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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i Whale Sep 17. 2023

에필로그

심리상담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서론과 본론이 상담을 받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글이었다면 마지막은 심리상담사를 꿈꾸는 분들을 위해 적어보겠습니다. 

당신은 상담사가 되고 싶나요? 


내 자식이라면 말리고 싶습니다. 

이유는요? 


이 글은 상담사가 되고 싶은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상담을 처음 시작할 때, 저는 '전문가'가 된다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전문가라 함은 무릇 자신이 하는 일에서 유능함과 전문성이 있는 프로가 되는 것, 

도 있지만 다른 전문가들처럼 경제적인 능력도 생길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의사나 변호사만큼은 아니어도 석사 박사까지 하는데 어느 정도는 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습니다. 

처음 일을 시작한 일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였습니다. 서류심사에 면접을 보고 합격하여 주 1회 4시간의 전화상담 업무를 1년 계약했습니다. 임금은 '월 2만원' 이었습니다. 맥도날드에서도 시간 당 3,000원 이상을 받던 때, 석사재학 중이거나 석사를 졸업한 상담사들은 시간당 1,250원을 받았습니다. 거의 20년 전의 얘기이니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대학원생이니 그런 건가 싶었지만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상황은 기대만큼 확 피지 않았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하면 인턴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내고' 일을 하는 경우도 많고 돈을 준다고 해도 차비 수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1~2년을 버티며 유명 학회와 국가 자격증을 따면 그때부터는 국가기관에 들어가거나 사설센터, 병원, 학교, 군대 등으로 취업의 좁은 문이 살짝 열렸습니다. 휴학이나 재수 한번 하지 않고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대학원을 졸업한 후, 인턴과정 동안 주요 자격증을 취득한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 여성이라면 최소 26~28세입니다. 그때가 되어 겨우겨우 정부에서 운영하는 상담센터에 들어가게 되면 준공무원급의 호봉을 받게 됩니다. 그러니 풀타임으로 일해도 세금 빼면 초봉이 약 200만 원 정도 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9급 공무원이 된 20세와 비슷한 수입입니다. 


사설센터에서 자유용역으로 개인상담을 하면서 학교나 단체의 집단상담, 상담교육을 하면 월 2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 정도까지 벌 수 있습니다.  프리랜서로 일할 경우 대체로 실제 상담비용의 30%에서 최대 60% 정도를 임금으로 받습니다. 대부분은 40% 정도를 상담사가 가져갈 수 있습니다.  또, 언제나 정해진 시간에 언제나 내담자가 딱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대기 시간과 준비시간까지 고려하면 그 두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설 센터는 상담사를 대부분 자유용역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고정급이라는 것이 없이 일한 만큼만 벌 수 있습니다. 프리랜서는 시간을 자유롭게 쓸수 있지만 그 만큼 수익의 변화도 자유롭습니다.또, 상담은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는 아니기 때문에 경제의 흐름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경기가 어려우면 내담자는 귀신같이 줄어듭니다. 2019년부터 코로나19 펜더믹 동안은 정말 처참했습니다. 어떤 때는 한달 월급이 10만원도 안되었습니다. 10년 이상의 경력으로 대기업 상담실에 들어간 상담 동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다른 상담센터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은 월급을 받겠지만, 동일 기업의 20대 신입사원 초봉이랑 다르지 않은 또는 낮은 월급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나는 10~20년을 뭐 하다 이지경인가' 현타가 온다고 말합니다. 대학원 가지 말고 취직할걸 하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는 것이죠. 


문제는, 상담자격증은 면허증이 아니기 때문에 그 급수를 올려야 하기도 하고,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일이다 보니 공부 역시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공부하는 데는 어디서나 그렇듯 돈이 들어가고요. 자격증을 따기 위해 슈퍼바이저에게 수련비를 내고 학회와 세미나, 집단 등에 참석하는데 버는 돈을 다쓰는 경우도 많았죠. 그래서 저희 상담하는 사람들끼리 얘기 중에 "제 닭잡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많은 돈을 내고 교육이나 슈퍼비전을 받아서 자격증을 따면 그 투자 비용을 다시 상담 수련생을 받아 메꾸는 것입니다.  우스개 소리로 상담은 실제 상담을 해서 버는 돈 보다 상담하는 사람들에게서 버는 돈이 더 많다고도 하지요.  


상담으로 가장 돈을 많이 벌려면 교수가 되거나 상담실을 열어서 사업에 성공을 해야 하는데 그것 역시 쉽지가 않죠. 교수가 되려면 미국으로 유학을 가야 하는 경우가 많고, 어느 전공이나 그렇듯 교수되기는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상담 쪽은 응용하여 수익이 창출되는 학문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외국에서도 장학금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자영업은 어떤 직종이든 초기 투자비용과 경영전략이 필요합니다. 상담실을 시작하고 운용하는 비용을 고려하면 사실상 센터는 밤낮으로 꽉 차게 돌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상담은 생존에 꼭 필요한 서비스는 아니어서 경기변화에 민감합니다. 경기 좋을 때는 내담자가 많지만 경기가 나쁘면 상담에까지 지갑이 잘 열리지 않습니다. 상담실을 열어 성공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이미 센터를 낸 친구들을 보면 쉬지 않고 일해야 겨우 일반 직장인 월급 정도 가져간다고들 말합니다. 금방 문닫는 친구들이 많은 것을 보면 거짓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상담사라는 직업이 우아한 거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상담사를 비하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 그만큼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상담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습니다. 상담으로 혼자 벌어서는 아들이 중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충분히 지원하기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가장 역할을 하는 동료 상담사 중 한 명은 아들의 교육비 때문에 결혼예물을 팔았다고 했습니다. 고액과외를 원한 것도 아니지만, 그 만큼 수익이 일정치 않고 높지 않습니다. 다행히 저는 남편의 수술이 잘 되어 상담도 계속하고 글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모든 생각은 제가 유독 상담사로 경제적인 전략이 떨어져서 그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장점도 있습니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재취업 장벽이 높지 않은 것, 프리랜서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활용이 용이한 점입니다. 또, 경력에 따른 전문성은 분명히 있기에 나이가 들어서도 상대적으로 오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육체적인 면에서 중노동이나 위험한 일은 아니기 때문에 무릎연골이 닳거나 다리가 골절되고 손가락이 잘리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상담을 하면서 실제 사람이 변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뿌듯하고 보람 있습니다.  내담자가 행복해지는 것은 제가 얻는 적은 경제적인 이득을 보상하는 기쁨이 있습니다.     

그 밖에 상담을 하면서 실제 나의 인격 수양이나 사회적인 능력, 인간에 대한 이해가 늘어나 삶의 질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이 경제적인 부분이 다는 아니겠지만, 직업의 기본이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상담사를 직업으로 선택하고자 한다면, 나의 진로선택에서의 우선적인 가치관이 무엇인지 잘 고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상담사의 사회적인 위치나 경제적인 가치창출도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분명 20년 전보다는 지금이 훨씬 나으니까요. 


당신은 여전히 상담사가 되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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