이기도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잠을 잘 자는지, 신체 증상이 있는지,  학교나 직장 가정에서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어떤 부분에 어려움이 있는지, 심리적 고통의 정도가 스스로 수치와 했을 때 어느 정도 높은 지입니다. 간혹 참을만하다고 하시는데 신체증상이 많은 분들이 있고, 너무 힘들다고 하는데 잘 주무시고 일상생활에도 크게 문제가 없는 분도 있습니다. 마음의 문제를 너무 참기만 하는 것도 건강하지 않지만, 마음의 괴로움을 유독 크게 느끼는 분들은 그들 나름의 고통을 만드는 생각의 틀이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을 언제 받냐고요?

당신이 힘들 때, 바로 그때입니다. 

이전 02화 i. 상담 정말 도움 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