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싱 트윈

이 여자의 생존법 - 민 & 율

by Lali Whale

ᶪ 하이~

ᶪ 미스터리 버스 아저씨 오늘 무슨 옷 입고 왔게?

ᶪ 빨강머리 앤

ᶪ ㅋㅋㅋ

ᶪ 편의점에 편스토랑 우승 도시락 나왔는데 완전 네 스타일.

ᶪ 우리 아버지 이제 술 못 마셔. 어제 죽었거든. 잘됐지?

ᶪ 그런데 왜 계속 잠은 안 오는지 몰라.

ᶪ ㅠㅠ


민은 율에게 매일 같이 톡을 보냈다.


민과 율은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다. 둘이 처음부터 잘 맞았던 것은 아니었다. 민의 가장 친한 친구가 율과 친했고 민은 자신이 아닌 율과 잘 어울리는 친구가 서운하고 율이 미웠지만 하나뿐인 친구를 잃을까 봐 말도 못 하고 끙끙 앓았었다. 반갑지 않지만 셋은 한동안 함께 다녔다. 그러다 그 친구가 민도 율도 아닌 다른 반 친구들과 더 친해지면서 민과 율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둘 다 사교적이지도 않았고 적극적이지도 못했다. 한 일 년은 어쩔 수 없이 함께 다녔다. 하지만, 서로에 대해 아무리 시시콜콜 얘기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많은 것이 있었다. 민은 수업시간에 매일 잤고, 율은 급식을 좋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민의 아버지가 알코올중독자여서 매일 같이 술에 취해 있다는 것, 그런 아버지가 언제 소리를 지르며 물건을 집어던지고 민의 방문을 두드릴지 몰라 민은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고 학교에서 매일 엎드려 잔다는 것을 율은 알았다. 율의 엄마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고 아빠는 너무 바빠서 율은 매일 편의점 도시락을 사서 혼자 먹는다는 것, 그래서 매번 다른 메뉴의 급식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민은 율이 있는 학교에서 가장 편하게 잘 수 있었고, 율은 민과 함께 먹는 급식이 가장 맛있었다.


민과 율은 다른 아이들이 선호하지 않는 고등학교를 함께 1 지망으로 적고 예상대로 같은 고등학교를 배정받았다. 같은 반은 아니었지만, 둘은 항상 등굣길에는 민의 집 앞에서 만나 학교로 갔고 하굣길에는 율의 집 앞으로 가서 헤어졌다. 같은 시간에 타는 버스에는 매주 월요일 이상한 아저씨가 이상한 옷을 입고 가장 앞자리에 앉아있었다. 검정고무신의 기영이처럼 입고 있을 때도 있고 노란 피카추처럼 입고 있을 때도 있었다. 둘 만 아는 예능이었고, 다음 주는 어떤 옷을 입고 올지 서로 내기도 하였다. 같이 급식을 먹었고, 같은 동아리 활동을 했고, 쉬는 시간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복도에서 만나 수다를 떨었다. 율과 얘기하면 아버지의 주사도 남의 얘기처럼 가벼웠고, 민의 집 나간 엄마가 외국인 남자친구와 한국을 떠났다는 것도 연예인들의 가십처럼 떠들 수 있었다. 민에게 친구는 율뿐이었지만 외롭거나 불안하지 않았고 율에게 어떤 의심이나 경계도 하지 않았다. 민은 율이 자신의 거울이었고, 자신의 사라진 쌍둥이라고 굳게 믿었다. 분명 한 배에서 함께 잉태된 생명이지만 잃어버린 쌍둥이, 자신의 반쪽이 분명했다.


그 거울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율이 엄마가 있는 영국으로 가면서부터였다. 정확히는 율이 다른 대학교에 들어가고 남자친구를 사귀면서부터이지만 민은 인정할 수 없었다. 같은 대학에 가지 못한 상황을 탓했고, 간사하고 바람둥이인 남자가 율을 꼬드겨서 그렇게 된 거라고 율의 남자친구를 저주했다. 민은 자기 학교 보다 경쟁률이 낮은 율이 다니는 대학교로 부모님과 의절하다시피 하여 편입을 했다. 민은 율의 남자친구가 얼마나 형편없는 바람둥이 인지를 입증시키기 위해 그와 잠까지 잤다. 민에게는 첫 섹스였고, 마지막 섹스였다. 구역질이 나오는 모든 순간을 참고 녹화하여 율에게 보여줬다. 오로지 율을 위한 일이었고 양심의 가책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율은 점 점 민을 피했다. 민이 다가가려 하면 할수록 멀어졌다. 결국 율은 엄마가 있는 영국으로 간다는 말을 남기고 민의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민은 매일 같이 율에게 톡을 보냈다. 1이 떨어지지 않는 민의 독백에 답이 온 것은 얼마 전이었다. 율이 영국에서 엄마의 외국인 남편의 고향인 튀르키예로 여행을 갔고 그들이 함께 묵던 호텔이 지진으로 산산이 부서졌다는 것이다. 사고가 나고 율의 아빠가 율의 행방을 찾기 위해 튀르키예로 갔고 얼마 전에 딸의 시신을 수습해 왔다고 했다. 딸에 대해 잘 몰랐던 아빠는 딸의 영국 집에 있던 노트북과 과거에 쓰던 핸드폰을 복원하여 딸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민은 드디어 사랑하는 율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민은 알았다. 율은 민이 싫어서 답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없어서였다는 것을 말이다. 율에게는 옛날에도 지금도 자신 뿐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누구도 율을 자신에게서 빼앗아 갈 수 없었다.


민은 드디어 편히 잠들 수 있었다.


ᶪ 율아 곧 갈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벚꽃 엔딩